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최고안전책임자 “직원 안전 귀가는 최우선 가치…처벌보단 시스템 개선해야”
공장에선 시속 20㎞·출입 시 안전 교육 필수
안전문화 구축 핵심…올해 산업 재해율 18%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안전은 모두의 책임이자 의무, 안전 경계 경보 발령”
지난 10일 방문한 한국GM 인천 부평공장 곳곳에서는 이 같은 문구가 새겨진 대형 현수막들을 볼 수 있었다. ‘모든 직원의 안전한 귀가’를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는 한국GM의 의지가 느껴졌다.
또 이색적인 풍경은 공장 내 도로를 순회하는 ‘암행순찰자’다. 지게차, 트럭 등 각종 중장비와 추돌 위험이 크기 때문에 한국GM은 공장 내에서 차량의 시속을 20㎞ 이하로 철저하게 제한하고 이를 단속했다. 이 밖에도 공장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직원은 물론이고, 협력사 관계자, 일일 방문객 역시 안전 교육을 필수로 받아야 했다.
만약 이 같은 사내 규칙을 어길 경우 만나게 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웨인 오브라이언(Wayne O'Brien) GM 한국사업장 최고안전책임자(CSO, 부사장)다. 임직원들이 안전에 늘 경각심을 갖도록 하고, 사내 안전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이 그의 주 업무다.
오브라이언 부사장은 40년간 GM에서 일한 자동차 산업 베테랑이다. 2010년부터는 안전 및 산업위생 관리자 업무를 시작했으며, 지난 2월 GM 한국사업장 CSO로 선임됐다. GM 중국사업장의 안전 책임자 역할도 겸하고 있다.
각종 현수막과 동영상으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끌어올린 끝에 그를 만났다. 오브라이언 부사장의 안전 원칙은 단순하다. ‘안전하게 귀가할 수 없는 환경에서는 절대로 일을 해서는 안 된다’이다. 6명의 자녀와 9명의 손주가 있다는 그는 “그 누구의 가족도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브라이언 부사장이 CSO로 부임한 이후 전사적으로 안전 의식이 높아졌다. 실제 GM 한국사업장의 올해 산업 재해율은 지난해 대비 약 18% 감소했다. 매년 평균 6960건 이상의 안전 위험 요소들을 개선하고 있다.
그가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다이아고널 슬라이스 미팅(Diagonal slice meeting)’이다. 오브라이언 부사장이 직접 방문해 직원들과 얼굴을 맞대고 안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현장을 검증하는 방식이다.
‘안전 핫라인(Safety hotline)’도 그가 준비하고 있는 정책 중 하나다. 현장 곳곳에 QR코드를 부착해, 누구나 안전에 관련된 개선점을 익명으로 제출하는 시스템이다. 직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브랜드 안전 로고에 심장을 상징하는 ‘하트(heart)’를 새겨 넣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보호구뿐만이 아니라 직원들의 마음이 동해야지만 안전문화가 성장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부평공장의 ‘안전점검위원회(SRB, Safety Review Board)’와 ‘안전 지도(Safety Map)’ 정책은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발간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우수사례집’에도 소개됐을 정도다. SRB는 매월 전 직원들이 모여 연간 안전보건정책과 안전사업 계획, 순찰 미조치 사항에 대한 지원을 논의하는 절차다. 안전 지도는 개인별 책임구역을 지정하고 위험요소를 발굴, 개선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사업장 내 안전문화 개선에 획기적으로 기여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올해 두번의 ‘세이프티 히어로즈’ 시상도 개최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직원들의 안전 의식을 고취시키는 GM의 각종 정책은 최근 잇단 중대사고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 산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올해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지만, 법 제정에도 산재 사망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발생한 산재 사망 사고는 483건으로, 사망자는 총 510명에 달했다. 오브라이언 부사장은 “처벌보다는 안전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CSO로서 압박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법 제정의 긍정적인 측면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는 말도 전했다. 그는 “우리는 중대재해처벌법 안에 있는 위험성 평가나 관련 교육, 예산, 안전보호구에 집중하고 있으며, 처벌보다는 사람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GM 글로벌 역시 한국의 중대재해법 등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오브라이언 부사장은 “북미에 있는 글로벌 리더십 역시 한국사업장의 안전 문제에 매우 큰 관심 가지고 있다”며 “한 사람만의 노력으로 1만명이 넘는 사람들은 안전하게 보호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모든 리더에게 책임을 다해 사고를 막으라고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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