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기가 막혀”…역대급 시장 침체에 ‘공시가>실거래가’ 아파트 속출

조성신 2022. 11. 1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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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 19억8500만원 잠실엘스
최근 두차례 19억5000만원 거래

조세재정硏, 현실화율 유예 제안
국토부 11월 동결 발표 가능성 커
올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과세 인원이 120만명에 달해 사상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서울 강북의 아파트들이 미세먼지로 뿌옇게 보이고있다. [이충우 기자]
금리인상과 경기침체 우려로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최근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이 실거래 가격에 육박하거나 아예 실거래가를 역전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공시가격 현실화를 외쳤던 작년과 달리 서울 성북구와 강북구의 올해 집값 하락 폭은 지난해 상승분을 넘어섰고 서울 전역에서 아파트 10채 가운데 4채의 가격이 하락했다.

국토교통부가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사실상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한 가운데, 실거래 가격이 급락하면서 내년도 공시가격 하향 조정 단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12층)는 지난달 초 19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작년 10월가지만 해도 27억원에 팔렸던 해당 주택형의 가격이 1년 만에 7억원 넘게 떨어졌다. 이는 공시가격 최고가(19억8500만원)보다도 3000만원 이상 낮은 수준이다.

공시가격은 같은 단지의 아파트라도 층이나 동의 위치, 향에 따라 상이하다. 해당 면적의 올해 공시가격은 17억~19억원대다. 잠실엘스 전용 84㎡는 최근 20억원 아래로 급매물이 나오고 있지만, 집값 하락 지속될 것으로 시장 분위기가 쏠리면서 이를 매수하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거의 없다는 게 현지 중개업계의 전언이다.

공시가격은 정부가 과세 등을 위해 매년 1월 1일 기준으로 감정 평가를 거쳐 정하는 평가가격이다. 부동산 보유세 등 60여개 행정제도의 기준 지표로 활용된다. 일반적으로 시세의 70~80% 선에서 책정되는데 전 정부가 2020년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상승폭이 커지가 시작했다.

최근 들어서는 집값 하락기를 맞아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까지 나오고 있다. 하락 차이는 지역마다 다르지만, ‘공시가>실거래가’ 단지는 최근 집값 하락 폭이 컸던 서울 송파구와 경기도 화성·수원, 인천 송도 등지에서 몰려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례로 잠실 레이크팰리스 전용 84㎡는 지난달 말 17억9500만원(국토부 자료)에 거래돼 실거래 가격이 올해 공시가격(18억260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은 지난달 중순에 계약된 거래 금액이 11억8500만원까지 떨어져 이 아파트 올해 공시가격 11억5000만원에 근접했으며, 강동구 상일동 고덕아르테온은 전용 84㎡의 올해 공시가격이 12억9100만원인데 지난달 중순 계약된 실거래 가격이 13억2500만원까지 내려온 상태다.

지난해 아파트값이 급등해 공시가격이 많이 올랐던 인천 등 일부 수도권에서도 올해 가격이 급락하면서 실거래가와 공시가격 격차가 줄거나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 송도 더샵센트럴시티 전용 60㎡는 지난달 중순 5억500만원에 손바뀜했다. 올해 공시가격 5억3600만원보다 3000만원 이상 하락한 금액이다. 지난달 초 계약된 금액도 5억4300만원으로 공시가격과 비슷하다. 이 아파트 전용 84㎡도 지난달 초순 6억9000만원이던 실거래가 하순에는 6억4000만원으로 떨어졌다. 이 아파트 올해 공시가격은 7억1200만원으로 실거래가와 공시가격 역전현상이 두드러졌다.

또 인천 송도SK뷰 전용 84㎡는 지난달 초순 7억500만원에 팔린 뒤 하순에는 6억7000만원에 계약돼 올해 공시가격이 6억68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인천 송도동 e편한세상 송도 전용 70㎡는 가장 최근 거래가가 지난달 초에 팔린 5억1000만원으로, 올해 공시가격(5억1900만원)을 밑돌았다.

전문가들 “국민 세부담만 가중…목표 현실화율 낮춰야”

전문가들은 집값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공시가격과 실거래가 역전 지역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역대급 거래 침체로 실거래가가 작년보다 급락한 가운데 정부의 금리 인상 기조가 당장 최소한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추가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아파트 공시가는 매년 말 시세를 기준으로 산출한다. 문재인 정부는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을 2030년까지 시세의 90%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15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는 공시가 현실화율을 올해 81.2%까지 높였고, 2025년 90%까지 올린다는 계획이었다.

문제는 올해처럼 집값이 꺾일 때다. 집값이 고점을 찍은 지난해 말 시세를 기준으로 공시가를 매기다 보니 올해 공시가는 지난해보다 뛰지만, 금리 인상 여파에 시세는 오히려 그보다 내려가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조사 자료를 보면, 올해 1∼8월 누적 실거래가 변동률은 이미 전국 -5.16%, 서울 -6.63%, 수도권 -7.65%를 기록해 동기간 역대 최대 수준으로 하락했다.

국토부와 한국부동산원은 지난달부터 공시가격 조사·산정 업무에 착수했다. 내년 초까지 집값 변동분을 3월경 발표할 내년 1월1일자 공시가격에 반영한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공시가격을 산정할 때 적정 시세는 실거래가 외에도 해당 단지의 시세, 매물 가격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반드시 현재 실거래가가 내년도 공시가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최근 실거래가 하락지역이 많아 단지별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인 공시가격은 올해보다 떨어지는 곳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는 시세의 90%까지 올리기로 한 로드맵상 현실화율이 과도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외환위기나 글로벌 위기 때처럼 집값이 급락하지 않더라도 시세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시세와 공시가격 역전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공시가격 로드맵 손질을 위해 지난 4일 열린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관련 공청회’에서 기존 현실화 계획을 일단 1년 유예할 것을 제안했다. 최근 거래 급감으로 시세가 불명확하고 내년도 시장 상황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국민 조세부담 수준을 고려한 수정 현실화 계획을 확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국토부도 이를 받아들일 예정이어서 내년도 공시가격은 현실화율이 올해 수준(공동주택 평균 71.5%)으로 동결된 상태에서 집값 변동에 따라 공시가격이 산정될 것으로 보인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원장은 “가파른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향 조정은 집값 상승보다 공시가격이 더 많이 오르는 문제로 이어진다. 이럴 경우 국민의 보유세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면서 “침체된 주택시장을 감안할 대 공시가격 목표 현실화율을 낮출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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