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건설사 신용 보강한 PF-ABCP 47.5%는 이번달에 만기 도래
증권사 혹은 건설사가 신용 보강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물량 중 절반가량은 이번 달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PF-ABCP 잔액은 총 35조6000억원이다. 이 중 증권사가 매입약정 혹은 매입 확약을 통해 유동성이나 신용을 공여한 규모는 20조원, 건설사의 지급보증이 포함된 PF ABCP 규모는 13조6000억원이다.
이 중 11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이 16조9000억원으로 전체의 47.5%를 차지한다. 12월 만기가 도래하는 물량은 4조9000억원 규모다. 전체 PF-ABCP 잔액 중 61%에 해당하는 21조8000억원이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것이다.
특히, 증권사들이 신용 또는 유동성을 공여한 PF-ABCP의 대부분은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한다. 공문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건설사들이 지급보증 등을 제공한 PF-ABCP 의 만기는 비교적 분산된 편이나, 증권사들이 신용이나 유동성을 공여한 PF-ABCP는 73.5%가 올해 안에 만기가 도래한다”며 “차환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강원도의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ABCP 자체에 대한 선호도 떨어지면서 중소형 증권사가 보증한 ABCP 만기 물량이 차환에 실패할 수 있다는 경계심이 커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채무 보증을 제공한 증권사들은 차환에 실패할 경우 자체 매입으로 물량을 막아야 하는데, 한 곳이라도 유동성 부족으로 물량을 소화해내지 못할 경우 연쇄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
차환 부담이 커지면서 금리도 크게 뛰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레고랜드 사태 전 6~7% 수준에서 형성됐던 PF-ABCP 금리는 최근 10~11%까지 오른 상태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강원도의 레고랜드 사태로 PF-ABCP와 ABCP, 일반 CP(기업어음)까지 차환 기피가 일어났고 조달 금리가 상승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중소형사가 보증한 A2 등급 ABCP를 우선 매입하는 유동성 공급 지원책을 내놓는 등 단기 자금시장은 안정화시키기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9개 대형증권사가 중소형사 ABCP를 사들이기로 한 4500억원 규모의 프로그램에 산업은행과 증권금융을 합류 시켜 지원 규모를 ‘1조원+α’으로 늘리겠다고 지난 11일 발표했다. 금융위는 A2 등급 ABCP를 우선 매입하되, 연말 자금시장 유동성 부족으로 차환이 어려울 경우 A1 등급 ABCP까지 소화할 계획이다.
금융위는 대형증권사들의 4500억원 규모의 프로그램이 연말에 만기가 도래하는 ABCP 물량을 모두 소화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추가 지원대책을 발표하면서 “단기자금시장의 가장 취약한 연결고리로 작용하고 있는 PF-ABCP와 CP 등에 대해 추가적인 정책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 연구원은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조치를 고려하면 현재 유동성 위험이 실제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유동성과 별개로 증권사들의 부동산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지난해 급격히 증가한 만큼, 기초자산의 부실 여부에 따라 증권사가 신용공여 및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를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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