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8개월만에 헤르손 수복… 올겨울 ‘평화협상’ 재개될까

박용하 기자 2022. 11. 1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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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헤르손 최전선 부근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2S7 피온 자주포 위에 올라타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남부 지역의 요충지 헤르손을 8개월 만에 사실상 수복했다. 이번 수복 이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의 평화협상이 재개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전날 꽃을 든 헤르손 주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도시 내로 진입했다. 앞서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반격을 받아온 러시아군은 지난 10일 전투력 보존과 보급로 확보를 위해 3만명의 병력을 헤르손에서 철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헤르손 수복은 지난 2월24일 전쟁 개시 후 우크라이나가 거둔 최대 전과 중 하나로 평가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헤르손 수복 뒤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며 기뻐했다. 크름반도와 맞닿아 있는 헤르손은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장 먼저 점령한 전략적 요충지다. 헤르손은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는 크름반도와 국경을 접하고 있어, 이 곳을 내주면 러시아는 크름반도 공략에 유리한 위치를 내주게 된다.

이번 수복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의 평화협상이 재개될 가능성도 주목된다. 앞서 서방 전문가들은 올겨울을 평화협상 기회로 평가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의 헤르손 철수 결정을 두고 “휴전 협상의 진정성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려는 정치적 목적이 담겨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수일 내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화하게 되면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또 평화협상을 위해 러시아가 어떤 조처를 취할 수 있을지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어느 시점에 러시아와의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대화의 조건은 우크라이나가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전날 “우크라이나 없이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그 어떤 것도 결정하지 않는다”며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협상하도록) 압박하거나 지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최근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와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도록 압박하고 있다는 일각의 관측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집권당 ‘국민의 종’ 다비드 하라하미야 대표는 13일 텔레그램 채널에서 “솔직히 나는 러시아와 미국 양쪽 모두에서 (대통령) 선거 경쟁이 시작되는 내년 하반기 어느 시점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협상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2024년 3월, 미국은 2024년 11월에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에정이다.

우크라이나는 헤르손 수복 이후에도 공세를 중단하거나, 전황이 교착 상태에 빠지도록 놔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NYT 등은 우크라이나군이 남부의 또다른 도시 멜리토폴을 향해 새로운 공세를 준비하는 조짐이 관측된다고 보도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군도 헤르손 수복 과정에서 다수의 병력 피해를 입어 추가 공세가 어느 정도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후퇴하기 전 헤르손 내에 있는 통신과 수도, 난방, 전기 등 주요 기반시설을 파괴했다며 인도주의적 위기를 우려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당국은 헤르손 현지의 안정화 조치에 착수했으며, 약 2000개의 지뢰와 부비 트랩 등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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