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아재의 건강일기] (16) 몸부터 늙나 VS 마음부터 늙나
[편집자주] 육체는 하루하루 배신의 늪을 만든다. 좋아지기는커녕 어디까지 안 좋아지나 벼르는 것 같다. 중년, 그리고 아재. 용어만으로 서글픈데, 몸까지 힘들다. 만성 피로와 무기력, 나쁜 콜레스테롤에 당뇨, 불면증까지 육체의 배신들이 순번대로 찾아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건강은 되찾을 수 있을까. 코로나 시대와 함께한 지난 2년간의 건강 일기를 매주 토요일마다 연재한다.
한 유튜브 영상에서 60세 남자의 희한한 철봉 기술을 보고 감탄을 쏟아냈다. 중력을 배반하는 듯한 허공에서 오래 버티는 그 기술의 명칭은 '사이드 레버'(Side Lever). 철봉 옆 기둥을 양손으로 잡고 두 다리를 허공에 띄워 버티는 동작이다. 인터넷 사전에는 코어 근력이 강하지 않으면 해낼 수 없는 동작이라는 설명이 달렸다.
이 분의 '묘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푸시업(팔굽혀펴기)도 남달라, 상체를 엎드리고 올라올 때 점프하면서 앞 나무 기둥을 잡는 등 그간 쉽게 보지 못했던 마술 같은 체력 단련의 현장이 생생하게 포착된다.
이 분 옆에 있는 63세의 또 다른 남성은 이에 비할 바는 아니나, 나름 운동 마니아라는 사실을 증명하듯 순식간에 턱걸이 23개를 해치운다. 영상을 촬영하는 30대 유튜버가 괜히 따라하다 망신만 당하는 모습도 함께 비친다.
30대가 60대보다 체력이 뛰어나고 훨씬 운동을 잘할 것이라고 보는 게 일반 상식이다. 그 역이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니나, 그럴 경우 우리는 통념상 '희귀한' 일로 취급하기 십상이다. 60세 '사이드 레버'의 달인도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왔을 정도니까. 물론 그 실력 때문에 조명된 것이지만, 환갑의 나이라는 '특수' 역시 저버릴 수 없었을 것이다.
미국에선 얼마 전 80세 할머니가 집에 침입한 강도를 쓰러뜨린 일로 유명세를 탔다. 그는 방송 인터뷰에서 "젊은 남자가 우리 집에 들어왔는데, 나는 혼자고 늙어서 테이블을 던졌더니 남자가 바닥에 쓰러졌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평소 꾸준한 운동으로 다진 튼튼한 근력이 이룬 나름의 성과(?)였다.
60세 맨몸 운동의 달인이나, 80세 강도를 물리친 할머니의 근력 앞에서 나이는 핑계에 불과할 뿐이다. 60세 남자는 "건강하면 노동을 더 할 수 있으니, 운동만이 살길이라는 생각으로 꾸준함을 잊지 않는다"며 "운동은 자신의 몸에 고통을 주는 것이다. 고통없이 어떻게 성장하느냐"고 되물었다.
필자가 이런 말에 적극 공감하는 것은 필자도 60세 달인처럼 50세 넘어 비로소 '운동'을 시작해 많은 성과를 보기 때문이다. 만약 당뇨와 고지혈증 같은 성인병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운동이었을 텐데, 덕분에 하루하루 내 몸에 가하는 고통의 진의와 참맛이 무엇인지 절실히 깨닫는 중이다.
우선 1km도 뛰지 못했던 '선천적 달리기 증후군'에 시달리던 필자가 6개월 간의 꾸준한 연습으로 현재 매일 아침 6km를 뛰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남의 얘기 같고, 스쿼트 등 근력 운동 하나 하기 힘들어 숨을 헐떡거리며 쓰러지기 일쑤였던 근력 '0'의 중년 아재가 이제는 하루 스쿼트 100개, 푸시업(팔굽혀펴기) 100개, 풀업(턱걸이) 20개를 무난히 하면서 다시 10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는 것도 꿈 속 이야기 같다.
나이가 들면 노화가 생기고 이로 인해 쉽게 지친다는 생리학적 흐름을 거역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30대 때도 "나이가 드니 힘드네"하고, 40, 50대 때도 여전히 "나이가 드니, 너무 힘드네"를 연발하고 있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실은 아무것도 안 하면서 '나이'라는 핑계 거리를 찾아 합리화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일반적으로 노화 때문에 힘든 게 아닌데도, 우리는 노화 때문에 힘들고 그래서 운동하는 것에 지친다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필자 경우처럼 나이 먹어 운동해보니, 10, 20대 때보다 몸이 더 좋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우리는 몸부터 늙는 걸까, 마음부터 늙는 걸까.
노화의 관점을 몸에서 보면, 최대 산소 섭취량을 통해 노화 정도를 알 수 있다. 최대 산소 섭취량은 마라톤과 지구력 운동에서 확인할 수 있듯 높으면 덜 지친다. 나이가 들면 최대 산소 섭취량은 점점 떨어져 쉽게 지친다.
여기 30년에 걸쳐 진행된 의미 있는 실험이 하나 있다. 1966남성 20대 5명에게 3주간 침상 휴식(비활동적 생활)을 하게 하고 최대 산소 섭취량을 잰 뒤 30년이 지나 노화로 인해 떨어진 최대 산소 섭취량을 다시 쟀다. 1996년 50대가 된 그의 30년 노화의 최대 산소 섭취량과 그해 20대인 남자가 침상 휴식으로 얻은 최대 산소 섭취량을 비교했더니, 20대의 그것이 더 부정적인 결과치를 얻었다. 다시 말하면 최대 산소 섭취량이 노화로 아무리 떨어져도 빈둥거리며 아무것도 활동하지 않는 젊음보다는 나았다는 얘기다. 더 충격적인 것은 30년 노화가 된 50대에게 다시 운동을 시켰더니, 20대 시절의 최대 산소 섭취량을 100% 회복했다는 사실이다.
6개월 간 꾸준히 운동하면 운동하지 않았던 젊은 시절보다 체력이 더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를 가로막는 것이 바로 '정신의 노화'다. "나는 40대여서, 50대여서 힘든 운동은 더 하기 힘들다" 같은 나이 의존형과 "젊은 사람들보다 운동신경이 둔해져서 더 할 수가 없어" 같은 체력비관론에 빠져 시작과 꾸준함에 망설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체력비관론 같이 운동신경에 대한 문제를 꺼내며 노화가 느린 행동을 유발하는 원인 제공자로 인식하기도 한다. 하지만 노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늦게 진행된다는 게 여러 실험 결과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 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우리 운동 능력이 가파르게 저하되는 구간은 70세 이후다. 단적으로 말하면 30세 기록과 70세 기록은 불과 2.5초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는 100m 전력질주, 마라톤, 수영 등 고난도 운동에서도 동일한 곡선을 그린다. 50, 60대에 시작해도 리즈 시절 못지 않은 운동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가끔 한강을 나가보면 하얀 러닝셔츠를 입고 다람쥐처럼 잘달리는 60대 아저씨들이 적지 않고, 덤벨이나 역기를 순식간에 20번씩 정자세로 들어 올리는 괴력의 노인들도 수두룩하다.
결국 몸이 느려지고 힘들다고 느끼는 건 육체적 노화 때문이 아니라, 정신적 노화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육체가 힘들면 정신도 약해진 몸에 맞게 따라가려는 성향이 있기에, 노화의 순서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논쟁처럼 여전히 숙제다. 그럼에도 노화 때문에 운동이 힘들다는 약간의 선입견만 바꾸면 건강에 이르는 길이 결코 멀지는 않을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60세 달인이 강조한 것처럼 '운동만이 살길', 그러므로 '평생 해야 하는 것'이라는 정의를 뇌리에 깊이 새기는 일이다.
그리고 다음 말을 때론 자신감을 주는 선물로, 때론 위기의식의 긴장감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모른다. "우리는 생각보다 더 늦게 늙지만, 안 움직이면 생각보다 빨리 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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