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인버스 베팅 서학개미 … 나스닥·원화값 급등에 '비명'
10~11일 이틀새 26% 빠져
반도체 3X인버스도 -38%
원화로 환산하면 더 큰 손실
"투자 기간 짧게 가져가야"
미국 증시가 폭등하고, 원화 가격은 급등하면서 미국 주식 하락률의 2~3배에 베팅하는 '곱버스'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지수가 상승해 ETF 가치가 하락한 데 더해 달러 대비 원화가치도 상승하면서 수익률이 더 낮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나스닥100 일일 수익률의 3배를 거꾸로 추종하는 ETF 'ProShares UltraPro Short QQQ(SQQQ)' 주가는 44.3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0일 60.37달러였던 SQQQ 가격은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올해 1월 이후 가장 낮은 값을 기록했다는 발표와 함께 빠르게 하락했다. 10일 하루에만 22.01% 떨어진 SQQQ 가격은 11일에도 하락을 이어가며 이틀 새 26.5%나 떨어졌다.
11월 들어 미국이 네 번째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은 데다 아마존, 메타 등 미국 기술주가 3분기 실적 발표 시즌에 폭락세를 보이면서 당분간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투자자들이 큰 낭패를 본 것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와 밀접한 연관성을 보이는 반도체 지수가 계속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측한 투자자들의 손실은 더 크다.
뉴욕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 일일 상승폭의 3배를 거꾸로 추종하는 ETF 'Direxion Daily Semiconductor Bear 3X Shares(SOXS)'는 지난 10일 전 거래일 대비 16.84달러(30.84%) 하락한 37.77달러까지 떨어졌다. 11일에도 하락하며 33.89달러로 장을 마쳤다. 이틀 새 가격이 38%나 빠진 것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주 수요처인 아마존, 메타 등 플랫폼 주가가 급반등하자 반도체 지수도 상승세로 돌아섰고, 이에 따라 인버스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게 된 것이다.
SQQQ와 SOXS는 빅테크가 주도한 주가 하락기에 국내 투자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미국 인버스ETF였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SQQQ는 지난 7~8월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미국 주식에 등극하기도 했다. 7월 순매수 금액은 5120만달러, 8월 순매수 금액은 7860만달러에 달했다. SOXS도 같은 기간 순매수 상위 종목에서 각각 4위, 3위였다.
주가가 하락할 때 단기 매매를 했던 투자자들은 수익을 냈겠지만, 지속적인 하락을 예상해 계속 보유한 투자자들은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인버스 상품인 SOXS의 경우엔 지난 10월 순매수액만 1146만달러에 달한다. 인버스 ETF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은 남다르다. 지난달에는 시장 지수나 반도체 지수 외에도 미국 금융주, 부동산 관련주 수익률 3배를 거꾸로 추종하는 ETF들도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달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금융섹터 지수(IXMTR) 수익률을 거꾸로 3배 추종하는 ETF 'Direxion Daily Financial Bear 3x Shares(FAZ)'를 225만9807달러어치 사들였다. FAZ는 이 기간 국내 투자자들이 43번째로 많이 사들인 미국 주식이었다. 은행주는 금리 인상 후반부로 갈수록 경기 침체로 인한 우려가 반영돼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 베팅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부동산 지수 수익률을 거꾸로 3배 추종하는 ETF 'Direxion Daily Real Estate Bear 3X Shares(DRV)'도 191만684달러어치 사들여 순매수 순위 49위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부동산 시장도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침체 위기에 놓였다는 점을 고려해 주가 추가 하락 가능성을 높게 점쳤기 때문으로 보인다. FAZ는 최근 한 달간 42%, DRV는 한 달간 37% 주가가 하락했다. 국내 인버스 ETF 투자자들이 더 큰 손해를 본 이유는 달러 대비 원화가치도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11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달러당 원화가치는 전 거래일 종가 1377.5원 대비 59.1원(4.3%) 상승한 1318.4원에 마감했다. 2008년 10월 30일 한미 통화스왑이 처음 체결되면서 당일 177원 오른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최근 일주일간 달러당 원화값은 120원이나 상승했다. 환율 영향을 고려하면 SQQQ 투자자의 경우 10일 하루에만 25.36% 손해를 본 셈이 된다.
인버스 ETF뿐만 미국 주식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 모두 환율로 인한 손실을 보고 있다. 미국 주식 투자자 이 모씨(30)는 "미국 주식이 소폭 반등해 3%가량 이익을 보고 매도하려고 주문을 넣었는데, 주문이 결제되는 이틀 동안 환율이 떨어져 결국 1% 손해를 보고 판 셈이 됐다"며 "환율이 오를 때는 서서히 오르더니 갑자기 확확 떨어지는 걸 보니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인버스 ETF의 투자 기간은 짧게 두는 것이 장기적으로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설태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2020년 2~4월 코로나19 충격 시기를 기준으로 살펴보더라도 투자 기간이 40영업일이 넘어가면 나스닥, 미국 반도체 인버스 ETF가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할 확률은 0%에 근접했다"고 말했다. 설 연구원은 "10영업일 내 승률은 35% 내외이며 레버리지 비율이 높을수록 인버스 ETF 투자 기간은 짧게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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