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尹 작심 비판, 용산서 정보계장 사망에…“얼마나 억울하면 목숨 끊겠나”

권준영 2022. 11. 1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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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삭제, 고작 정보계장 수준서 생각했겠나…그 정보보고가 어디까지 올라갔겠나”
이상민 행안장관·윤희근 경찰청장 저격
“일말의 양심 있다면 일선 실무자들, 죽은 희생자들과 유가족들 앞에 무릎 꿇고 석고대죄부터 해야”
“그들이 물러나지 않은 상태서 어떻게 지휘책임 추궁하고 ‘보고서 삭제’ 문제 수사하나”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이언주 전 국회의원. <이언주 측, 국민의힘 제공>
(왼쪽부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언주 전 국회의원, 윤희근 경찰청장. <경찰청 제공, 연합뉴스>

이언주 전 국회의원이 용산경찰서 정보계장 정모 경감의 사망을 두고, 윤석열 정권을 향해 "보고서 삭제를 고작 정보계장 수준에서 생각했겠나. 그 정보보고가 어디까지 올라갔겠나. 슬프다"라며 "얼마나 분하고 억울하면 목숨을 끊는가"라고 쓴소리를 했다.

특히 이언주 전 의원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등 윤석열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 전 의원은 13일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제하의 입장문을 내고 "왜 하위급 실무자들을 희생양 삼는가. 그래놓고 공직사회의 기강이 설 거라 생각하나"라며 "이런 식의 수사라면 참사의 구조적 원인, 국민 안전보다 권력에 줄서고 아부해야 출세하는 구조는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전 의원은 "이태원 참사의 주요 원인이 뭐였나. 누가 뭐라 해도 대규모 군중관리를 위한 경찰 인력을 충분히 사전배치하지 못한 것이었다"면서 "그리고 그 배경은 윗선에서 국민안전보다 정권 보호에 치중하고, 축제 등에서 질서를 유지하고 국민들을 안전하게 안내하는 일보다 집회시위 대응이나 경호 경비, 마약 단속 등 위에서 관심 갖는 기획성 수사에 실적을 내는데 더 관심이 집중되었기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본연의 경찰 책무보다 특별한 정치적 실적을 쌓는 게 개인의 승진에도 조직의 확장에도 훨씬 큰 영향을 미치는 세상이니 이게 일선의 책임이겠나"라면서 "그렇다면 이번 참사의 근원적 책임은 그러한 구조를 만들어내고 유지하는, 또한 그런 구조를 개혁하지 못하고 답습하고 있는 '윗선'에 전적으로 있는 것"이라고 윤 정부를 질타했다.

그러면서 "즉 대통령과 장관 등 행정부와, 여야 정치권, 그리고 치안과 지방행정을 책임진 수장들에게 근원적 책임이 있는 것이지 그들의 지휘를 받는 일선 실무자들의 책임은 부차적인 것"이라며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70%의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음이 나타났다"고 현 정치권 상황을 짚었다.

이 전 의원은 "그런데 지금 우리는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한다며 어떻게 하고 있나. 애꿎은 일선 실무자들을 희생양삼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우리 국민들은 당시 새벽까지 생중계를 통해 참상을 생생하게 목격했다. 심지어 지휘관들은 일부는 소식도 없고 일부는 엎어지면 코 닿을 서울거리를 화상으로 지휘한다며 생색만 냈지, 일손이 부족한 현장에는 누구도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 수위를 끌어올렸다.

또 그는 "그 가운데 용산소방서장 등 소방관들과 이태원파출소 순경들이 얼마나 현장에서 소리 지르고 고군분투하며 기자 응대까지 하는지를 봤다"며 "156명이 사망한 대참사에 높은 분들은 보이지도 않았고, 구청 시청 행정인력도, 지원기동대도 없었다. 오로지 소방 구급대원들과 파출소 순경들이 발버둥치고 있는 현장 상황을 지켜보며 국민들은 '나라도 달려갈까'하며 발을 동동 굴렀고, 기가 막혔고 눈물이 났다. '아, 이게 내가 사는 나라구나. 나도, 내 가족도, 그 누구도 언젠가 저렇게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라고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정부의 미진한 대응을 꼬집었다.

이어 "정작 그 자리에 코빼기도 안보이던 높은 분들은 왜 책임을 지지 않는가"라며 "이상민 장관이나 윤희근 경찰청장, 사건 수습부터 하는 게 책임을 다하는 거라고? 해도 해도 너무한다. 그들은 대관절 뭐 길래, 그들이 무슨 자격으로 그때 현장에서 발버둥 치며 고군분투하던 소방대원들과 파출소 경찰들에 대한 수사를 지휘하고 사고를 수습한단 말인가. 부끄럽지 아니한가"라고 이상민 장관과 윤희근 청장을 정조준했다.

그러면서 "이상민 장관 등은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일선 실무자들 앞에, 죽은 희생자들과 유가족들 앞에 무릎 꿇고 석고대죄부터 해야 한다. 그들이 물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지휘책임을 추궁하고 보고서 삭제 문제를 수사하나"라며 "너무나 뻔뻔스럽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통령실도 이상민 장관 등을 감싸고 돌아선 안 된다.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데 어찌 누구를 용서하고 말고를 결정하나"라고 거듭 날을 세웠다.

이 전 의원은 "용서는 오직 희생자 유가족들 부상자들과 국민의 몫"이라면서 "대통령이 출국 전 이상민 장관 어깨를 두드리는 모습이 생각난다. 그 의미가 국민과 일선 공직자보다 친구를 위한 의미가 아니길, 책임을 지란 뜻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전날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핼러윈 안전사고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중 숨진 용산경찰서 정보계장 정모 경감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김 청장은 이날 오후 7시 40분께 장례식장을 찾아 약 20분간 조문하고 유족을 만나 위로했다. 당시 일부 유족은 "살려내라",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 "명예를 회복하라"고 소리치며 항의했다. 조문객들 사이에서도 고성이 오가며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조문을 마친 김 청장은 굳은 표정으로 장례식장 앞에 대기하던 승용차를 타고 빠르게 빠져나갔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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