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간 민주···'방탄용·신상공개·정쟁화' 논란 넘어설까

정상훈 기자 2022. 11. 1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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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투쟁 선언한 이재명 대표
민주, 국민서명운동 나서지만
대장동수사 물타기용 비판 부담
희생자 신상공개 강경 입장엔
국정조사 공조 정의당도 '난색'
출구전략 고민속 여론이 관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역 5번 출구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검 추진 범국민 서명운동 발대식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서울경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결국 ‘장외’로 나섰다. 10·29 참사 국정조사 및 특검 도입을 위해서다. 아직은 범국민 서명운동이라는 낮은 단계의 장외투쟁 형식이다. 하지만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의 칼끝이 이 대표를 향하고 있는 만큼 언제든 정부와 여당을 상대로 한 대대적인 투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번 주부터 지역별로 국민서명운동본부 발대식을 열고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국정조사·특검 여론전을 벌일 계획이다.

이 대표는 앞서 1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에서 개최된 발대식에서 “정부와 여당이 진상 규명에 협조적이지 않고 오히려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국민의 도움을 받아 직접 진상 규명을 위한 노력을 해야 될 때가 됐다”고 말하며 참여를 독려했다.

이 대표가 장외 카드를 꺼내 든 것은 10·29 참사의 정부 책임론을 지적하는 여론이 더 많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대적인 여론전을 펼칠 동력을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온라인에서 진행된 서명운동은 개시 이틀 만에 2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다만 이 대표의 선택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이번 장외투쟁이 ‘본인 방탄용’이 아니냐는 시선을 넘어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여당 “국민들까지 이재명 방탄에 이용” 직격=검찰은 10·29 참사에 대한 국가 애도 기간이 끝나자마자 민주당 중앙당사와 국회 본청을 압수 수색했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을 상대로 한 강제수사에 돌입한 것이다. 검찰은 정 실장의 뇌물 혐의 압수수색영장에서 이 대표와 정 실장을 ‘정치적 공동체’로 표현하며 수사의 최종 목적지가 이 대표라는 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처럼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재부각된 가운데 의석수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야당이 국회를 떠나 장외투쟁을 벌이는 모습이 ‘방탄용’으로 비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여권에서는 민주당이 이 대표 방탄을 위해 국민까지 이용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서명운동을 사법 리스크 물타기용으로 규정한 셈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얼마 전까지 집권했던 당이 장외로 나가면 국민들로부터 버림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국민들의 어떤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냐”며 “169석으로는 이 대표를 지킬 힘이 부족하자 이제 국민들까지 이 대표 방탄에 이용하고자 한다는 것을 국민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봉은사에서 열린 '상월결사 3주년 이태원 참사 추모법회'에 참석해 합장하며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희생자 신상 공개 논란···정의당도 ‘우려’=이 대표가 참사 희생자의 명단 등 신상 공개를 주장한 것을 두고서는 야권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유족들이 반대하지 않는 한 이름과 영정을 당연히 공개하고 진지한 애도가 있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본인의 페이스북에서는 “고인의 영정 앞에 그의 이름을 불러드리는 것이 패륜이냐”며 여권의 비판에 강하게 맞섰다.

국정조사를 위해 민주당과 협조하고 있는 정의당은 희생자 신상 공개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정미 대표는 11일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하는 입장이 나와도 그건 유족들 입장에서 나와야 한다”며 “정치권이 먼저 이것을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은 태도”라고 짚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신상 공개’ 발언을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조문을 할 때 위패와 영정이 있지 않느냐”며 “(이 대표의 발언도) 이를 언급한 것이지 유족들이 원하지 않는 신상 공개를 강요하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또다시 ‘촛불’ 언급···“출구전략 필요” 지적도=이 대표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참사를 정쟁화한다는 비판도 있다. 당내 강성파에서는 ‘정권 퇴진 운동’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는 데다 이 대표 본인도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다시 촛불을 들고 해야 되겠느냐”며 투쟁 강도를 높일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문제를 정치 쟁점화해 ‘제2의 세월호화’를 하겠다는 정치·정략적 의도는 국민들로부터 동의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서명운동의 정쟁화를 막으려면 출구전략에 대한 고민도 있어야 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결국은 야권이 국정조사 계획서 통과 시점으로 정한 이달 24일 본회의까지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서명운동의 출구전략은 여론”이라며 “여당이 국정조사에 동참할 수밖에 없도록 여론을 만드는 게 정쟁화를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상훈 기자 sesang2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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