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참 좋다”...구단주 정용진, 유통과 야구 엮은 시너지

이상현 2022. 11. 1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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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한국시리즈 6차전 경기에서 키움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SSG 선수들이 구단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헹가래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내년에도 이거 받고 싶음. 중독됐음.”

SSG랜더스가 ‘2022 신한은행 쏠(SOL) KBO 포스트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다음 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인스타그램에 이렇게 적었다. 지난해 초 야구단을 인수할 당시 “본업인 유통과 야구를 연결하겠다”고 밝힌 포부가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 홈경기 절반 이상 직관...‘응원단장’도 자처

신세계가 SK와이번스를 인수한 건 지난해 1월이다. 당시 유통업계에서는 신세계의 결정을 이례적으로 보는 분위기였고, 야구팬들 사이에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흘렀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분야 간 선순환이 가능하겠느냐는 의문 때문이었다.

정 부회장은 선수 영입부터 직접 손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창단과 동시에 한국 출신 메이저리거 추신수를 영입했고, 올해 들어서는 SK와이번스의 스타였던 김광현과도 손을 잡았다. 메이저리거를 2명이나 영입하는 데는 정 부회장의 지지가 컸다는 게 업계 후문이다.

야구단 인수로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진 않을까. 정 부회장은 구단의 연고지를 그대로 인천으로 유지하고, 스태프 고용도 100% 승계했다. 선수와 구단 관계자들의 불안·동요를 막고, 혹여라도 있을 구단 팬들의 이탈까지 방지하겠다는 취지였다.

파격적인 시작만큼 구단 운영에도 열심이었다. 정 부회장은 1군과 2군, 육성 선수에 이르기까지 이름을 전부 외웠고, 선수 121명에게 SSG랜더스 명함과 사원증을 제작해 배부했다. 또 이들을 초대해 직접 만든 요리를 대접하기도 했다.

창단식에 99번 유니폼을 공개한 뒤 ‘응원단장’을 자처한 정 부회장은 올해에만 랜더스필드를 40번 이상 찾았다. 구단주인 그가 홈구장에서 치러진 72개 경기 중 절반 이상을 직관한 것이다. 구장 곳곳을 정비하며 선수·팬들과 스킨십을 늘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한국시리즈 동안 경기장을 방문하며 팀을 응원했던 SSG 구단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8일 눈밑에 종이 꽃을 붙이고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매출까지 이어진 ‘선순환’...“소속감 생겼다”

정 부회장의 열정에 힘입은 SSG랜더스는 지난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BO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4대 3을 기록했다. 창단 2년여 만에 정규시리즈와 한국시리즈의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의 리더십이 구단의 성적뿐 아니라, 그룹 전반의 사업 호조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랜더스필드 식음료(F&B)의 월평균 매출은 코로나19 전인 2019년보다 67%가량 증가했다.

이마트의 경우 올해 4월 랜더스필드에 140여종 상품을 판매하는 SSG랜더스 굿즈샵을 선보이기도 했다. 야구팬들로부터 인기를 끌면서 전국 이마트 점포로 판매처를 확대하고 있고, 한정판 유니폼도 잇따라 품절됐다.

또 SSG랜더스가 프로야구 정규시즌 선두권에 올라선 작년 5월에는 노브랜드버거(86개점)의 매출이 전월보다 3% 증가하기도 했다. 구단의 연고지인 인천의 경우 지점 6곳의 매출이 11% 상승했다.

신세계 안팎에서는 SSG랜더스를 둘러싼 정 부회장의 열정이 그룹원들의 내부 결속을 다지는 데도 한몫했다는 평이 나온다. 경기 우승과 매출 증대 등 눈에 보이는 성과뿐 아니라 조직 구성원 간 유대 관계를 돈독히 하는 역할도 해냈다는 것이다.

한 신세계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야구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팀원들과 SSG랜더스 경기를 응원하러 경기장에 몇 번 갔다”며 “그때 우리 회사 경기라는 소속감이 처음 들었고, 이후 그룹 차원에서 관련 프로모션을 진행할 때마다 들뜨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우승을 차지한 SSG 선수단과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8일 우승컵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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