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래원 “한석규가 ‘좋을 때’라며 격려, 아직 배워가는 과정이죠”[인터뷰]

이다원 기자 2022. 11. 1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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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래원. ㈜마인드마크 제공.



배우 김래원이 묵직해졌다. 패기만만하던 얼굴 대신 연기에 대한 소신을 말할 때에도 단어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골라가며 신중을 기했다.

“일주일 전에 한석규 선배랑 통화를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진지한 얘기를 꺼내더라고요. 제 나이를 묻더니 ‘너 제일 좋을 때야. 지금까진 연습한 거라고 생각해. 재능 많고 훌륭한 배우니까 이제 정말로 잘 해봐’라고 하더라고요. 그 얘길 두 번, 세 번씩 하는데, 뭔가 제게 정확하게 인지시키고 싶었던 모양이에요. 그 전화 덕분에 제 자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어요. 열심히 한다고는 하는데, 아직은 더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래원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나 신작 ‘데시벨’(감독 황인호)로 스크린 복귀하는 소감과 이종석, 차은우 등 후배들과 협업한 뒷얘기, 나이에 대한 솔직한 생각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배우 김래원. ㈜마인드마크 제공.



■“카체이싱 액션도 직접, 그래야 진짜 표정이 나오니까요”

그는 이번 작품에서 해군 부함장 ‘강도영’으로 분해 폭탄 제거를 위한 고군분투에 나선다. 폭발물을 없애기 위해 축구경기장을 미친듯이 내달리는가 하면, 카체이싱 액션도 불사한다. 거의 대역을 쓰지 않고 직접 몸으로 뛰었다.

“자동차 운전을 직접 하느냐, 안 하느냐, 혹은 CG효과로 대신 하느냐 제작진과 고민이 많았어요. 그러다가 결국 직접 운전해서 실제로 다 쓸어버리고 박아버리자는 결론이 나왔죠. 그래야 진짜 표정이 나오니까요. 실제 연기를 끝내니 범퍼까지 다 떨어져 있더라고요. 조수석에 탔던 정상훈도 연기할 필요 없이 그냥 나오는 대로 하면 된다고 하더니, 적절하게 감정을 내보이더라고요.”

처음 출연 제안이 왔을 땐 주연 대신 조연인 ‘태성’(이종석)이나 ‘대오’(정상훈) 역을 요구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제작진은 집요하게 주연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고.

영화 ‘데시벨’ 속 김래원.



“시나리오를 보니 ‘도영’ 역은 고생만 하고 부담스러울 것 같더라고요. 재밌게 하고 싶어서 ‘대오’ 역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결국 ‘도영’ 역을 맡게 됐죠. 기존 시나리오엔 ‘도영’이 묵직한 성격으로 묘사됐는데, 그럼 1년 뒤 변화가 잘 보이지 않을 것 같아 지금의 캐릭터로 변화를 제안했어요.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열흘 뒤 수정고를 받았는데. 굉장히 자연스러워졌더라고요.”

작품에 임하면서도 ‘과장되지 않으려고’ 노력해다는 그다.

“시나리오 봤을 때부터 극의 흐름에 맞게 과장되지 않게끔 잘 따라가면 되겠구나 싶었어요.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이요. 또 다른 배우들과 호흡, 극의 흐름에 대한 밸런스 등을 신경 많이 쓰면서 찍었어요.”

배우 김래원. ㈜마인드마크 제공.



■“유연한 이종석·자기몫 해낸 차은우, 호흡 좋았죠”

최근 배우로서 연기에 대한 가치관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전엔 제가 빛나기 위해 연기했다면, 이젠 스토리가 빛나는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어요. 제게 굉장히 큰 전환점인데요. 이제야 개인의 욕심을 내려놓고 전체 관점으로 연기를 하려고 노력하게 됐어요. 특별한 계기는 없었어요. 그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 같아요. 이번 작품도 이종석의 배역이 살아야 이 영화가 잘 되는 거라고 생각해서, 매니저에게 ‘이걸 내가 중간에 잊어버리더라도 계속 인지를 시켜줘라’고 부탁했어요. 그러다보니 현장 태도도 당연히 달라졌죠. 제 연기에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이종석·차은우 등 후배들이 연기하는 걸 지켜보고 그 상황에서 리액션 수위를 어떻게 해야할지를 정했어요. 단순히 제가 질러대면 나 혼자 빛날 순 있지만, 앙상블이 중요하니까요.”

그런 점에서 이종석과 함께할 때 감탄한 순간도 있다고 했다.

“이종석은 감독이 OK사인을 했는데도 제게 다시 ‘괜찮아요?’라고 물어보더라고요. 자주요. 스스로 좀 아쉬웠나봐요. 그래도 같은 배우고, 아무리 후배여도 연기에 대해서 말하는 건 굉장히 조심스러운 거라서 말을 잘 안 하려고 했는데요. 계속 물어보니 ‘한번 다시 할 의향은 있어?’라고 되물었거든요. 그랬더니 더 적극적으로 ‘어떤 부분이요?’라고 물어보더라고요. 조심스럽게 ‘내 생각은 이런데 네 방식으로 바꿔볼래?’라고 대답해줬더니, 이종석이 정말 유연하게 자기 식대로 표현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장면이 선택됐어요. 사실 그걸 누가 얘기한다고 바로 현장에서 자기 식대로 소화하기가 쉽지 않은데 멋진 배우인 것 같아요.”

차은우에 대해서도 칭찬을 잊지 않았다.

“영화가 처음이라고 들었는데요. 처음엔 본인도 가벼운 마음으로 왔던 것 같은데, 선배들과 스태프들도 많으니 ‘이게 장난 아니구나’ 싶었을 거예요. 굉장히 열심히 하더라고요. 연기가 처음인데 자기 몫을 잘해줬어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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