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 문학’의 정수를 이끌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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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의 아픔이 눅눅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다시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다.
한국 러시아문학회 회장을 지냈고, 러시아 정부로부터 푸시킨 메달을 받은 조주관 연세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도스토옙스키 전문가다.
도스토옙스키는 유럽 여행을 하면서 그림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작가일기》 등에 직접적으로 남겼을 뿐만 아니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나 《죄와벌》 《백치》 같은 수많은 소설에도 남겼고, 저자는 그것을 찾아가는 여정을 책으로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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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세월호의 아픔이 눅눅해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다시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다. 유가족은 물론이고 모두가 하늘을 보면서 가슴을 칠 수밖에 없었다. 죽음은 인간의 근원적 고통이자, 누구에게나 예측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가올 수 있다. 그 암울함에 공감해 주는 작가가 누군가를 물으면 많은 사람은 주저하지 않고 도스토옙스키를 말한다. 한국 러시아문학회 회장을 지냈고, 러시아 정부로부터 푸시킨 메달을 받은 조주관 연세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도스토옙스키 전문가다. 그가 '아름다움은 인간을 구원하는가'라는 부제가 붙은 책을 선보였다. 그림 마니아이자, 작품 속에 그림을 담아냈던 도스토옙스키가 사랑했던 화가들과 소설의 연관관계를 풀어낸 것이다.
'성과 속' '미와 추' '생과 사'라는 3파트가 말해 주듯 저자는 도스토옙스키의 소설과 그가 사랑했던 화가나 그림을 통해 깊숙이 그를 찾아간다. 독자들은 전문가를 통해 소설의 윤곽을 다시 구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잘 접하기 힘들었던 화가들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도스토옙스키가 조국인 러시아 화가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가진 만큼 독자들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러시아 화단에 대해서도 이해할 계기를 얻게 될 것이다.
도스토옙스키 문학이 가진 위상은 톨스토이조차 "내 작품을 포함한 다른 문학작품은 모두 불태워도 상관없지만, 도스토옙스키의 책들은 전부 보존해야 한다"고 말할 만큼 절대적이다. 때문에 저자는 "섬광으로 빛나는 도스토옙스키는 예술의 신이다. 그 신의 섬광은 나의 무지를 드러내기도 하지만 통찰의 기회를 준다"고 말한다.
이번에 소개된 화가 중에는 렘브란트, 루벤스, 라파엘로처럼 익숙한 화가들도 있지만 상당수가 러시아 화가들로 생소하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특히 《도스토옙스키의 초상화》를 그린 러시아 '비판적 사실주의' 화가 바실리 그리고리예비치 페로프(1834~1882)의 그림은 깊은 인상을 준다. 페로프는 '예술적 사고에 몰입하고 있는 도스토옙스키의 창작의 순간'을 그렸다고 한다. 저자는 이 그림을 두고 "도스토옙스키의 모습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구도자처럼 진지하다. 측면을 향한 시선은 신성(영성)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열망을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도스토옙스키는 유럽 여행을 하면서 그림에 대한 강렬한 인상을 《작가일기》 등에 직접적으로 남겼을 뿐만 아니라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나 《죄와벌》 《백치》 같은 수많은 소설에도 남겼고, 저자는 그것을 찾아가는 여정을 책으로 쓴 것이다. 저자는 도스토옙스키에게 그림은 곧 소설이 되는 힘이었다고 말한다. 특히 죽음을 앞두고 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라파엘로의 성화(이콘) 《시스티나의 마돈나》가 주는 놀라운 기적의 힘이 아니었으면 쓰기 어려웠다고 한다.
3번째 장에는 도스토옙스키가 죽은 후 그렸을 크람스코이의 《도스토옙스키의 입관》이 소개된다. 그림 속의 모습은 죽은 자의 느낌보다는 긴 사명을 마치고, 쉬는 듯한 느낌이다. 젊은 날 사형 직전까지 갔지만, 인류를 최고의 문학 세계로 이끈 이의 마지막답다. 책은 그림을 통해 도스토옙스키 소설을 더 깊게 느끼게 하는 훌륭한 조미료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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