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쓸통]산업용 전기 판매 19개월 만에 역성장…경기 침체 징후?
기사내용 요약
한전 전력통계월보…전체 전력 판매 1.1% 늘어
경기 가늠하는 산업용 전기는 판매량 2.2% '뚝'
전력거래소 "경기 침체로 전력 거래량 줄었다"
수출 감소 속 소비자심리·기업체감경기도 하락
내년 전기요금은 더 오를 듯…역성장 이어지나
[세종=뉴시스] 고은결 기자 = 우리나라 경기 상황을 진단하는 척도인 산업용 전력 판매량이 19개월 만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본격적인 경기 침체 하강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위기 징후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한국전력이 발간한 최신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9월 전체 전력 판매량은 4만5317기가와트시(GWh)로 1년 전보다 1.1% 늘어났습니다.
그동안 전력 판매량은 코로나19 기저효과 등으로 지난해 10월부터 1년째 증가세였지만, 전년 대비 성장세는 다소 둔화하는 흐름이었습니다.
특히 계약종별로 살펴보면 지난 9월 산업용 전력 판매량은 2만3796GWh로 2.2% 줄었습니다.
산업용 전력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보인 것은 2021년 2월 이후 19개월 만입니다.
산업용 전력은 코로나19로 침체됐던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며 수출이 확대되고 공장 가동이 늘자, 지난해 3월부터 올해 8월까지 성장세를 유지했습니다.
다만 올해 들어 증가세가 주춤했고, 결국 지난 9월 감소 전환한 것은 최근의 경기 침체 경고음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산업용 전력 판매량은 산업경기를 보여주는 '바로미터' 격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보통 경기 부진으로 공장 가동이 줄고 생산이 감소하면 전력 사용량도 함께 줄지요.
특히 우리나라 산업구조는 철강, 석유화학 등 전력 사용량이 많은 제조업 비중이 높아, 전력 사용량과 경기 흐름 간의 연관성이 높다고 평가됩니다.
전체 판매된 전기 중 산업용 전력 비중이 절반을 넘고요. 이와 관련해 국회입법조사처는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 증가하면 전기 사용량은 약 0.42% 늘어난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2020년에는 코로나19 확산 여파 속 원활한 공장 가동이 어려워지자, 산업용 전력 판매가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전력 유관기관도 최근 경기 침체로 전력 거래량이 줄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전력거래소가 최근 내놓은 10월 전력시장 운영실적 자료를 보면, 전체 전력 거래량도 지난달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해당 자료는 산업용, 주택용 등으로 분류한 계약종별 전력 판매량까지 공개하지는 않았는데요.
지난달 전력 거래량은 4만2091GWh로 1년 전보다 1.6% 감소했습니다.
전력거래소는 "전산업 업황 실적, 제조업 가동률 실적과 같은 기업경기실사지수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등 경기 침체로 전력 거래량이 줄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연료비가 치솟아 전력시장가격(SMP)이 오르며 전력거래금액은 82.6% 늘어난 7조7225억원에 달했고요.
한편으로는 올 들어 전기요금이 비싸지면서 전력 사용량이 줄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을 법한데요.
실제로 정부와 한국전력은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은 일종의 '가격 신호'로 작용해 소비자들의 절감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요.
다만 전력 사용 감소세가 몇 달째 이어지는 등 추세적인 흐름을 보여온 것은 아니고, 최근 경기 상황 등을 고려하면 전기료 인상 효과로 확언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더군다나 전력 판매 감소 외에도 국내 경기 침체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 경제를 뒷받침하는 수출은 지난달에 1년 전보다 5.7% 줄어 2년 만에 역성장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10일까지 2.8% 감소했습니다.
또한 기획재정부가 지난 11일 발표한 최근경제동향(그린북)에 따르면 지난 9월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보다 0.3% 감소했습니다. 소매판매·설비투자 역시 전월 대비 각각 1.8%, 2.4%씩 뒷걸음질 쳤고요.
글로벌 긴축 정책, 중국 경기 둔화 등 영향으로 주요 지표가 모두 부진했던 것입니다.
침체 공포가 확산하며 소비자 심리, 기업 체감경기도 모두 악화됐습니다. 10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전월보다 2.6포인트 떨어지고, 10월 전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전월 대비 2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내년은 더 어렵다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높은 물가 상승률에 대응하려 주요국은 연이어 기준금리를 높이고, 이에 경기는 더 나빠지며 우리 수출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출과 투자 부진으로 경기가 둔화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봤는데요. 내년도 우리 경제 성장률이 1.8%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산업 경기가 얼어붙으며 산업용 전력 판매량의 마이너스 행진이 내년까지 이어질 수도 있을 듯합니다.
한편 정부는 역대 최대 적자에 곪아가는 한전의 처지를 고려해 전기요금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는데요. 한전은 국제 연료비가 워낙 비싸 전력 구입 단가가 치솟자 올 들어 누적 22조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지요.
이와 관련해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국제 연료 가격 상황이 내년에도 급격히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며 "내년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가정에서 쓰이는 주택용 전력은 지난 9월에 전년 대비 3.6% 올랐는데요. 가뜩이나 팍팍한 살림에 전기료까지 더 오르면 내년 들어 주택용 전력도 감소 전환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옵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ke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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