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악단과 내한공연, 포기할 수 없었죠” [인터뷰]

박대의 2022. 11. 1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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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ARD 콩쿠르 우승 플루티스트 김유빈

유럽챔버 단원 코로나 확진돼

대타로 급히 귀국해 무대 서

플루티스트 김유빈
이달 초 4년 만에 내한한 유럽 챔버 오케스트라 무대에서 유독 눈에 띄는 음악가가 있었다. 플루트 연주자 김유빈(25)이 그 주인공. 중장년 단원들 사이에서 20대 한국인 연주자의 앳된 얼굴은 객석 먼 곳에서도 느껴질 정도로 차이가 났다. 하지만 외모보다 그를 더 주목하게 만든 것은 공연장을 울리는 청명한 플루트 소리였다.

지난 2015년 체코 프라하 춘계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주목받은 김유빈은 이듬해 19세의 나이로 독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종신 수석을 맡으며 세계 클래식 음악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 9월에는 유럽 최대 경연으로 꼽히는 독일 ARD 국제음악콩쿠르 플루트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에 오르며 또 한번 존재감을 드러냈다.

우승 성과를 안고 돌아온 한국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그의 귀국이 공연 직전 결정된 탓에 알려질 새도 없었다.

“이번에 한국 오기 3일 전에 연락을 받았어요. 플루트 단원이 코로나19에 확진돼 급하게 자리를 채울 사람이 필요하다고요. 협연한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형한테도 부탁을 했는지 따로 연락이 올 정도였어요.”

지난 11일 내한 공연의 마지막 무대인 인천에서 만난 김유빈은 귀국 전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한국에서 세계적 관현악단과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저도 제 악단의 일이 있으니까 쉽게 결정할 수는 없었죠. 그런데 한국에서 하기도 하고, 이 악단이 음악가들한테도 잘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보니 제가 엄청 무리를 해서 합류하게 됐어요. 체임버 오케스트라(소규모 편성의 관현악단)에서 연주하는 것도 처음이거든요. 인원이 적어지다보니 내야하는 소리도 달라져요. 연주하는 음악의 장르도 다르고요. 인원이 적어서 단원끼리 감정을 공유하는 것도 비교적 쉬워지더라고요. 많이 배웠어요.”

그는 이미 7년 전 세계적 대회에서 우승하고 악단에서의 안정적인 생활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다시 경쟁에 뛰어든 것은 더 오래 음악가의 삶을 보내려는 의지에서 비롯됐다.

“원래 ARD 콩쿠르가 2020년에 열릴 예정이었어요. 당시에는 제가 악단에 합류한지 5년 정도 됐으니까 새로운 동기부여가 필요해서 나가려고 했죠. 그런데 2년이 미뤄지니까 또 고민이 되더라고요. 대회가 악단이 가장 바쁜 시기에 열렸거든요. 마지막까지 고민을 하다 한달 정도 준비하고 나갔죠. 그동안 노하우가 많이 생겨서 그런지 오히려 단기간에 준비한게 효과적이었던 거 같아요.”

그는 앞으로도 플루트를 연주하며 다양한 음악적 영감을 탐구해나갈 계획이다.

“플루트를 하면서 좋은 결과가 나왔고, 저도 하면서 행복하니까 계속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재능이 있어야만 음악을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유럽 음악가들은 복수 전공도 많이 하거든요. 플루트 연주자 중에 지휘를 전공하는 분들도 많아요. 저도 언젠가 그렇게 될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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