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도 노래로”…가수 안예은과 함께한 문화예술교육

정주원 2022. 11. 1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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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일상 가까이 문화예술교육’ 캠페인
해시태그 이벤트 등 11월 한달간
싱어송라이터 안예은과 함께한 작사수업
9세 참가자 “남동생 밉지만 고민 나누고
노래로 만들어보니 마음 눈녹듯 풀려요”

“심심할 땐 같이 놀고 싶다가도 울고불고 바닥을 구르는 내 동생, 나도 가끔은 바닥을 구르고 싶어.”

아홉살 허고은 양이 네살 어린 남동생을 향한 남모를 고민을 한 편의 시처럼 가사로 짓는다. 곧이어 가수 안예은이 “사랑을 듬뿍 받는 나이에 누군가와 뭘 나눠야 하고 자신의 속상함을 전부 표출하지 못하게 되면 정말 힘들 것”이라고 공감의 말을 건네고, 즉석에서 피아노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멜로디를 붙여준다. 근사한 노래 한 구절이 완성된다.

11일 문화역서울284 RTO에서 개최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일상 가까이 문화예술교육’ 워크숍에서 참가자들이 가수 안예은의 작사 수업을 듣고 있다. <한주형 기자>
지난 11일 문화역서울284 RTO에서 열린 ‘일상, 가까이 문화예술교육’ 캠페인의 작사 워크숍에선 허 양을 비롯해 사연 신청에 당첨된 남녀노소 20명의 참가자가 안예은과 2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곡 만들기 체험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해 11월 한 달 동안 열리는 ‘일상, 가까이 문화예술교육’ 캠페인의 일환이다.

특별해 보일 것 없는 일상이어도 글로 써 운율을 붙이면 노래가 되고, 백지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고 붓을 들면 나만의 그림 작품이 된다.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막막하다면 주변에서 의외로 쉽게 교육 수업이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는 게 이번 캠페인의 취지다. 허 양은 워크숍이 끝난 뒤 매일경제와 만나 “사람들 앞에서 고민을 나누니 마음이 다 풀렸다. 집에 가서 동생을 봐도 짜증이 안 날 것 같다”며 “평소 좋아하는 가수가 음악을 만들어주니 좋고 신나는 기분”이라고 했다.

이날 워크숍을 이끈 안예은은 고민을 들어주는 친구처럼, 음악가의 길을 먼저 간 뒤 조언을 나눠주는 선배처럼 참가자들과 소통했다. 그는 2016년 방송 공개 오디션 K팝스타5의 준우승자로 각인된 싱어송라이터. 타령하는 듯한 특유의 창법과 전통 설화, 동물 등에서 영감을 받는 독특한 스타일로 ‘문어의 꿈’ ‘홍연’ ‘상사화’ ‘딥블루(Deep Blue)’등 여러 인기곡을 만들고 불렀다.

가수 안예은이 11일 문화역서울284 RTO에서 열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일상, 가까이 문화예술교육’ 워크숍 참가자를 대상으로 작사 수업을 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자신의 꿈과 생업 사이의 괴리를 느끼며 고민하고 있다는 참가자에게 안예은은 “너무 힘들 땐 ‘그냥 힘들어하면 지나간다’는 말에 공감한 적이 있다. 아무쪼록 건강하게 힘든 시간을 버티셨으면 한다”며 “고민을 하다보면 기회가 오는 것 같다”고 위로했다. 실용음악을 전공하고 있지만 곡 완성이 어렵다는 사연엔 “한 토막씩 쓴 것도 다 남겨놨다가 나중에 합치면 새로운 음악이 될 수 있다. 정말 아무것도 안 되는 날엔 그냥 집에 가고 내일 하면 된다”고 경험담을 나눴다.

한 참가자가 ‘로드킬’(동물 교통사고)을 주제로 가사를 쓴 뒤 ‘하고 싶은 얘기가 항상 심각해서 고민이다’고 하자 “심각하다고 해서 너무 고민하지 마세요. 심각한 노래를 하는 사람도 있어야죠”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현실적인 조언에 참가자들은 박수와 끄덕임으로 공감을 표했다. 이밖에도 어떻게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는 곡을 만들 수 있는지, 이별이 정해진 연애를 하는 심정에 재밌는 멜로디를 붙일 수 있을지 등 다양한 고민이 노래로 탄생했다.

이날 자신의 엄마에 대한 고맙고 미안한 복합적인 감정을 노래로 표현해본 박진영 씨(19)는 “평소에도 내 일상을 표현해보는 프로그램에 참여해보고 싶었는데 엄마와 저 모두 안예은 가수를 좋아해 오게 됐다”며 “이런 식으로도 작사를 할 수 있다는 걸 가볍게 배워봐서 좋았다”고 했다.

안예은도 워크숍을 마친 뒤 “평소 작곡과 작사를 동시에 하는 제 작업 방식과 워크숍의 방향이 잘 맞아서 참여하게 됐는데, 많은 분이 자신의 이야기를 정제되고 운율까지 맞춰 쓴 글로 표현하시는 것을 보고 놀랐다”며 “급하게 멜로디를 붙여드린 것이 송구스럽기도 했지만 즐거운 기억이 됐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또 “창작하는 삶을 너무 멀리 배척하지 않으셨으면 한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니 직접 곡조도 붙여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일상, 가까이 문화예술교육’ 캠페인이 열리고 있는 문화역서울284 RTO 전시공간에 가수 안예은의 애장품이 전시돼있다. <한주형 기자>
진흥원의 이번 캠페인에선 음악 분야의 작사 수업 외에도 △미술(작가 정은혜) △문학(시인 오은) △무용(안무가 겸 댄서 제이블랙) 등 다양한 분야 워크숍을 통해 일반인 참가자와 예술가의 만남이 이뤄졌다. 워크숍과 함께 작은 전시도 진행됐다. 예술가들이 각자 소장품이나 작품을 전시해둔 공간이다. 오은의 ‘작가의 서재’에는 추천 도서와 자필 메모가, 정은혜의 공간에는 직접 그린 그림과 친필 사인, 저서, 미술 도구 등이 놓여있는 식이다. 안예은은 악보대와 피아노, 모자와 티셔츠 등 애장품을 뒀다.

인스타그램에 ‘#일상가까이_문화예술교육’ 등 해시태그를 붙여 자신의 작품을 올리는 챌린지 이벤트는 11월 말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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