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금리 떨어지는데 기업어음 금리 '요지부동'
발행어음 잔액 1.7배 급증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국채금리는 최근 두 달 새 가장 낮아졌지만 기업들의 자금난이 이어지며 우량 회사채와 국채금리 간 차이인 신용 스프레드는 금융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커졌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우량기업 회사채인 신용등급 AA- 3년 만기 무보증 회사채 금리는 5.361%를 기록해 국고채 3년물(3.834%)과 벌어진 신용 스프레드가 152.7bp(1bp=0.01%포인트)로 2009년 5월 12일 152bp 이후 최대 폭을 보였다. 기업들의 단기자금 조달 금리를 대표하는 기업어음(CP) 금리는 지난 9일 5%를 돌파하면서 2009년 1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통상 신용등급이 AA- 이상인 우량기업 회사채는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면 2011~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시기에 신용 스프레드가 100bp 미만을 유지해왔다. 우량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는 2020년 상반기 말 140bp까지 올랐지만 연방준비제도(연준)를 비롯한 각국 정부가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지난해 8월 무렵에는 40bp로 축소됐다.
그러나 올해 연준의 고강도 긴축과 함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경기 침체 등으로 자본시장에서 신용위기 리스크에 노출된 회사채나 CP보다 안전자산인 국고채 선호가 높아지면서 우량 회사채는 절대금리 수준이 내려감에도 불구하고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있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책임연구원은 "부동산 PF 부실과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지급보증 미상환 사태, 한전채 발행 등에 따른 부담이 회사채 전체로 확산되며 '돈맥경화'가 나타나자 일반 CP까지 조달금리가 상승했다"면서 "내년 유동성 경색이 완화된 이후에도 신용 리스크는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증권사 중에서는 중소형 증권사가 보증한 부동산 PF·ABCP로 인한 신용 리스크 확대 우려감이 커진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가 보증한 부동산 PF·ABCP 전체 규모는 약 20조원에 달한다. 레고랜드 사태 전 6~7%대였던 PF·ABCP 금리는 10%대로 급등해 자금조달 비용도 급증한 상태다.
이 가운데 중소형 증권사가 보증한 A2 등급 ABCP는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규모만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무보증을 제공한 중소형 증권사들이 차환 발행에 실패하면 자체 자금으로 PF·ABCP 등을 사들여야 하는데 한 곳에서 자금이 바닥나면 신용위기가 업계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
돈맥경화가 심화되면서 발행어음 인가를 받은 대형 증권사들은 앞다퉈 만기 1년 이내 발행어음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자체 신용으로 어음을 발행할 수 있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4곳이다.
각 증권사에 따르면 발행어음 잔액이 가장 많은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말 기준 12조1990억원으로 작년 말 8조3719억원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지난 9월 말 기준 미래에셋증권은 4조4232억원, NH투자증권은 5조4000억원, KB증권은 6조7844억원 등으로 모두 작년 말에 비해 발행어음 잔액이 크게 늘었다.
[안갑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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