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미널' 실존인물, 결국 공항서 사망

18년간 파리공항서 난민 생활
스필버그가 영화로 만들어
판권 받고 떠났지만 최근 돌아와

2004년 카리미 나세리가 공항에서 영화 '터미널' 포스터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프랑스 파리 공항에서 18년을 살며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하고 톰 행크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 '터미널'의 실존 모델이 된 인물이 77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마지막으로 머문 장소도 파리 공항이었다.

AP통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출신인 메헤란 카리미 나세리가 12일 낮(현지시간) 파리 샤를 드골 공항 2층 터미널에서 자연사했다고 공항 관계자가 밝혔다. 사인은 심장마비로 알려졌다.

나세리의 생전 주장에 따르면 그는 이란에서 왕정 반대 운동을 하다가 1970년대에 여권 없이 추방됐다. 유럽 각국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하다 1986년 유엔난민기구(UNHCR)로부터 난민 지위를 부여받았다. 벨기에에서 거주하던 나세리는 1988년 어머니가 사는 영국으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타고 파리에 도착했지만 기차역에서 난민 관련 서류가 든 가방을 분실했다고 한다. 용케 파리 공항 출국심사를 무사 통과하고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에 내렸지만 난민 서류가 없어 입국이 불허됐고, 다시 파리 샤를 드골 공항으로 이송됐다. 프랑스 당국도 그를 추방하려 했지만 '무국적' 상태인 나세리를 어디로 보내야 할지 알 수 없어 공항 터미널에 방치했고, 결국 그는 2006년까지 18년간 공항에서 살게 됐다.

그의 이야기는 할리우드의 스필버그 감독에게도 영감을 줬다. 2004년작 영화에는 실화가 그대로 반영되지는 않았다.행크스가 연기한 주인공은 모국인 가상의 동유럽 국가에서 쿠데타가 일어나는 바람에 서류가 무효화돼 미국에 입국하지 못하면서 뉴욕 존 F 케네디공항에 머무는 것으로 그려진다.

제작사 드림웍스는 판권으로 수십만 달러를 나세리에게 지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세리는 받은 돈을 갖고 2006년 공항을 떠났지만 프랑스의 보호소, 호텔 등지를 전전하다 사망 몇 주 전 공항으로 돌아왔다.

[이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