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 고찰 찾은 어린 왕자...불심과 동심의 만남
[앵커]
고즈넉한 천 년 고찰 전등사에 별나라 어린 왕자의 조각이 전시돼 눈길을 끕니다.
독창적인 '발굴조각' 기법을 개척한 이영섭 작가의 작품들이 불심과 동심을 이어주고 있습니다.
이교준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강화도 남쪽 정족산성에 산채처럼 자리 잡고 있는 전등사.
1,600년 넘는 격동의 역사를 품고 있는 문화유산의 보고입니다.
처마 끝에 주렁주렁 매단 붉은 감과 함께 가을이 익어가고,
수백 년 된 느티나무 옆에서 어린 왕자가 목도리를 휘날리며 고찰을 찾는 불심을 반갑게 맞이합니다
[여암 / 전등사 주지 스님 : 우리 전등사에 있는 불상이나 어린 왕자의 어떤 그 모습이 어린이들한테는 커다란 동심과 불심이 동시에 아우러질 것이라고 생각을 했고….]
동심을 담은 조각상은 독창적 예술세계를 개척해온 이영섭 작가의 작품입니다.
70여 년 전 생텍쥐페리가 참 행복에 대해 던진 질문은 작가의 마음과 닿아 있습니다.
[이영섭 / 작가 : 사람들이 어린 왕자라는 조각을 통해서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서 조금 더 행복을 느끼고 미래에 대한 어떤 위안도 얻고, 그런 전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전등사 경내 곳곳에는 관세음보살과 도깨비 방망이 등 20여 점의 작품이 전시돼 있습니다.
긴 세월을 사찰과 함께 한 듯 시간의 흔적을 머금은 질감은 발굴조각 기법 덕분입니다.
흙바닥에 밑그림을 그린 뒤 흙을 파내 그 속에 혼합재료와 유리·도자기 파편 등을 넣고 덮은 뒤 여러 날이 지나 발굴하듯 꺼내는 방식입니다.
[이영섭 / 작가 : 서양조각의 한계를 오히려 우리만의 기법으로 깰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특히 땅에서 나는 질감들이 우리 한국미를 너무 잘 표현되니까 저에겐 너무 좋은 조각방법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날마다 흙덩어리를 다듬으며 불도의 수행 같은 작업을 계속하고 있고, 내년 가을쯤엔 '어린 왕자' 작가의 고향 프랑스에서 질박한 한국미를 선보일 계획입니다.
YTN 이교준입니다.
YTN 이교준 (kyojo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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