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서의 집회 자유 있어야 희생자 애도도 가능합니다”

고병찬 2022. 11. 1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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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2시 '애도와 민주주의의 길 걷기' 집회에 참여한 대학원생 이태준(31)씨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가 있어야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진정한 애도도 가능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광화문광장이 새로 조성된 후 서울시가 집회·시위를 제한해 시민들이 차별에 저항하고, 사람다운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기억들이 사라지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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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광화문광장서 이태원 참사 추모 목소리
“광장서 애도하고 집회·시위 못하는 건 ‘나쁜행정’”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

“애도를 막는 것도 민주주의를 막는 것도 국가 정부의 일방적인 폭력이라고 생각해요. 시민이 주체로서 시민의 공간인 광장에서 자유롭게 애도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13일 오후 2시 ‘애도와 민주주의의 길 걷기’ 집회에 참여한 대학원생 이태준(31)씨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가 있어야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진정한 애도도 가능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광화문광장이 새로 조성된 후 서울시가 집회·시위를 제한해 시민들이 차별에 저항하고, 사람다운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했던 기억들이 사라지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서울시는 지난 8월 광화문광장을 재개장한 뒤 시민사회단체가 집회·시위를 위해 신청한 일부 광장 사용신청을 반려해왔다.

이날 공권력감시대응팀·참여연대 등 1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광화문광장 집회의 권리 쟁취 공동행동’(공동행동)은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시민 10명과 ‘애도와 민주주의의 길 걷기’ 집회를 진행했다. 이번 집회는 계속되는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내 집회시위 금지 시도에 항의하며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고 위로하는 시간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열렸다. 정윤희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공동위원장은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을 재개장한 후 헌법이 자유를 보장하는 집회·시위에 대해 허가 여부를 자의적으로 결정하고, 민주주의의 역사가 새겨졌던 공간을 국가 상징물로 채우고 있다”고 했다.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

하얀색, 붉은색 꽃을 들고 모인 시민들은 이날 집회에 앞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1분 묵념 시간을 가졌다. 성공회대에 재학 중인 최보근(19)씨는 “이태원 참사에서 제 또래들이 많이 희생되면서 회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젠 마음을 추스르고 희생자들을 함께 애도하기 위해 자리에 함께하게 됐다”고 했다. 랑희 ‘인권운동공간 활’ 활동가는 “이태원 참사 이후 많은 분이 슬프면서도 무력한 감정을 갖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왜’라는 질문을 공통으로 던지고 있는데, 이런 질문을 나눌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나왔다”고 했다.

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

이들은 광화문광장에 있었던 세월호참사·김용균 추모 분향소, 부정 경마 지시 등 부조리를 고발한 뒤 세상을 등진 문중원 열사 추모공간 등을 둘러보며 광장에서의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하는 서울시를 비판했다. 박영임 ‘멸종반란가톨릭’ 활동가는 “광화문은 시민의 것이지 서울시장의 것이 아니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소에서 희생자를 애도하고, 자유롭게 집회·시위를 할 수 있도록 하지 못하는 것은 ‘나쁜 행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록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고, 지자체가 광화문광장에서 모이지 못하게 하는 이런 때일수록 더욱 사람들과 함께 모여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공동행동은 지난 10월13일 ‘광화문광장에서 집회 금지하는 오세훈 시장 규탄 집회’를 진행한 이후 관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서울시가 공유재산법과 서울시 조례를 들어 광화문광장에 대해 사실상 ‘집회 허가제’를 적용해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공유재산법상 지자체장은 목적 및 용도가 장애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소유한 행정재산에 대한 ‘사용 허가’를 낼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고, 서울시 조례는 광장의 조성 목적을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 및 문화활동 등’으로 정하고 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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