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폐허 곳곳에 ‘깜짝 벽화’···뱅크시가 위로를 남겼다[사진으로 보는 세계]
‘얼굴 없는’ 화가 뱅크시의 그래피티 작품이 러시아의 침공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에 나타났다.
뱅크시는 11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에 러시아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 위에서 물구나무를 서는 체조 선수 형상의 그래피티를 올렸다. 뱅크시는 사진과 함께 “보로디얀카, 우크라이나”라는 문구를 써 작품이 있는 곳을 알렸다.
보로디얀카는 수도 키이우에서 북서쪽으로 약 60㎞ 떨어진 곳에 위치한 마을로 지난 2월 말 러시아군 침공 초기부터 대규모 공습과 봉쇄에 시달렸다. 지난 4월 초에야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해방됐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는 이곳에서 최소 40명의 민간인이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격에 희생됐다고 추산했다.
뱅크시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그래피티는 키이우 주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보로디얀카의 다른 건물 잔해 벽에는 한 어린이가 유도 경기 도중 성인 남성을 바닥에 내동댕이 치는 모습이 그려졌다. 유도 유단자로 교육용 비디오에 출연하기도 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꼰 것으로 해석된다.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빗댄 것이라고 분석했다.
키이우 외곽 이르핀의 한 건물 잔해 구멍 위에는 리듬체조 선수가 목보호대를 착용한 채 리본을 돌리는 모습의 그림이 있다. 이르핀과 부차는 러시아군의 민간인 학살 의혹이 제기되는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러시아의 전쟁범죄를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반전 여론이 거세졌다.
키이우의 한 콘크리트 방호벽에도 뱅크시 작품으로 추정되는 그래피티가 있다. 탱크 진격을 막기 위해 세워둔 X자 철제 구조물을 시소 삼아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렸다.
철저히 신원을 숨겨 ‘얼굴 없는’ 화가로 불리는 뱅크시는 폭력 반대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과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유명해졌다. 그는 2015년 이스라엘이 봉쇄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건물 잔해에도 작품을 남겼으며, 2018년에는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 나온 자신의 그림 ‘풍선과 소녀’가 104만파운드에 낙찰되자마자 자동으로 종이 파쇄기에 갈갈이 찢기게 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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