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누군들 폼 나게 사표 던지고 싶지 않겠나”···연일 논란에 속 타는 국민의힘
국민의힘이 13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연이은 발언 논란에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 장관이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책임을 피하겠다는 게 아니다”, “수사 결과를 봐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 장관의 사퇴가 결정될 때까지 시간을 끌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장관은 지난 12일 보도된 중앙일보와의 문자 인터뷰에서 “누군들 폼 나게 사표 던지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겠나”라며 “하지만 그건 국민에 대한 도리도, 고위공직자의 책임 있는 자세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밝혔지만 야권에서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참 뻔뻔한 장관”이라며 비판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이 장관의 계속되는 발언 논란에 사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한 영남권 중진 의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사퇴는 비극적인 희생과 고통에 대해 책임지는 거지 폼 나게 사퇴하고 볼품 없이 사퇴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 장관이 정치인도 아니고 정무직을 처음 하다 보니 정치적 의사표현이 좀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입장에서 볼 때 그런 것도 인사 조치에 대한 판단 자료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정치적으로 잘하면 사퇴 여론이 줄어들 텐데 계속 말실수를 하니까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사퇴 수순을 밟되 참사 수습을 마친 뒤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중진 의원은 “이 정도 큰일이 일어났으면 안전 책임의 중심에 있는 사람으로서 이유 없이 책임감을 크게 느낀다고 했어야 했다”며 “그 뒤 사태 수습을 했어야 하는데 처음부터 책임 유뮤를 말한 건 국민 정서와는 거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 3선 의원은 “(이 장관이) 잘했다는 사람은 없지 않나”라며 “다만 수습하고 나서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이 장관에 대한 책임론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선수습 후책임’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지금 수순을 밟아 가는 것이다. 책임을 피하겠다는 게 아니지 않나”라며 “어떤 경우든 국정 공백이 생기게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적절히 결정하지 않겠나”라며 “지금 분위기로 봐서는 시기가 문제인 것 같다. 연말에 개각이 있을 수도 있으니 그때 같이 (교체)하면 책임론이 희석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여론이 여권 전반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으면서도 윤 대통령의 부담을 덜기 위한 고심의 결과로 해석된다.
인사권을 쥔 윤 대통령은 이 장관 경질론에 대한 물음에 침묵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동남아 순방 환송을 나온 이상민 장관이 다가와 목례하자 이 장관의 어깨를 두 번 두드리며 인사를 나눴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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