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전종서 “망해가는 세상에서 만 원이라도 더 챙기려는 사람들의 블랙코미디”
자신과 원조교제를 하러 온 중년 남성의 장기를 경매에 부치고 그의 몸을 칠판처럼 써버리는 무표정한 얼굴의 여성.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몸값>의 장기매매 조직원 ‘박주영’을 전종서는 몸에 착 붙은 듯 연기한다.
지난 10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전종서는 “잠깐 나와 펀치를 날리고 도망가고 또 다시 와 날카롭게 베고 도망가는 캐릭터를 만들어보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몸값>은 장기매매 조직이 몸값 흥정을 벌이던 건물에 지진이 일어나며 펼쳐지는 재난 스릴러다. 14분 짜리 동명의 단편영화 <몸값>(2015)을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배우들의 연기와 긴장감 넘치는 연출로 호평을 받고 있다. 공개 2주차에 주간 유료가입기여자수 및 시청자UV에서 티빙 전체 콘텐츠 1위에 등극했다. 전종서는 장기매매 조직에서 원조교제를 미끼로 남성들을 물어오는 박주영 역을 맡았다.
전종서는 “원작의 키포인트는 배우들이 끊임없이 주고받는 대사와 말싸움인데 이번 <몸값>에서는 그것을 가져와 디스토피아물로 바꿨다”고 말했다. 원작의 팬이었던 그는 새롭게 완성된 <몸값>을 보고 만족이 컸다. “제한된 공간 안에서 재해가 발생할 때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완성물을 보니) 어느 순간 깊이 몰입돼 시간가는 줄 모르는 매력이 있있어요. 아주 흡족했죠.”
주인공 주영은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고, 상대를 회유하고, 무섭게 돌변해 무기를 휘두른다. 캐릭터가 만들어지기까지 전종서의 아이디어가 많이 반영됐다. 그는 “주영이 존댓말 반말을 섞어가며 치고 빠지고 또 속이고 빠지고 하는 ‘놀이’ 같은 설정은 제 아이디어였어요.”
<몸값>의 매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배우들의 연기다. 주연 전종서와 형수 역의 진선규 두 배우가 뿜어내는 에너지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전종서는 호흡을 맞춘 진선규에 대해 “촬영 1~2달 전 리허설 때부터 대사를 완벽하게 암기해오셨다”며 “달리거나 몸을 쓰는 신도 많았는데 체력적으로도 대단하다”고 했다.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의 지하에서 지상으로 탈출하는 과정을 다룬 만큼 체력적으로 고된 촬영이었다. “1화를 빼면 계속 몸이 젖은 상태로 촬영했어요. 따뜻하게 입었다 젖었다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반복하는 ‘물과의 전쟁’이었죠. 체력적으로 지쳤지만 재밌는 촬영이었어요.”
전종서는 2018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으로 데뷔한 이후 줄곧 강렬한 캐릭터를 맡아왔다. 영화 <콜>에서는 사이코패스 살인자를, 넷플릭스 시리즈 <종이의 집>에서는 북한 출신 은행털이범을 연기했다. 개봉을 앞둔 할리우드 진출작 <모나리자와 블러드문>에서도 초능력을 지닌 모나 역을 맡았다.
전종서는 “강렬한 캐릭터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시나리오가 재미있고 연기를 하는 과정과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재미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작품 선택 기준”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로 로맨스를 꼽았다. “그동안 로맨스 장르를 기피했어요. 내 안의 사적인 한 부분을 꺼내보여야 하니까요. 요즘은 도전해보고 싶어요. ‘쟤 실제로 연애할 때 저럴 것 같다’고 할 만큼 실재에 가까운 멜로요.”
지난 4일 공개된 <몸값>의 마지막 화(6화)는 무너진 건물에서 탈출한 인물들이 제3의 인물들을 만나며 끝이 난다.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음을 암시하는 결말이지만 시즌 2 제작 여부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전종서는 “출연 제의가 오면 당연히 할 생각”이라며 “(시즌 2에서는) 건물에서 탈출한 이후 야외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다뤄지지 않을까”라고 추측했다.
“망해가는 세상에서 뭐라도 해보려고, 만 원이라도 더 챙기려고 아등바등하는 사람들의 블랙코미디예요. 큰 화면으로도 핸드폰 화면으로도 부담없이 보실 수 있는 작품이니 겁먹지 말고 재밌게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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