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얼굴에 여드름이?”… 태열과 아토피,괜찮은 걸까
피부 좋은 사람을 보면 ‘아기 피부’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처럼 아기 피부는 잡티 하나 없이 부드러운 피부의 대명사로 쓰인다. 그러나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도 피부 질환을 겪을 수 있다. 사춘기 때나 겪을 법한 화농성 여드름 증상이 신생아에게 나타나기도 하는 것이다.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지만,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2~4개월 아기에게서 나타나는 태열
엄마의 배 속에서 생긴 열이 태아에게 전해지면, 그 열독을 받고 태어난 아기의 얼굴과 머리 등이 건조하고 가려운 증세가 나타난다. 이를 ‘태열’이라 한다. 아기가 태어난 후 2~4개월째에 나타나는 알레르기성 피부질환으로, 아토피성 피부염의 일종이다.
태열은 아기의 볼, 이마, 귀 뒤쪽, 허벅지 안쪽에 주로 발생한다. 주요 증상은 피부가 붉어지고 빨간 좁쌀 같은 것이 돋아나며 물집이 잡히고 딱지가 생기는 것이다. 가려움증과 건조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때 보습을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 더 심한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태열의 원인은 확실하게 규명된 바가 없지만, 아기의 면역세포가 미숙하다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따라서 면역세포가 어느 정도 성숙하는 나이인 3세 즈음 태열은 완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만성화되어 성인 때까지 증상이 지속되기도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만약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아토피를 의심하고,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만일 아토피라면 얼굴뿐만 아니라 목, 팔, 다리에도 증상이 나타나므로, 여러 부위에서 증상을 발견하면 아토피를 의심해야 한다.
태열을 예방하려면 아기가 있는 방안의 온도와 습도를 적절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온도는 약 22~26도, 습도는 50~60% 정도가 적절하다. 날씨가 쌀쌀하다고 해서 실내 온도를 무작정 높이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 아기가 땀을 흘리면 모공으로 배출된 땀과 노폐물이 피부에 그대로 붙어있어, 바로 씻어주지 않는다면 태열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가려움증을 진정시킬 수 있도록 수시로 로션과 크림을 발라 피부를 촉촉하게 하는 것이 좋다.
신생아 여드름과 태열은 달라
정상적으로 출생한 신생아의 약 50%가 신생아 여드름을 겪는다. 신생아 여드름은 생후 30일 이내에 발생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아이 얼굴에 여드름이 나타나면 대부분 태열을 의심하지만, 태어난 지 2개월이 안 됐다면 이때는 태열이 잘 나타나지 않으므로, 신생아 여드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신생아 여드름은 주로 좁쌀여드름 형태로 나타나지만, 심한 경우 고름과 물집이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은 엄마의 호르몬적 영향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엄마에게서 받은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이 일시적으로 증가하여 아기의 얼굴에 여드름이 난다는 것. 이처럼 호르몬이 증가하면 피지샘을 자극하고, 피지를 좋아하는 곰팡이인 말라쎄지아 진균도 증가하게 돼 신생아 얼굴에 여드름이 생긴다.
여드름은 아이에게 산모의 호르몬 영향력이 줄어드는 시점인 생후 3개월 즈음을 기점으로 점차 호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간혹 증상이 지속되거나, 여드름이 너무 심해 염증 소견이 있으면 말라쎄지아 균을 사멸하는 일부 항진균 연고 등을 사용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여드름이라면 보습제나 오일을 지나치게 발라주면 안 된다. 피지선을 자극해 여드름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여드름이 나는 신생아를 둔 많은 부모들은 여드름이 지속돼 아토피 같은 피부질환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해한다. 이에 대하여 하이닥 소아청소년과 상담의사 서정호 원장(연세한결소아청소년과의원)은 “신생아 여드름과 아토피 피부염은 별개의 질환”이라며 “여드름이 있다고 아토피가 잘 생긴다고 볼 수 없고, 여드름이 없다고 해서 앞으로 아토피가 안 생긴다고 말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신생아 피부 관리법
대부분의 신생아 피부질환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사라진다. 따라서 아기가 피부를 긁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가려움증이 심한 경우, 가려움을 줄여주기 위해 바르는 약을 처방하기도 한다. 이때 사용되는 약은 부작용이 적은 편에 속하고, 피부질환에 자주 사용되는 항히스타민제나 소염제 연고다. 하지만 약을 장기간 사용하면 내성이 생기거나 성장장애 혹은 합병증으로 인한 감염이 발생할 수 있어 약에 오래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기의 피부에 자극이 될 수 있는 생활 습관 전반을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우유나 계란 등에 거부반응을 보여 피부에 이상 반응이 나타나는 아이들이 많다. 이 경우 모유를 먹이는 엄마라면, 자신의 식단에서 계란이나 유제품을 제한하는 시도를 해보는 것이 좋다. 이때 식단 일지를 작성하며 피부 증상을 악화하는 음식이 있는지 미리 인지하는 것도 좋다. 또, 피부를 자극하는 섬유를 잘 세탁하고, 카펫 등을 없애며, 아기 목욕 시 피부 자극을 줄이기 위해 미지근한 물을 사용하고 보습 비누를 사용하는 것도 추천한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서정호 원장 (연세한결소아청소년의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김수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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