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당사에 정진상 사무실 없다”던 野에…檢 “증거인멸 의혹”

통신위치 토대로 법원 영장발부
‘셔터문 저항’ 3시간 미스터리
檢 압수수색 후 빈손으로 철수
법조계 “구속영장에 영향줄 것”

셔터내린 민주당사 앞 대기중인 검찰.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검찰의 민주당사 압수수색을 ‘정치탄압쇼·망신주기용 압수수색’이라며 맹비난하고 있지만 법원은 정진상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통화기록을 핵심 근거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압수수색 당시 민주당사에서 아무런 압수물을 확보하지 못했는데, 이때문에 민주당 당직자들이 증거인멸에 나섰을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법원은 영장 발부과정에서 검찰이 제출한 정 실장의 통화기록에 근거해 “민주당사 내 정 실장 사무실의 존재가 소명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압수수색 장소를 특정하기 위해 정 실장의 통신자료를 조회하고, 그의 휴대폰 신호가 잡힌 기지국 위치 등을 파악해 민주당사 내 정 실장의 사무실이 있다고 결론낸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사실을 감안하면 매일 비슷한 민주당사 인근 장소에서 상당시간 이상 정 실장의 휴대폰 신호가 기록됐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검찰이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압수수색 장소를 특정했고 지난 9일 영장을 집행했지만 정작 확보한 압수물은 없었다는 점이다. 압수수색 당시 민주당은 당사의 셔터문을 내린 채 약 3시간 가량 검찰의 영장집행을 저지했다. 민주당사에는 정 실장의 사무실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민주당사 압수수색이 끝난 후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컴퓨터 5대의 로그 기록과 책상을 확인했으나 당사에는 정 실장과 관련된 내용이 아무 것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검찰이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음에도 압수수색을 한 것은 민주당을 흠집 내고 이태원 참사로부터 국민의 눈을 돌리는 검찰의 정치탄압쇼임이 입증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당시 압수수색을 진행하지 못하고 대기한 3시간 동안 민주당 당직자들이 사무실을 정리하는 등 증거인멸에 나섰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형사절차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법원이 영장을 발부할 정도면 압수수색 장소에 대한 소명이 이뤄진 것”이라며 “그럼에도 수사관들이 아무것도 확보하지 못한 점은 확실히 이상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사 압수수색이 끝나고 민주당 측에서 검찰에 ‘이 건물에 정 실장의 사무실이 없다’는 확인서를 써준 점도 증거인멸 혐의와 관련해 향후 민주당의 법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조상호 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은 “압수수색이 끝나고 (검찰 측에서) 민주당사에 정 실장의 사무실이 없다는 확인서를 써달라고 요구했고, 제가 직접 써줬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이 정 실장의 국회 본관 사무실에서 확보한 압수물과 관련해 한 차례 증거인멸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회 민주당 대표 비서실에서 확보한 정 실장의 컴퓨터에서 운영체제가 재설치된 정황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정 실장은 2022년 9월 8일 본직 임명 결정이 있었고 국회 출입증 문제로 9월 중순부터 국회 본관 출입이 이뤄졌다”며 “새롭게 자리를 배치받아 10월 중순경 PC 윈도우 세팅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형사절차에 밝은 법조인들은 이유를 막론하고 증거인멸 의혹이 제기되는 것 자체로 피의자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검찰 고위간부 출신 변호사는 “법원이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할 때 도주우려와 증거인멸 우려를 판단한다”며 “의혹들이 지속적으로 누적되면 (피의자에게)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야당 관계자들이 정 실장을 도우려다 되레 벼랑으로 내몰 수 있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