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증권사 결제 불이행 대비 21조 확보·비상체제 가동"
손병두(58)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13일 증권사의 결제 불이행 위험에 대비해 21조원을 확보하고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 이사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최근 증권사들이 단기자금 시장 경색으로 인한 유동성 위험에 노출된 데 대해 "일시적인 유동성 불일치(미스매치)에 처했으나 급한 불은 껐다고 본다"며 "대형 증권사가 (유동성) 어려움에 부닥치지 않는 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거래소 입장에선 주문 거래가 이행되지 않는 게 가장 큰 위험"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청산본부가 중앙청산소(CCP) 기능을 하는데, 장 내외 위험 규모 확대에 상응하는 결제이행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매일 스트레스 테스트(위기 상황 시나리오별로 최대 손실 가능 금액을 측정)를 통해 재원이 충분한지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계약 불이행에 대비해 다음 달에 비상 위기 대응훈련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거래소는 현재 회원 증권사의 신용등급과 재무비율 등 재무 안정성을 모니터링하고, 결제 불이행 위험이 커질 수 있는 주시 회원(워치 리스트)을 지정해 민감도를 분석하는 한편 포지션 과다보유 계좌와 순자본비율(NCR)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거래소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서울지점 거래정지, 2015년 한맥투자증권 파산 등의 사태를 계기로 회원별 리스크(위험 노출액)를 매일 측정하고, 결제 불이행 위험 관리 체계를 강화했다. CCP는 증권이나 장 내외 파생상품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결제 불이행 위험을 방지해 투자자가 제때 증권을 양수하거나 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기관이다.
결제 불이행 사태에 직면했거나 가능성이 있는 회원사(증권사)를 거래소가 직접 선언하고 순차적으로 자금을 투입한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결제 불이행으로 자금이 들어간 건 한맥 사태뿐이다. 결제이행 재원은 지난달 말 기준 20조9814억원 가량 쌓여 있다. 증거금 18조1680억원, 손해배상공동기금 2조3634억원 , 결제적립금 4500억원 등이다. 손해배상공동기금과 결제적립금은 2011년 각각 2000억원, 1000억원에서 대폭 늘어났다.손 이사장은 "최근 시장 분위기를 보면 불확실성이 커져 안심하기 이르다"며 "겨울 초입에 와 있는 상황으로 내년에 리스크(위험) 관리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러면서 "이런 시기에 억울하게 손실을 보는 투자자나 퇴출당하는 상장사가 발생하지 않게 제도를 손보겠다"고 밝혔다.
손 이사장은 "적어도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은 없어야겠다는 생각"이라며 "시장에서 반칙하는 사람들, 불공정거래 관행을 없애기 위해 검찰과 협력관계를 공고하게 하고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시장 감시 인력을 대폭 늘려 불법 공매도 적발을 위한 전담 부서를 두고 일별로 점검하면서 적발 주기도 대폭 단축했다"며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혐의 적출 시스템을 개선하고 불공정거래 전력이 있는 상습범 계좌를 특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시 제도도 보완해 자금난에 몰리거나 은행 대출이 끊긴 기업에 조회공시를 요구하고 은행연합회와 연결해 관리해나가겠다고도 했다.
아울러 손 이사장은 "경기 침체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어려워진 기업들을 형식적으로 시장에서 몰아낼 순 없다"면서 "최근 상장폐지 제도를 완화해 자본잠식과 매출 기준이 미달해도 바로 퇴출당하지 않고 심사를 거치도록 했는데 더 손볼 부분이 있는지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이사장은 남은 임기 13개월 동안 증권형 토큰 거래,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할인) 해소를 위한 제도 선진화, 조직 문화 개선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부터 금융당국이 판단한 증권형 토큰이 거래소에 상장해 거래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뮤직카우, 카사코리아, 부동산 쪼개기 투자 등이 우선 대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 중 하나가 기업 경영에서 개인투자자 이익을 경시하는 풍조"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소액주주 보호, 영문공시 확대, 배당 지급 시기 개선 등의 제도 선진화에 매진할 것"이라고 했다.
손 이사장은 "오는 2024년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탁구대회를 앞두고 본사가 있는 부산 지역사회 공헌과 생활체육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오는 23일 프로탁구단을 창단하고 남은 임기 거래소 조직 문화를 기민하고 젊은 조직으로 바꾸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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