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파산보호신청 이어 해킹 가능성까지… ‘코인판 리먼 사태’ 오나

이도형 2022. 11. 1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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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 중 하나로 꼽혔던 FTX가 파산보호신청을 한 데 더해 해킹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13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FTX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법 11조(챕터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미국 파산법의 챕터 11은 파산법원 감독하에 구조조정 절차를 진행해 회생을 모색하는 제도로 한국의 법정관리와 유사하다.

사진=AP연합뉴스
파산 신청서에 따르면 FTX 부채는 100억∼500억달러(약 13조2000억∼66조2000억원)에 이르고, 자산도 부채와 같은 규모다. 채권자는 10만명을 넘는다. 이번 파산 신청은 가상화폐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다. 동시에 올해 들어 가장 큰 규모의 파산 신청이다.

파산보호 신청 직후 FTX의 해킹 가능성도 제기됐다.

FTX 신임 최고경영자(CEO) 존 J 레이 3세는 12일 성명에서 “특정 자산에 대한 무단 접근이 발생해 사실관계 검토에 착수했다”며 “법 집행 기관 및 규제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블록체인 분석회사 엘립틱도 이날 오전 FTX의 가상화폐 지갑들에서 4억7500만달러(6265억원)규모의 가상자산이 의심스러운 정황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FTX의 파산 신청과 자산 증발에 전문가들은 ‘코인판 리먼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FTX에 돈이 물린 투자자는 일본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 캐나다 온타리오 교사 연금,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등 광범위하다.

소프트뱅크는 앞서 FTX 투자 사실을 인정했지만 투자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소프트뱅크가 FTX에 약 1억달러(1319억원)의 자금을 투자했다”며 최소 1억달러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했다.

영국 경제학자 프랜시스 코폴라는 “그 여파가 무엇인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돈을 잃을 것이고 연쇄 도미노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말 비극적인 일”이라고 했다. 그는 가상화폐의 규제 도입 필요성도 역설했다. 그러면서 “가상화폐는 더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지 않다”며 “서민들은 평생 저축한 돈을 가상자산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FTX 파산에 따른 국내 투자자들의 직접적 피해는 아직 정확히 추산되지는 않고 있다.

국내 진출을 하지않았고 FTX가 발행한 가상화폐가 국내 일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만 거래됐다는 점에서 피해액은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사태에 따른 후폭풍이 국내 가상자산 업계 자체로 번질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있다. 

일단 FTX를 이용해 직접 거래했던 일부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FTX는 국내 진출을 하지는 않았으나, 글로벌 초대형 거래소였다는 점에서 직접 홈페이지를 찾아 거래를 한 개인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FTX는 그동안 빗썸 인수등을 통해 우회 국내시장 진출을 모색해온 것으로 알려져왔다. 

모바일인덱스 등에 따르면 국내 FTX 이용자는 최소 1만여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법인과 기관투자도 가능했던 만큼 개별기업 투자 가능성도 남아있다. FTX에 가상화폐를 상장한 업체들의 피해 가능성도 있다. 게임개발업체 컴투스그룹은 자사의 가상화폐 ‘C2X‘를 FTX를 통해 상장했다. FTX는 정부당국에 영업을 신고한 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개인이나 기관의 직접 투자 내역을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다. 다만 금융기관은 현재 법령상 가상자산 관련 투자가 금지되어 있어 투자 가능성은 낮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금융당국은 국내에서 FTX측 가상화폐에 투자한 금액을 약 23억원 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FTX가 발행한 ‘FTT토큰’을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던 코인원·코빗·고파스 등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12일부터는 FTT로의 입금을 중단시켰고, 거래 정지를 의결했다. 업비트와 빗썸은 FTT를 상장하지 않은 상태다. 

장기적으로 볼때 FTX 파산에 따라 시장 자체에 미칠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 시장은 국내와 해외간 구분이 사실상 무의미한데다 FTX 파산에 따른 시장 신뢰 붕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를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작이었던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에 빗대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글로벌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자오창펑 CEO는 12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가상자산 시장이 과거 2008년 베어스턴스나 리먼브러더스를 무너뜨린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다를 바 없는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며 “FTX가 무너지면서 폭포효과 처럼 다른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FTX의 생태계에 더 가까이 있었던 기업일수록 더 큰 타격을 볼 것 같다”고 우려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후오비는 보고서에서 “FTX는 전체 가상자산 거래소 2위로 급부상하며 다양한 사업을 벌여왔다”며 “이 사건으로 가상자산 관련 프로젝트들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을지 정확하게 계량화 할 수는 없지만, ‘테라·루나’ 사태와 비교해 볼때 이번 사건은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금융계에 미친 영향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이도형·이지민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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