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룹’ 김혜수, 섬뜩한데 따뜻하다
서릿발 같은 위엄과 넓은 품을 동시에 품었다.
배우 김혜수가 국모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김혜수는 지난 12일 방영된 tvN 토·일 드라마 ‘슈룹’(극본 박바라/ 연출 김형식/ 기획 스튜디오드래곤/ 제작 하우픽처스)에서 성남대군(문상민)의 목숨을 노렸던 대비(김해숙)와 황원형(김의성)을 견제하는 한편 왕세자가 되기 위해 경쟁하고 몸과 마음의 상처를 입은 왕자들을 품어주는 따뜻하고 자애로운 중전 화령의 모습을 그려 눈길을 끌었다.
이날 화령은 성남대군을 해치려던 대비의 음모를 알게 된 후 그와 강도 높은 신경전을 펼치며 진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대비는 화령이 준 천남성을 달여 마신 후 위독해졌다며 이호(최원영)에게 화령을 모함했다. 이 천남성은 앞서 화령이 경고의 메시지로 대비에게 전한 독초였다. 그러나 소문과 달리 멀쩡한 대비를 본 화령은 “이러실 줄 알았으면 제가 직접 달여서 올릴 걸 그랬다. 진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면 광대처럼 싸구려 연희를 펼칠 필요는 없으셨을 텐데”라며 차게 응수했다.
화령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황원형 앞에 성남대군을 해친 범인인 부두령을 꿇어 앉힌 후, 그가 황원형의 사주를 받아 범행을 저질렀음을 실토하게 했다. 당황하는 황원형에게 화령은 “성남대군의 살해를 지시하고 그 누명을 대감께 씌우기까지 한 것은 바로 대비마마”라며 대비가 보검군(김민기)과 태소용(김가은)을 밀어주고 있다는 것을 은밀히 알렸다. 그러면서 “이러다 영상대감과 제가 손을 잡아야 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라는 뼈있는 농담으로 대비와 황원형의 사이 불신을 심었다.
한편, 세자선발전에서도 낙오자가 속출했다. 일영대군(박하준), 호동군(홍재민)도 다시 궁으로 돌아왔다. 심소군(문성현)은 낙오해 돌아온 자신에게 “차라리 죽지 그랬냐”며 매정하게 돌아선 어미 고귀인(우정원)에게 상처받고 자책하다 스스로 목을 맸다. 가까스로 구한 심소군의 의식이 돌아오자 화령은 “사람은 누구나 완벽하지 않다. 스스로 만족한다면 꽉 채우지 않아도 썩 잘 사는 것이다”라고 그를 위로했다. 이어 아들의 사고 소식을 접하고 버선발로 달려온 고귀인에게도 “너무 자책하진 않았으면 하네. 가장 큰 벌을 받은 사람도 자네니까”라며 마음을 썼다.
이렇듯 김혜수는 화령을 위엄과 품격, 카리스마를 모두 갖춘 완벽한 중전이자 큰 사랑으로 주변 사람을 품는 인품의 소유자로 그리고 있다. 특히 화령 캐릭터의 완벽한 균형으로 만들어내는 빈틈없는 감정 연기를 통해 마치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듯 다채로운 연기 모먼트로 보는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자선발의 열기도 점점 고조되고 있다. 계성대군(유선호)의 비밀을 알게 된 황귀인(옥자연), 그리고 황귀인과 권의관(김재범)의 비밀을 알게 된 화령 덕분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슈룹‘ 10회는 오늘 오후 9시 10분 tvN에서 방송된다.
안병길 기자 sas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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