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형참사 대응훈련 받은 구급대원, 서울 전체서 59명뿐

김정석 2022. 11. 1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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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구급대원 중 이태원 참사 같은 대형 재난 상황에 대비하는 '다수사상자 구급대응훈련'을 수료한 인원이 전체 인원의 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번 참사 대응 과정에서 뒤늦은 중증도 분류 작업으로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소방당국의 대형 재난 대응 강화와 훈련 확대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13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이태원을 관할하는 용산소방서 구급대원 45명 중 다수사상자 구급대응훈련 수료자는 단 3명뿐이다. 서울시 전체 구급대원 1491명(7일 기준) 가운데서도 훈련을 수료한 인원은 59명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구급대원이 3교대 근무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시 구급대원 전체 중 4%에 불과한 훈련 수료자가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출동했을 가능성은 낮다.

다수사상자 구급대응훈련은 구급대원이 서울소방학교에 입교해 다수 사상자 발생 시의 전문적인 이론과 실무를 익히는 훈련이다. 여기에는 이번 참사에서 가장 중요했던 환자 중증도 분류 및 응급처치를 비롯해 현장응급의료소 준비, 응급의료소·상황실 운영, 긴급구조통제단 가동에 따른 신속한 현장지휘소 설치 등이 포함된다.

소방당국은 참사 현장에 도착하고 약 1시간이 지나서야 응급환자의 중증도 분류 작업에 착수하는 등 구급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재난 상황에서는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환자 상태에 따라 이송과 치료 순서를 정하는 '중증도 분류 작업'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소방 무전 기록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당일 오후 11시 22분께 한 소방대원이 구급대에 "의식 있거나 말 가능하거나 거동 가능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즉시 CPR 멈춰라"며 "지연(소생 가능성 없는 환자)으로 만들 거다"고 중증도 분류를 지시했다. 소방 도착 시간인 오후 10시 29분부터 약 1시간이 지나고서야 환자 분류를 시작한 셈이다.

일선 소방서별로도 다수 사상자 훈련을 펼치고 있지만 평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다 실무적인 교육에 적극적이었다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또한 재난의료지원팀(DMAT)마저 뒤늦게 도착하면서 훈련이 부족한 소방이 응급환자를 구할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이 거세다.

다수 사상자 구급대응훈련 대상에서 2급 응급구조사가 제외된 점도 문제로 꼽힌다. 서울시 구급대원 중 2급 응급구조사는 408명으로 전체 인원의 40%가량이다. 많은 사상자를 구해야 하는 사고 현장에서는 재난 실무 교육을 받은 구급대원이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한데, 구급대원의 40%를 훈련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조치다.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재난 대응 경험이 부족한 구급대원이 대부분인 게 밝혀졌다. 급박한 재난 현장에서는 환자들의 중증도를 빠르게 분류하고 임시 현장응급의료소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능력이 중요하지만 정작 이를 겪은 구급대원은 반을 넘지 못한다. 2020년 울산소방본부 소속 구급대원 235명의 설문을 분석한 결과 중증도 분류 경험이 있는 대원은 28.1% 수준이며, 임시 현장응급의료소 설치 및 운영 경험이 있는 구급대원은 31.5%에 불과하다. 구급대원 재난 대응 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대목이다.

박시은 동강대 응급구조과 교수는 "구급대원에게 전문적인 재난 대응 훈련을 적극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현장 지휘 체계도 전문 구급대원 중심으로 개편하면 사상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선 구급대원들은 소방의 재난 대응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력 충원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소방당국 외에도 병원 등 외부 기관에서 재난 대응 교육을 하지만 인원 부족으로 교육과 훈련을 받으러 가기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에서다. 5년 차 1급 응급구조사 A씨는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주변 동료에게 피해를 주게 돼 조심스럽다"며 "훈련 인원이 제한돼 수료자가 적기도 하지만 구급대원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외부 훈련도 꺼리게 된다"고 토로했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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