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참전용사, 가슴 속 간직 '노르망디 소녀'와 78년 만에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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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도중인 1944년 나치 독일을 프랑스에서 몰아내기 위한 노르망디 상륙작전 직후 스치듯 잠시 만났다가 헤어진 영국군 병사와 프랑스 소녀가 78년 만에 백발이 성성한 90대 노인이 되어 재회했다.
12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웨일스 출신의 2차대전 참전용사 레지 파이(98)는 80년 가까이 어느 프랑스 소녀의 사진을 소중하게 간직해왔다.
다만 후퇴하는 독일군을 추격하며 프랑스 영토를 해방시키는 작업은 더디게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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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 바른 빵' 받은 소녀가 건넨 사진 꼭 간직
"이젠 당신과 결혼해야겠군요"… "그럽시다"
프랑스어를 모르는 파이는 표정과 손짓으로 ‘정어리를 줄까’ 하고 물었다. 위게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가 원한 건 잼을 바른 빵이었다.
“그녀는 초라한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었죠. 내가 빵을 주니 받아 들고선 쏜살같이 마을 광장을 가로질러 교회 쪽으로 뛰어갔던 게 기억나요. 그게 그녀와의 마지막 만남이었습니다.”(레지 파이)
전후 결혼해 평범한 삶을 살던 파이는 2015년 무려 72년 동안 해로한 부인과 사별한 뒤 한가지 결심을 했다. 그 ‘노르망디의 소녀’를 꼭 찾아서 죽기 전에 만나겠다고 말이다. 아들을 비롯한 식구들도 파이를 응원하며 백방으로 위게트의 소재를 수소문했다. 여러 해에 걸친 노력 끝에 최근에야 참전용사들을 위한 봉사단체 도움으로 위게트가 프랑스 북부 어느 요양원에 거주 중임을 확인했다. 그 또한 세 자녀의 어머니로 그간 열심히 살아왔다.
마침내 두 사람이 78년 만에 상봉하는 날 요양원엔 양가 가족이 거의 다 모였다. 파이는 미리 준비한 정어리 통조림과 잼, 그리고 빵을 보여줬다. 위게트는 웃으며 이번에도 잼을 바른 빵을 선택했다. 환호와 갈채 속에 둘은 포옹, 그리고 키스를 나눴다.
“이제는 당신과 결혼할 수밖에 없게 되었네요.”(위게트)
“그럽시다. 이것으로 뜻한 대로 다 되었소.”(레지 파이)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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