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와우'할 때까지 혁신…확 앞당긴 흑자 시대

노현 2022. 11. 1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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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강한승 대표
테크 기업 이끄는 법률가 출신 CEO

고객들이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라고 묻는 세상을 만드는 것. 쿠팡의 창업 이념이자, 쿠팡 임직원들의 비전·미션이기도 하다. 갑자기 들이닥친 팬데믹에서 쿠팡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건 준비가 돼 있었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적자로 "곧 망한다"고 모두가 손가락질할 때 물류 시스템에 투자를 이어간 것이 대표적이다.

강한승 쿠팡 대표는 '준비된 쿠팡'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특히 로켓배송의 오늘을 만든 주역 중 한 명이다. 쿠팡이 기존 이커머스와 차별화하기 위해 2014년 야심 차게 도입한 로켓배송이 위법 논란에 휩싸이자 당시 김앤장 변호사였던 강 대표는 쿠팡 측 법률 대리인으로 나서 승소해 로켓배송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이바지했다. 이를 계기로 쿠팡과 인연을 맺은 그는 2020년 11월 법조인에서 테크기업 최고경영자(CEO)로 변신했다. 실제 강 대표가 CEO로 취임한 이후 쿠팡은 놀라운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첫 성과는 성공적인 뉴욕증시 상장이다. '대한민국 1호 유니콘 기업'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자본시장인 뉴욕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며 재벌 중심의 국내 경제를 스타트업 중심으로 변화하도록 하는 물꼬를 텄다.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재원을 한국으로 가져와 적극적으로 투자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쿠팡은 지난 2년간 약 1조5000억원을 국내에 투자해 전국 각지에 물류창고를 건립했다. 이 같은 투자 덕에 쿠팡은 전국 30개 지역에 100곳 이상의 풀필먼트센터(FC) 등 물류 인프라스트럭처를 확보해 물류 과정을 통합하고 혁신할 수 있었다.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서며 '고용 있는 성장'도 달성했다. 쿠팡은 지난해 국내 고용 1위인 삼성전자를 포함해 국내 모든 기업을 통틀어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다. 지난해 신규 채용한 직원이 1만5800여 명에 달한다. 소상공인들과의 동반성장도 역점 추진 사안이다. 쿠팡이 시행 중인 지역 상생지원 사업에 참여한 중소 상공인들의 경우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9% 성장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쿠팡 전체 매출 성장률인 29%보다 월등히 높다.

강 대표가 취임한 지 2년 만에 쿠팡은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쿠팡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1037억원, 당기순이익 1215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들이 잇달아 어닝 쇼크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 달리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선보였다.

강 대표의 경영 방침은 고객에게 큰 감동을 주자는 뜻을 담고 있는 '와우 더 커스터머(wow the customer)'다. '트레이드 오프(양자 택일)' 해소 노력이 대표적이다. 트레이드 오프란 두 개의 목표 가운데 하나를 달성하려고 하면 다른 목표의 달성이 희생되거나 늦어지는 것을 말한다. 저렴한 가격·다양한 상품군과 신속한 배송, 온라인 쇼핑의 편의성과 친환경 등이 대표적인 트레이드 오프 사례다.

쿠팡은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자 트레이드 오프를 깨기 위해 노력해왔다. 로켓배송이 대표적이다. 많이 팔리는 상품 위주로 대량 구매한 뒤 자체 물류센터에 보관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곧바로 배송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저렴한 가격과 신속한 배송 사이의 트레이드 오프를 깨뜨렸다. 신속한 대규모 투자로 규모의 경제를 조기에 달성하고, 인공지능(AI)·머신러닝을 통한 수요 예측과 물류 자동화로 비용과 노동 강도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강 대표는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라는 비전은 외형 성장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혁신을 통해 트레이드 오프를 깨면서 고객과 직원, 소상공인들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게 그의 얘기다. 고객들이 질 좋은 서비스와 상품을 저렴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직원들에게는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며, 소상공인들에게는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디지털 혁신 전도사로도 맹활약 중이다. 과거 단순한 창고 개념이었던 물류창고가 AI와 자동화 로봇 기술 덕에 최첨단 디지털 기술 현장으로 변신했다는 게 그의 얘기다. 강 대표는 로봇이 직원이 일하는 위치까지 자동으로 제품을 운반해주는 AI 알고리즘으로 작업자의 노동 강도를 최대 40%까지 낮춘 사례를 예로 들며 "물류 체계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근로자의 안전과 효율이라는 과제를 모두 해결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강한승 대표는…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성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시절인 1991년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육군 법무관 근무를 마친 1997년 서울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했다. 서울지법 서부지원과 울산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등에서 수많은 사건의 재판을 주재했으며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심의관으로 사법행정 업무를 수행했다. 2013년부터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활동하다가 2020년 11월 쿠팡에 대표이사로 합류했다. 현재 쿠팡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다. '미국 연방법원의 사법행정권' '미국법원을 말하다' 등의 저서가 있다.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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