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박주선 대한석유협회장 "尹 정부 성과, 인내심 필요…중도개혁으로 정치 갈등 해소해야"
여야 '대한민국 성공' 위해 힘 모아야
정치·외교 등 편향 시각 땐 국론 분열
이념 갈등 치유…실용가치 중점 둬야
국정이 난맥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첫 내각 구성부터 진통을 겪고 각종 사건·사고까지 겹치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보수와 진보 이념 갈등은 더 커졌고, 국회 내 여야 충돌은 해결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는다.
어느 때보다 원로들의 고견이 필요한 때다. 박주선 대한석유협회장은 윤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인내심을 당부했다. 박 회장은 윤 대통령 인수위원회 당시 취임준비위원장을 맡았다. 진보진영 정치활동을 해오다 정권교체를 위해 윤 대통령 선거를 도왔다. 박 회장은 이번 정부가 성과를 내기까지 여야는 물론 국민도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랜 법조와 정치 경험을 축적한 박 회장을 ET초대석을 통해 만나봤다. 박 회장은 대립의 시대, 정치적 분쟁과 이념 갈등을 넘어 사회가 통합하기 위한 해법을 겸손과 배려에서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담=소성렬 전자신문인터넷 이사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을 도운 계기는 무엇이었나.
▲윤석열 대선 캠프에 합류하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에는 취임준비위원회 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결과적으로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됐는지 모르겠지만 정치를 떠나 있는 동안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정권교체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권교체 당위성에 공감했던 것이 큰 이유다. 당시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되지 않은 새내기였다. 정치권 때도 많이 안 묻었고, 사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캠프에서 도움 요청이 왔고, 갈고 닦으면 보석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정권교체를 위해 합류를 결정했다.
-윤석열 정부 6개월 어떻게 평가하나.
▲취임한 지 6개월 정도 지났는데, 너무 많은 사건·사고와 이슈가 터지고 있다. 갈고 다듬는 기간이 충분하지도 않았고 아직 보석으로 완성되지도 않았는데, 초반부터 여러 이슈가 많이 생산되면서 총체적 난국이 펼쳐지고 있다. 안타까운 부분이다.
사회 전반에서 이번 정부에 대해 좀 더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도 헌법상 국가원수이고 행정수반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성과를 기다려줘야 한다. 대통령이 성공해야 대한민국도 성공할 수 있다. 성공 국가에는 여야가 없는 만큼 여야 모두 역할을 해줘야 한다.
여야 모두 궁극적 목표는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매사를 과도한 정쟁으로 몰고가선 안 된다. 정쟁보다는 정책으로 서로가 정정당당하게 승부하고 임기가 끝났을 때 각 진영이 선거로 평가를 받으면 될 일이다. '내가 지지하지 않았으니 반드시 실패해야 한다'는 접근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권이 실패해서 우리 국민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지지하지 않았으니 실패한 정권을 만든다는 생각은 민주주의 원칙을 어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청와대 법무비서관 시절 인사검증 관련 에피소드를 소개해 달라.
▲김대중 전 대통령 당시 민정수석은 폐지됐고 법무비서관으로 있으면서 각종 인사검증 작업을 맡았다. 가장 큰 어려움은 김 전 대통령 취임 당시 정치적 지지 기반이었던 동교동계 인사들에 대한 자리 문제였다. 김 전 대통령이 수많은 고초를 겪고 대통령이 되기까지 도왔던 분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것은 필요하겠지만 무조건 그럴 수만 없는 노릇이었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등으로 상황이 매우 어려웠다. 정권교체도 됐던 만큼 개혁을 위한 인재가 필요했다. 대통령을 도와줬다고 해서 등용할 수 없었고, 또 당시 많은 분들이 자천타천 하마평을 퍼뜨리면서 논쟁도 있었다. 인사 문제로 지탄도 많이 받았다. 일각에서는 '박주선이 동교동계를 배제한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때 김 전 대통령은 '모든 인사를 원칙에 따라 하라'고 지시하며 힘을 실어줬다.
A공기업 사장 자리에 관련해선 검증 패싱 이슈가 있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이 관계부처 장관과 상의해 자리를 내정했는데, 해당 인사의 일부 부적격 이슈가 발견됐다. 당시 임명 여부를 두고 김 전 대통령의 제고를 요청했고, 오랜 대치가 있었다. 하지만 결국 인사 관련 문제점을 조목조목 보고할 수 있었고 지명을 철회했다.
-지향하는 중도개혁 가치가 갈등 상황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보는지.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나아가려면 이념에 대한 갈등이 먼저 치유돼야 한다. 실용적으로 상황에 따라 보수와 진보 이론을 서로 혼합해 정책과 행동으로 보여줄 때가 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중도개혁을 주장했다. 반면에 지금 야당의 모습은 중도개혁은 찾아보기 힘들고 급진진보만 남아있다. 정치·외교·사회·대북 이슈 등 각종 정책에 있어 편향된 시각만 가져서는 글로벌사회 일원으로서 역량을 발휘할 수 없다. 안으로는 국민이 갈갈이 찢어지고, 국론이 분열한다.
오로지 실용가치에 중점을 두면서 필요에 따라 진보와 보수도 섞어서 사용해야 지역통합, 이념통합, 국민통합이 이뤄지는 것이다.
-좋은 정치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정치활동을 하면서 좋았던 기억을 떠올리면 '박주선은 검소하고 합리적이며 친화력 있다. 깨끗한 사람이다' 이런 평가를 받았을 때다. 이런 평가가 있을 때면 여야를 떠나 스스로 '일반 정치인과는 차별화가 됐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정치는 작은 힘으로 여러 사람과 국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다. 입법활동과 민원창구 역할을 통해 그동안 무시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외면받는 곳을 조명할 수 있다.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나 어머니 헌신으로 검사를 시작했다. 당시 어머니는 어려운 형편에도 자식교육 일념으로 안해 본 행상이 없었고, 당시 중학교 등록금 1100원을 마련하기 위해 매혈까지 하셨다. 지인들은 제가 사법고시에 수석 합격하고 검사가 된 것을 두고 '어머니의 헌신에 하늘이 감동했다'고 말하곤 했다.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검사 생활에서도 범죄라는 결과와 양형에 집중하기보다는 구체적 과정과 사정에 신경 쓰고 정상참작 여부를 많이 봤다. 범죄에 대해 법에 따라 똑같이 양형하고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하기보다 동기 등을 살피고 구체적 타당성이 있는 결정을 하려고 노력했다.
정치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입법, 정책, 민원 모두 결과보다는 과정, 합리성과 타당성 여부 등를 구체적으로 따지는 노력이 필요하다.
-진영을 가리지 않는 친화력의 정치활동을 했다. 지금 사회에 조언을 해달라.
▲초등학생 때부터 어른으로 성장하기까지 어머니 헌신으로 살아오는 과정에서 겸손과 배려의 자세를 교육받았다. 어머니는 항상 '잘난 체하지 말라' '주변에 도울 일을 생각해라'고 말씀하셨다.
지금도 이념과 진영이 달라도 서로서로 도우면 싸울 일은 없을 것이다. 되돌아보면 우리 역시 모두가 그동안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오며 살아왔다. 잘난 척하고 남을 차별하면서 굳이 빈축을 사며 살 이유는 없다. 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는 일에도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감사하고, 장사하시는 분은 손님이 매상을 올려주니 감사하다. 서로 감사하고 자극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
청년에게는 포기하지 말라는 조언을 하고 싶다. 요즘 청년들은 똑똑하고 식견도 넓어 이래라저래라 얘기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인생 선배로서 본인 목표와 방향이 설정됐다면 난관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주었으면 한다.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목표는 달성될 것이다.
-오랜 검사와 정치 생활, 어떤 시선으로 보였으면 하는가.
▲20여년간 검사를 지냈지만 떠난 지 너무 오래됐다. 내년 1월이면 검사를 그만둔 지 25년이다. 사법사상 유례없는 네 번의 구속과 네 번의 무죄를 받았다. 우리 사법 역사에서 다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검사로부터 부당한 구속을 당하는 과정에서 검사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인식이 많이 세척됐다. 그 계기로 정치인으로 출발했고 이제는 그 시기가 더 길다. 지금은 '검사의 시기는 있었지만 검사의 사고는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인수위원회 취임준비위원장 임무를 마친 이후에도 여러 일들이 있었다. 국무총리 후보자로도 거명되고,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도 언급됐다. 지금은 대한석유협회장이다. 직함 그대로 협회장이라는 명칭으로 불리는 것이 맞다. 협회장은 정치와는 무관하다. 윤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책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정치 예비군으로서 있겠다는 각오와 자세는 있다.
◇박주선 대한석유협회 회장은.
전남 보성 출신이다. 검사 20년, 정치 20년의 오랜 법조·정치 경력을 가지고 있다. 16회 사법고시에서 수석을 차지했다. 당시 호남 출신으론 드물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으로도 활동했다.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기획수사를 정면으로 반대해 수사를 대선 이후로 연기시켰고, 청와대 비서실 법무비서관으로 활동하게 된다. 당시 김 전 대통령과 검찰의 불편한 관계에서 가교역할을 하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 2기 내각 출범 과정에서 이른바 '옷로비' 사건이 터지면서 이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후 정치에 뛰어든다.
16·18·19·20대 국회를 거치며 4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고, 마지막 의원활동인 20대에는 국회부의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진영과 이념을 따르기보다 본인이 표방하는 중도개혁 가치를 추구하는 행보를 이어왔다. 민주당, 국민의당, 바른미래당을 거치며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치활동으로 여야 구분 없이 친화력과 포용력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캠프에 합류해 진보에서 보수로 전향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선국후당'을 외치며 정권교체를 위해 호남지역 지지를 호소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취임준비위원장으로 윤 대통령 취임식을 진두지휘했고, 현 정권에선 국무총리 후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후보 등으로 이름이 언급되기도 했다. 지난 10월 13일 대한석유협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경제인으로의 새로운 길을 시작하고 있다.
정리=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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