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사 밸리는 어떻게 호주 와인의 심장이 됐나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최현태 2022. 11. 13. 14:23
바로사 밸리·이든 밸리·클리어 밸리·애들레이드 힐·맥라렌 배일·쿠나와라 등 주요 산지 남호주에 집중/6개 국가 45개 수입사 포함 ‘남호주 와인 앰배서더 클럽’ 발족/한국 8개 수입사 선정 남호주 프리미엄 와인 수입 우선 할당·교육·여행 지원/닉 챔피언 남호주 정부 무역투자부 장관 방한 인터뷰
식스팩이 쫙 갈라진 구릿빛 남자. 와인을 한 잔 마시자 미드 ‘왕좌의 게임’의 짐승남 제이슨 모모아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시간이 좀 지나 와인이 열리자 마치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적 예술가 미켈란젤로가 한껏 솜씨를 부려 만든 대리석 조각 작품 다비드상의 복근을 보는 듯, 섬세하면서도 아름답습니다. 이런 강한 근육질의 남자 같은 와인은 호주하면 떠오르는 품종 쉬라즈(Shiraz)랍니다. 한국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호주의 레드 품종이죠.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대부분의 쉬라즈 와인이 생산되는 곳이 ‘호주 와인의 심장’으로 불리는 남호주의 바로사 밸리(Barossa Valley)랍니다. 남호주는 호주 와인의 생산의 50% 가량을 책임지는 대표 와인산지입니다. 특히 남호주의 와인 수출액은 2021년 13억달러로 호주 와인 총수출액의 62%를 차지합니다. 드넓은 호주 대륙에서 어떻게 남호주가 호주 와인의 역사를 이끄는 핵심 산지가 됐을까요.
◆호주 와인의 심장 남호주 바로사 밸리
호주 와인의 역사는 시드니가 있는 뉴사우스웨일즈에서 시작됩니다. 생산자들은 더 서늘한 곳을 찾아 남쪽인 빅토리아주로 내려갔고 다시 서쪽으로 이동해 남호주 바로사 밸리에서 활짝 꽃을 피우게 됩니다. 바로사 밸리뿐만 아니라 호주 와인을 대표하는 중요 산지 이든 밸리, 클래어 밸리, 애들레이드 힐, 맥라렌 배일, 쿠나와라도 남호주에 몰려 있습니다. 호주 와인을 얘기할 때 남호주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죠. 따라서 남호주 산지만 좀 알아도 호주 와인을 고를때 큰 도움이 됩니다. 물론 빅토리아주에도 야라 밸리, 절릉, 골번 등 뛰어난 산지가 많고 서호주에도 마가렛리버 등에 프리미엄 와인이 생산됩니다.
쉬라즈 품종은 대부분의 호주 와인산지에서 생산되는데 왜 바로사 밸리가 가장 유명하게 됐을까요. 바로 포도나무 뿌리를 감염시켜 죽게 만드는 필록세라를 피한 곳이기 때문이에요. 덕분에 지금도 수령 50년은 물론, 100년이 넘는 올드바인들이 무럭무럭 자라며 포도를 생산하한답니다. 올드바인은 왜 뛰어난 와인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까요. 바로사 밸리는 날씨가 굉장히 덥고 건조한 지역입니다. 따라서 포도나무 뿌리는 영양분을 찾기 위해 땅속 깊숙하게 뿌리를 내리죠. 이렇게 되면 다양한 토양층의 미네랄을 포도가 잔뜩 움켜쥐게 됩니다. 올드바인은 훨씬 더 깊게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적게 맺지만 덕분에 응축미와 복합미가 뛰어난 포도를 만들어 낸답니다.
재미있는 정보 하나 알려드릴께요. 병에 그냥 ‘Barossa’라고만 적힌 쉬라즈 와인도 있답니다. 이런 와인은 바로사 밸리 주변의 이든 밸리 등 소위 ‘바로사존’의 쉬라즈 포도를 함께 사용한 와인입니다. 바로사 밸리에서 생산된 쉬라즈로만 만든 와인과는 약간 품질이 다르죠. 따라서 좀 더 파워풀한 호주 쉬라즈를 먹고 싶다면 ‘Barossa Valley’라고 정확히 적힌 와인을 선택해야한답니다.
◆부르고뉴 뺨 치는 애들레이드 힐 샤르도네
바로사 밸리가 쉬라즈로 유명하다면 바로사 밸리보다 더 남쪽이라 서늘한 애들레이드 힐(Adelaide Hills)에선 아주 매력적인 프리미엄 샤르도네가 생산됩니다. 부르고뉴 빌라쥐급 샤르도네 뺨칠 정도로 빼어난 샤르도네가 넘쳐 납니다. 그럼에도 가격은 3분의 1 수준이랍니다. 한국 수입사나 소비자들이 애들레이드 힐 샤르도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요즘 서호주의 마가렛 리버가 뜨면서 애들레이드 힐이 조금 밀리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샤르도네는 최고 품질을 자랑합니다. 한류의 영향보다는 고도가 높아 서늘한 기후를 띠고 일조량이 뛰어나면서 일교차가 커 당도와 산도 밸런스가 아주 좋은 샤르도네가 재배됩니다.
애들레이드 힐 남쪽의 맥라렌 배일(McLaren Vale)은 1838년에 처음 포도를 심었을 정도로 역사가 깊어 바로사 밸리와 함께 남호주 와인을 이끄는 쌍두마차로 평가됩니다. 지중해성 기후와 다양한 토양, 서늘한 해풍의 영향으로 쉬라즈와 카베르네 소비뇽은 물론 사그란티노, 비오니에, 마르산, 리슬링 등 산도와 집중력이 뛰어난 다양한 품종들이 재배됩니다.
바로사 밸리 바로 북쪽의 클래어 밸리(Clare Valley)와 바로사 밸리 동쪽에 딱 붙어있는 이든 밸리(Eden Valley)도 요즘 샤르도네와 함께 리슬링 등 화이트 품종으로 아주 유명해졌습니다. 특히 리슬링이 뛰어납니다. 보통 리슬링은 독일이나 프랑스 알자스 등 서늘한 기후에 잘 자라죠. 그런 리슬링이 어떻게 호주에서 성공했을까요. 대부분의 신대륙 화이트 생산지는 한류의 영향을 받아 기후가 서늘합니다. 미국 소노마나 까르네로스, 칠레 카사블랑카의 레이다 등 유명한 화이트 생산지는 대부분 바닷가에 있답니다. 그런데 클래어 밸리와 이든 밸리는 한류가 아니라 고도의 영향을 받아 쿨클라이밋 기후를 보입니다. 포도밭 해발고도가 거의 500m까지 올라갑니다.
여기에 클래어 밸리와 이든 밸리의 리슬링이 엄청나게 높은 평가를 받은 배경이 또 하나 있답니다. 와인 전문가들은 보통 미네랄이 느껴지면 유럽 와인이라 여깁니다. 그래서 독일과 알자스 등의 석회질 토양에서 만든 와인에서만 미네랄이 느껴진다고 믿었죠. 소믈리에들도 보통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할때 미네랄 캐릭터로 구대륙 와인과 신대륙 와인을 구분합니다. 그런데 클래어 밸리와 이든 밸리 리슬링이 이런 선입관을 깼답니다. 그냥 평범한 미네랄이 아니라 돌맛이 느껴질 정도로 엄청난 미네랄이 돋보여 와인 전문가들은 클래어 밸리와 이든 밸리 리슬링을 극찬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남호주에는 최고의 카베르네 소비뇽이 생산되는 쿠나와라(Coonawarra)도 있습니다. 남호주에서도 마운트 감비에르(Mount Gambier)와 함께 가장 남쪽에 있는 산지랍니다. 주요 산지에서 혼자 뚝 떨어져 있는데 날씨가 무지 더운 곳입니다. 나머지 산지들은 주로 쉬라즈를 키우는데 이곳은 왜 카베르네 소비뇽이 등장할까요. 토양이 좀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황토와 좀 비슷한 아주 새빨간 테라로사 토양입니다. 황토는 진흙성분인 반면 테라로사는 커다란 돌들이 풍화되면서 깨져서 만들어진 풍화토로 기본 성분이 자갈로 배수가 굉장히 잘 됩니다. 특히 블라인트 테이스팅하면 확연하게 티가 나는데 파워풀한 유칼립투스 향이 도드라져 프리미엄 카베르네 소비뇽 산지로 명성을 얻고 있답니다.
◆남호주 와인 앰배서더 클럽 발족
이처럼 매력 넘치는 호주 와인을 국내 소비자들이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한국, 일본, 홍콩, 싱가포르, 인도, 뉴질랜드 등 6개 국가에서 ‘남호주 와인 앰배서더 클럽인 ‘SAWAC(South Australian Wine Ambassadors Club)’이 발족된 덕분입니다. 모두 45개 수입사가 선정됐고 한국은 8개 수입사가 1기 SAWAC 멤버로 선정됐습니다. 수입사들은 앞으로 다양한 호주 프리미엄 와인을 적극적으로 수입하게 되며 여러 혜택도 받게 됩니다.
SAWAC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은 닉 챔피언(Nick Champion) 남호주 무역투자부 장관을 만나 남호주 와인의 매력을 따라갑니다. 장관이 생각하는 남호주 와인 경쟁력은 어떤 점일까요. “클래어 밸리, 바로사 밸리, 맥라렌 베일 등 아주 많은 산지에서 다양한 품종이 생산됩니다. 또 산지마다 다양한 마이크로 클라이밋을 지닌 세부 산지가 펼쳐집니다. 이런 다양성이 남호주 와인 장점을 대변하죠. 탁월한 와인메이커도 한 몫합니다.”
SAWAC은 코로나19로 산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남호주 와인 시장을 좀 더 다변화하고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남호주 와인에 열정을 지닌 그룹들의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 남호주 와인 소비를 독려하고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취지로 SAWAC을 기획했습니다. 남호주 와인이 아무리 탁월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시장에 소개하는 열정을 지닌 수입사가 꼭 필요합니다. 오랫동안 남호주 와인에 열정을 보이고 시장 판매 경험이 풍부한 수입사 위주로 SAWAC 멤버를 선정했습니다. SAWAC 발족을 계기로 수입 업체들이 남호주 와인의 포트폴리오 늘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 남호주의 와인은 물론 음식, 라이프 스타일, 여행, 유학, 와인 등 다양한 남호주의 브랜드도 함께 홍보하는 기회가 될 겁니다.”
앞으로 SAWAC 회원들은 4년동안 다양한 혜택과 지원을 받게 됩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 평론가 제임스 할리데이(James Halliday)와 토니 러브(Tony Love)가 이끄는 마스터 클래스 참여가 대표적입니다. “제임스는 와인업계에서 50여년동안 활동한 세계적인 권위자로 그가 지닌 많은 지식과 업계의 지혜를 SAWAC 멤버들과 공유하게 됩니다. 토니는 와인 전문기자이자 교육자이며 대회 심사위원으로 활동하는 열정적인 인물입니다. 남호주의 와인 양조와 소비 트렌드도 잘 알고 있죠. 멤버십 끝난 뒤에도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다양한 자료를 제공받고 할당량이 정해진 트로피 수상와인 등 프리미엄 와인 수입때 우선순위 자격이 부여됩니다. 남호주는 산지마다 음식문화 라이프 스타일이 굉장히 다양한데 여행을 통해 남호주 문화를 체험하는 기회도 제공될 예정입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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