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하기 어려운 인도…정부·거래처·직원에 관한 단상[박재성의 아웃사이트]
인도 거래처, 상대적 기준과 단기적 시각의 인식·결정·행동
직원, 카스트 역할 기반의 변명·핑계
우크라이나 침공 후 시작된 서방의 러시아 제제에 동참하지 않은 인도. 판로 잃은 러시아 원유·가스·석탄 등의 에너지 자원을 저렴하게 구매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인도 거래처와의 협의 및 인도인 직원 관리 등에 애로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대러 제재 불참 이슈와 함께 인도는 정부도, 사업 거래처도, 직원도 세트로 믿기 어렵지 않냐는 얘기를 종종 듣습니다. 인도 정부, 거래처, 직원으로 나누어 인도 이해에 참고할 부분을 간략히 짚어보려 합니다.
자국 이기주의 논란의 인도 정부
인도는 남아시아 지역 패권국입니다. 인스방파 지역권(인도·스리랑카·방글라데시·파키스탄 & 부탄·네팔)을 아우릅니다. 경제용어로 비유하자면 가격 결정자(Price Maker)입니다. 지역내 다른 국가들의 가격 수용자(Price Taker) 포지션과는 다르게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주도권을 우선하는 전략적 관점에서 움직이는 대형 플레이어입니다. 이런 패권국으로서의 정체성과 전략적 인식은 정부·여당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에 모디 총리만이 아니라 야당 지도자인 라훌 간디도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 비판을 자제합니다.
파키스탄과 다투며 중국과 경쟁하는 인도. 원자재 무역을 비롯한 외교·국방에서 러시아와 오랜 우방입니다. 반면에 파키스탄 핵개발을 묵인했던 미국이나 식민지 침탈 역사의 주도 세력이었던 서구 유럽을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습니다. 인도는 지역 패권국 입지를 지키며 이를 기반으로 전략적 자율성을 가지고 강대국들과 협상·조율합니다. 우리가 가격 수용자 입지에서 균형외교를 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우리도 국제적 위상이 점차 올라가고 있습니다. 인도에 대한 부정적 시선 이전에 차라리 인도가 처한 상황에서 가격 결정자로서 하는 선택·결정·행동을 발췌해서 벤치마킹하는 것이 필요할 겁니다.
약속 안 지키는 인도 사업 거래처
인도는 일원론 사상이 짙습니다. 주된 예가 인도 기원의 종교인 힌두교와 불교의 윤회설입니다. 일원론 기반이기에 사후 천당·지옥으로 안가고 다시 태어납니다. 인도아대륙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숫자 ‘0’. 어디서 시작하든 원점으로 돌아오며 그려집니다. 없는 것을 있도록 나타낸 것이죠.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합니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필요에 따라 상대적 기준으로 이해합니다.
한편 인도는 다인종·다종교·다언어·다문화 국가입니다. 인도아대륙은 각기 다른 무수한 토호국들이 난립하며 전쟁·대립한 역사입니다. 영국의 식민지배에 들어서야 지금 수준의 영토로 통일되었습니다. 그리고 영국은 토호국간에 서로 반목·견재시키며 통제했습니다. 역사적으로 시시각각 달라지는 상황에서 인도아대륙의 민초들은 내일의 생존을 고민했고 더욱 단기적 시각을 갖게 됩니다.
따라서 역사적 배경을 감안, 인도 사업가들은 단기적 시각을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더욱 상대적 기준을 가진다고 여겨야 합니다. 그들에게 기존 계약과 적정 가격은 상황과 필요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낫습니다.
변명 많고 무책임한 인도인 직원
인도 사회에 깊숙이 뿌리박힌 카스트(Caste). 바르나(Varna)와 자띠(Jati)로 구성되며 기본적으로 역할을 구분해 놓은 겁니다. 바르나는 브라만·크샤트리아·바이샤·수드라의 네 계급을 의미하며, 이를 직업·기능별로 세분화한 것이 수천개의 자띠(Jati)입니다. 인도인은 출생과 함께 자띠에 따라 역할이 부여되고 그 안에서 살아온 역사입니다. 그런 자띠 공동체 문화이기에 인식과 행동이 우리와 다릅니다.
식목일의 묘목 심기 행사를 예로 들어봅니다. 보통 우리는 2인 1조로 배정되면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둘이서 알아서 할 겁니다. 차량에 묘목 싣고 운전해서 목적지 부근에 도착한 후, 들고 올라가서 땅 파고 묘목 심고 물주고 증빙용 사진 찍으며 끝낼 것입니다. 그러나 인도에서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일단 운전하는 사람, 묘목 나르는 사람, 땅 파는 사람, 물주는 사람, 사진 찍는 사람 등 역할별로 담당자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한군데라도 어긋나면 완수되지 못합니다. 그리고 각자는 책임이 없다고 할 것입니다. 본인 역할이 아니었다며.
여기서 생각해야할 부분은, 꾸짖음이 아니라 ‘저 사람들과 어떻게 묘목을 심을까?’입니다. 그들의 역할과 서열의 역사·문화를 감안하여. 개인적으로는 서열 1위의 현지인 관리자 역할을 명확히 하고 그를 통해 위임·통제하는 방식을 활용하곤 했습니다.
김경은 (ocami8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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