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급 커지는 K제약바이오… 매출 ‘2조 클럽’ 등장하나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사상 첫 ‘2조원 클럽’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나란히 매출 2조원 돌파를 예약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올해 3분기 매출 6456억원, 영업이익 2138억원으로,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1조7733억원을 기록해 올해 매출 2조원 돌파가 무난한 상황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분기까지 매출이 2조358억원으로 이미 2조원을 넘어섰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체급이 커지고 있다. 2014년 유한양행이 국내 업계 첫 매출 1조원을 달성한 이후, 지난해까지 매출 1조원을 넘는 기업이 약 10곳으로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오 기업들이 성장을 주도하며 매출 2조원 시대를 목전에 둔 것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이제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볼 수 있는 수준에 다가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바·셀트 ‘2조 클럽’ 예상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IT(정보기술)나 자동차 산업에 비해 규모가 작고, 개별 기업의 규모도 해외 제약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영세한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을 축으로 한 바이오 업계가 급성장하면서, 가파른 외형 성장과 함께 해외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2020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단 2년 만에 매출 2조원 시대로의 진입을 예약했다. 셀트리온도 2019년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선 이후 꾸준히 성장 중이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매출은 2조3971억원으로 추정된다.
두 회사는 해외 매출 비율이 내수를 압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매출의 약 75%가, 셀트리온은 9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 시기에 모더나를 포함한 글로벌 제약사의 제품을 위탁생산했다. 회사 설립 후 지금까지 수주한 금액은 85억달러(약 11조3000억원)에 달한다. 셀트리온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유럽 시장에서 주력 제품인 자가면역질환치료제 램시마의 시장점유율은 53.6%다. 셀트리온은 바이오 시밀러(바이오 복제약) 제품 후속 제품 개발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장 생산 능력 확대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상위 제약사들도 무난히 매출 1조 달성
전통 제약 업계에서도 매출 상위 5대 제약사가 올해 연매출 1조원을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5곳 가운데 종근당과 유한양행, GC녹십자는 3분기에 이미 누적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한미약품과 대웅제약은 누적 매출 8000억~9000억원을 기록했다. 5대 제약사는 자체 개발한 의약품이 탄탄한 실적을 내면서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R&D에 투자한 것들이 성과로 조금씩 이어지고 있다”며 “더 큰 성장을 위해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처럼 해외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통 제약사 중에선 한미약품이 지난 9월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바이오 신약 롤론티스의 시판 허가를 받은 것을 포함해, 해외 진출 성공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반면 코로나 관련 사업 비중이 높았던 업체들은 올해 실적 부진으로 1조원 클럽에서 탈락하는 곳도 나올 전망이다. 코로나 진단 기업 씨젠이 대표적이다. 씨젠은 재작년과 작년 연이어 1조원을 넘는 매출을 올렸지만, 올해는 870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929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1조원 매출을 눈앞에 뒀던 SK바이오사이언스도 올해는 매출이 5262억원으로 급감할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글로벌 제약사 코로나 백신을 위탁생산하고 자체 코로나 백신도 개발했지만, 코로나 백신 수요가 줄어들면서 매출에 타격을 입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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