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비흡연 인류학자가 담배회사 대표된 까닭은
예일대 인류학 석·박사 출신
맥킨지·CJ·블리자드·구글 거쳐
글로벌 담배회사 한국 CEO로
'담배연기 없는 미래' 구호 끌려
"전자담배는 더 나은 대안"
"인류학을 공부하면서 너무 즐거웠고 특히 문화 콘텐츠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비즈니스와 연결시킬까 굉장히 많이 고민하다가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됐습니다."
백영재 한국필립모리스 대표(52·사진)는 현재 담배회사 최고경영자(CEO)라는 직책과는 사뭇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이력의 소유자다. 한 번도 담배를 피워본 적 없는 비흡연자이고, 대학 학부(서울대)부터 석사·박사(예일대)까지 인류학을 전공한 학자 출신이다.
백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예일대에서 1년간 학생들을 직접 가르쳤다. 원래 학계로 가고 싶었지만 자리가 없어 대안으로 선택한 게 컨설팅이었다"고 말했다. 맥킨지에서 3년간 컨설팅을 한 경험은 훗날 그가 다양한 산업계로 진출하는 데 초석이 됐다. 이후 그는 CJ그룹에서 엔터테인먼트, 블리자드코리아에서 게임, 구글에서 삼성전자와 소니를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요 테크 기업들의 광고 마케팅 등 다양한 업무를 두루 섭렵했다.
백 대표는 학문적으로 공부한 것은 아니지만 테크에도 본래 관심이 많은 편이다. 2019년 구글에서 일할 당시 유튜브에서 테크 리뷰 영상을 즐겨 보던 가운데 우연히 테크 유튜버들이 필립모리스가 내놓은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리뷰하는 것을 보고 무척 신기했다. 건강에 해롭기만 할 것 같던 담배라는 기호식품에 기술이 결합해 인류의 삶이 달라지게 할 수 있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온 것이다. '딸 바보'인 그는 스위스 로잔 필립모리스 본사에서 진행된 임원 면접에서 "(당시 열네 살인) 내 딸이 엄격한 환경주의자다. '담배 연기 없는 미래(Smoke Free Future)'라는 필립모리스의 구호가 진정성이 없다면 내 딸에게 이직에 대한 승인을 받을 수 없다"면서 회사 경영진을 향해 비전과 실천 가능성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지금은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 CEO가 된 야체크 올차크 당시 최고운영책임자(COO)로부터 필립모리스가 전자담배 개발을 위해 10년간 총 13조원이란 천문학적 규모의 연구개발 예산을 쏟아부었고, 2025년까지 전자담배 매출을 전체 매출의 50%까지 높이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들을 수 있었다.
지난 9월 말 기준 필립모리스의 전자담배 아이코스는 전 세계 70개국에서 판매되고 있고, 1900만명 이상이 피우고 있다. 필립모리스는 이 가운데 약 1350만명이 일반 담배를 끊고 아이코스로 전환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백 대표는 "선진국은 아이코스와 같은 비연소 제품을 일반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에게 더 나은 대안으로 제공하고 있다"면서 "담배 연기 없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제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비연소 제품 아이코스 일루마 출시에 대해 "좋은 제품들이 나와 전자담배로 더 많은 이용자들이 옮겨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자신감을 보였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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