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계의 ‘JP모건’에서 파산신청까지…FTX 창립자 뱅크먼 프리드

정원식 기자 2022. 11. 1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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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연합뉴스

지난 11일(현지시간) 가상통화 거래소 FTX가 파산 신청을 하면서 ‘가상통화 업계의 JP모건’으로 불렸던 창립자 샘 뱅크먼-프리드(30)의 성공 신화도 끝장이 났다.

뱅크먼-프리드는 1992년 캘리포니아주에서 태어났다. 부모가 모두 스탠퍼드대 로스쿨 교수다.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한 뱅크먼-프리드는 월가의 자기자본 투자사 ‘제인 스트리트’에서 4년간 트레이더로 일한 뒤 스물일곱 되던 해인 2019년 거래소 FTX를 창업했다. 앞서 2년 전인 2017년에는 이번 파산 신청의 원인을 제공한 가상통화 투자회사 알라메다 리서치를 창업했다.

FTX는 탄탄한 기술과 뛰어난 사용자환경(UI)을 무기로 불과 몇 년 만에 거래량 기준 세계 3위 거래소로 성장했다. 지난 9일 기준 FTX 거래량은 41억달러(약 5조5900억원)에 달한다. 지난 1월 FTX의 기업가치는 320억달러(약 42조2000억원)에 이르렀다.

고속성장한 FTX는 홍보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지난해에는 미국프로농구(NBA) 명문구단 마이애미 히트의 홈구장에 대한 명명권을 1억3500만달러(약 1780억원)에 사들인 뒤 구장 이름을 ‘FTX 아레나’로 바꿨다. 지난 2월에는 30초에 700만달러(약 92억원)에 이르는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 슈퍼볼 광고를 사들였다.

뱅크먼-프리드는 지난 5월 테라·루나 사태로 가상통화 시장이 충격에 빠졌을 때 본격적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그는 블록파이, 비트보, 보이저디지털 등 위기에 내몰린 가상통화 기업 지분들을 매수하거나 투자를 제안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그를 대공황 시기 미국 금융시장을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 JP 모건 창립자 존 피어몬트 모건에 비유해 ‘코인계의 JP 모건’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는 적극적인 정계 로비 활동으로도 이목을 끌었다. FTX는 지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3000만 달러 이상을 정치권에 후원했다. 이는 미국 기업인들 중 10위 안에 드는 규모다. 뱅크먼-프리드는 앞서 2020년 대선에서는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게 개인 후원자 중 두 번째로 많은 정치자금을 기부해 화제가 됐다.

뱅크먼-프리드는 최근 탈중앙화금융(디파이)에 대한 당국 규제를 옹호하는 발언들로 업계의 미운털이 박혔다.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의 최고경영자(CEO) 자오창펑은 지난 7일 트위터에 “다른 선수들 몰래 적대적 로비를 하는 이들을 도울 수 없다”고 말했다. 자오창펑은 FTX가 발행한 토큰 FTT를 처분한다고 선언해 FTX 유동성 위기에 기름을 부었고, 지난 9일에는 다급해진 뱅크먼-프리드의 FTX 합병 제의도 거절한 바 있다.

뱅크먼-프리드는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쿨한 CEO’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FTX 내부에서 핵심 사업영역과 거리가 먼 부문으로 사업이 커지는 데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그는 중요한 거래를 할 때 소수 의견에만 귀를 기울였다고 지적했다. FTX 본사가 있는 바하마 당국자들과의 회의에서 비속어를 자주 사용해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는 뒷이야기도 나온다.

포브스는 지난 7월8일 기준으로 뱅크먼-프리드의 재산이 약 203억달러(약 26조3410억원)로 추산된다며 세계 부자 순위 60위에 올린 바 있다. 이번 사태로 뱅크먼-프리드의 자산은 10억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파산 신청으로 하루 아침에 자산의 94% 이상이 날아갔다고 CNN은 전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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