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내년 전기요금 인상 불가피"…기준연료비부터 올린다
한국전력의 올해 적자가 사상 최대치인 30조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돼, 정부가 내년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대책 마련에 착수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전기요금 인상에 무게를 두고 요금 단가를 구성하는 여러 항목 중 하나인 기준 연료비부터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산업부 관계자는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세와 한전의 적자 상황을 고려했을 때 내년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면서 "현재 구체적인 조정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연료비 조정요금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산업부는 내년에 적용할 기준연료비부터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기준연료비는 최근 1년치 연료 가격을 바탕으로 책정되는데, 올해 들어 연료비가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kWh(킬로와트시)당 9.8원 인상이 결정된 기준연료비는 올해 4월과 10월에 4.9원씩 반영된 바 있습니다.
기준연료비는 관세청이 고시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석유 등 무역 통관 가격의 직전 1년간 평균치를 반영해 산정합니다.
LNG 가격은 올해 1∼9월 톤(t)당 평균 132만 5천600원으로, 지난해 1∼9월 평균 가격인 61만6천400원 대비 2배 넘게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유연탄 가격은 t당 124달러에서 355달러로 3배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이처럼 올해는 연료비가 작년과 비교해서도 급격하게 치솟은 만큼 내년 기준연료비는 대폭 인상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산업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직접적으로 요금을 올리는 방법은 기준 연료비와 연료비 조정 단가를 인상하는 것"이라며 "연료비 조정 단가 인상은 기준연료비 인상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요금은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폭과 강도가 어느 정도일지는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내달 말 기준연료비 인상안이 발표되면서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이 함께 발표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전이 올해 세 차례(4·7·10월)에 걸쳐 전기요금을 인상했으나 전기를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역마진 상황이 지속되면서 적자가 천문학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전은 작년 2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1∼3분기 한전의 누적 적자(21조 8천342억 원)는 이미 지난해 연간 적자(5조 8천542억 원)의 3.7배에 달합니다.
난방 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철에 접어드는 4분기에는 적자 폭이 더욱 확대되면서 올해 누적 적자가 30조 원을 웃돌 가능성이 큽니다.
금융·증권가에서 전망하는 한전의 4분기 영업 손실액 추정치는 8조∼9조원 대에 이릅니다.
한전은 유례없는 대규모 적자를 회사채 발행으로 막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최근까지 한전채 발행액은 25조 4천500억 원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발행액(10조 3천200억 원)의 2.5배에 달합니다.
여기에다 최근 자금 시장 경색으로 우량채권으로 분류되던 한전채마저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고, 현행법상 발행 한도 또한 내년 초쯤 소진될 상황입니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하는 가격인 SMP의 상한제도 정부가 연내 시범 도입할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입니다.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일평균 1KWh당 SMP는 지난달 13일 270.24원(육지 가중 평균치 기준)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시간대별로는 한때 1KWh당 300원을 넘기도 했습니다.
산업부는 지난 5월 SMP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할 경우 한시적으로 가격 상한을 두는 내용의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마련해 행정예고하고 개정 작업을 추진 중이지만, 지연되고 있습니다.
민간 발전업계가 SMP 상한제는 민간 발전 사업자의 수익을 빼앗아 한전의 적자를 메우기 위한 방편이며 자유시장경제 질서를 훼손하는 처사라고 반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산업부 측은 "SMP가 너무 높아 시장에 충격을 주는 비상 상황"이라며 "업계가 우려하는 점을 보완해 SMP 상한제를 연내 시범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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