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전 약속 지켜”...각막 이어 시신 기증한 아름다운 나눔

박홍주 2022. 11. 1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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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사망 직후 각막 기증
시신은 의학 발전 위해 경희대 기증
자녀·손자들까지 장기기증 등록
故 박은주 씨 [사진=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80대 노인이 세상을 떠나면서 시각장애인들에게 각막을 기증한 데 이어 시신까지 기증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13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따르면 지난 9일 83세로 생을 마감한 박은주 씨의 시신이 지난 11일 경희대학교 의과대학에 기증됐다. 박씨는 임종 직후 시각장애인 2명에게 각막을 기증했는데, 시신까지 의학 발전을 위해 나눈 것이다.

고인이 된 박씨가 처음 장기기증을 약속한 것은 17년 전 다니던 교회에서 진행된 생명나눔예배에서였다. 같은 날 박씨의 자녀들과 어린 손자들에 이르기까지 3대가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한 바 있다. 생전 장기기증을 통해 다른 환자들을 돕고 싶어 했던 고인의 유지를 기려 박씨의 가족들은 임종 직후 각막기증과 시신기증이라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

박씨의 각막기증은 강남세브란스 병원에서 이뤄졌고, 시신은 경희대학교 의대에 기증됐다. 박씨의 둘째 딸 김희정 씨(54)는 “어머니의 나눔이 앞을 보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밝고 아름다운 세상을 보여주는 기적을 선물할 수 있길 바란다”며 “의학 발전에도 큰 밑거름이 돼 후대의 건강증진에 기여하는 뜻깊은 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1940년생인 박씨는 40여년 전 남편을 여의고 홀로 4남매를 키우면서도 지역 내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 앞장서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월 췌장암 말기를 진단받고 시한부 판정을 받은 순간에도 박씨는 장기 및 시신을 어려운 이웃들에 나누려는 취지를 밝혔다고 한다.

생명나눔에 대한 고인의 뜻은 가족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고인과 함께 살았던 손자 박민서 씨(23)는 지난 2006년 7살의 나이로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했다. 20대 청년으로 성장한 박씨는 “생명나눔이라는 마지막 소원을 이루신 할머니께서 지금쯤 천국에서 웃고 계실 것 같다”며 “이웃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주시며 아름다운 마지막을 보여주신 할머니가 자랑스럽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진탁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이사장은 “박은주 씨의 나눔은 각막기증을 기다리며 나날을 보내고 있을 환자와 가족들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라며 “참된 이웃사랑을 보여주신 고인의 사랑을 오래도록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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