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울리는 '금리 노마드족'…'울며 겨자먹기'로 금리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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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기에 조금이라도 더 높은 금리를 주는 예·적금 상품을 찾아 자금을 수시로 옮기는 '금리 노마드족'이 늘어나면서 저축은행 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자금이 시중은행 등으로 빠져나갈 우려가 있으니 '울며 겨자 먹기'식이라도 금리 인상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내년 초까지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저축은행은 법정 최고금리 제한으로 기준금리 인상에도 대출 금리는 쉽게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수신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 영업환경 악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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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총량 규제와 법정 최고금리 규제 등으로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수신 금리 추가 인상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두 번째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이후 저축은행들이 내놓은 최고 6%대 예·적금 상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
오프라인에서는 상품 가입을 위해 '오픈런'이 일어나는 가 하면, 저축은행중앙회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특판 상품이 출시되면 각 저축은행에 하루 만에 수천억 원의 자금이 유입됨에 따라 특판을 하루나 이틀 만에 종료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그러나 업계 내 다른 저축은행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면 순식간에 자금이 이탈하면서 저축은행들이 수신고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중은행 등 다른 업권에서 새로운 자금이 유입되는 것보다 기존 저축은행 예금 수요자들이 업계 내에서 자금을 이동하는 현상이 뚜렷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고금리 특판 상품 등의 정보가 빠르게 퍼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저축은행 업계 내에서 경쟁이 과열될 조짐이 보이자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중앙회에 지나친 예·적금 금리 경쟁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금융당국이 정한 대출 금리 상한선이 20%로 맞춰져 있어 예·적금 금리를 지나치게 올릴 경우 수익성 악화 우려가 있는데다, 자칫하면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축은행 업계의 조달 경쟁이 심화되면서 조만간 연 7%대 정기예금 상품의 출시가 불가피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중은행이 채권 발행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반면 저축은행은 정기예금 등 수신을 통해서만 자금을 끌어 모을 수 있다. 따라서 은행보다 수신 금리를 높게 유지해야만 안정적으로 자금을 끌어올릴 수 있다.
시중은행이 경쟁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는 만큼 저축은행은 고객 유치를 위해 마냥 손 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는 상황.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11월 2주 기준 저축은행의 평균 예금금리는 가입기간 12개월 기준 5.48%다. 그런데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정기예금(12개월) 금리는 5%대에 바짝 다가섰다.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 금리는 최고 4.98%로 5%에 육박한다.
KB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의 최고금리는 연 4.96%다. 지난달 4.39%였던 이 상품의 금리는 한 달 새 0.6%포인트 올랐다.
이밖에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과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금리는 최고 연 4.85%에 달한다.
이에 질세라 OK저축은행은 지난달 28일 주요 정기예금 상품을 연 6.5% 금리로 특별 판매에 나섰다. 특별 판매가 진행된 상품은 'OK정기예금'과 'OK안심정기예금' 상품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자금이 시중은행 등으로 빠져나갈 우려가 있으니 '울며 겨자 먹기'식이라도 금리 인상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내년 초까지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저축은행은 법정 최고금리 제한으로 기준금리 인상에도 대출 금리는 쉽게 올릴 수 없기 때문에 수신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 영업환경 악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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