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먹는가? 생물로서 생존과 번식 위해[뉴트리노의 생활 과학]

노성열 기자 2022. 11. 1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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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만 맛과 멋으로 먹어, 즐거움·소통 위한 ‘종합 과학’

‘맛있는 과학’의 출발은 3가지 의문에서 시작합니다. 인간은 왜(why), 무엇을(what), 어떻게(how) 먹을까요? 앞으로 세 차례에 걸쳐 ‘먹는다’는 인간의 행위를 과학적으로 분석해봅시다.

첫 번째 질문입니다. 인간은 왜 먹을까요. 약간 철학적인 이 의문에 답하려면 우선 인간과 인간 아닌 다른 존재를 구별해야겠지요. 돌 같은 무생물을 제외하고, 살아있는 생물은 기본적으로 먹습니다. 식물은 공기와 햇볕을 ‘먹고’, 다른 동물들도 풀이나 먹잇감을 먹습니다. 그렇습니다. 생물체는 먹어야 삽니다. 살아있다 또는 산다는 것은 곧 먹는 것입니다. 살아가려면 먹지 않고는 견딜 수 없습니다. 먹지 않으면 죽습니다. 일단 우리가 알게 된 것은 ‘산다’=‘먹는다’의 등식이 성립한다는 점입니다. 왜 먹느냐, 살기 위해서다.

그럼 다시 더 위로 질문이 올라갑니다. ‘산다’는 게 뭐냐 하는 거지요. 산다 또는 살아있다는 뜻의 생명은 2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자기 보존과 번식입니다. 생물학자들의 정의(定義)입니다. 자기 보존은 생명의 항상성(恒常性·homeostasis)을 말합니다. 외부 환경이 변화해도 생물체는 내부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온도,압력,빛 등 도전에 맞서 적응해 나가는 힘입니다. 항상성을 유지하지 못하면 생물은 죽습니다. 예를 들어 몸 밖 온도가 올라가면 식물은 숨구멍을 열고 도마뱀은 그늘로 도망치고 인간은 땀을 흘립니다. 내부를 식혀 변화를 견디기 위해서죠. 만약 한계를 넘으면 생명을 잃습니다. 그러니까 자기 보존, 즉 살아남는 기능은 생명의 첫 번째 임무이자 특징입니다. 자, 한 생명이 여러 가지 위험을 다 넘기고 살아남았다 칩시다.

다음은 무엇일까요. 바로 자손을 남기는 일입니다. 번식, 재생산(reproduction)이라고 합니다. 타고난 수명이 다하기 전에 자기와 닮은 개체, 또 다른 생명을 탄생시켜 더 긴 생명을 이어나가는 기능입니다. 자기 보존이 개별 개체의 유한한 존속을 유지하려는 기능이라면 번식은 무한한 영속성을 도모하려는 보다 장기적인 임무이자 특징입니다. 자기 보존과 번식은 살아있는 생명의 기본 조건입니다. 하지만, 어떤 분은 반박합니다. 컴퓨터 바이러스 같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나 주식회사처럼 법인도 외부 도전에 응전해 스스로 살아남으려 하고 악성코드를 복제하거나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자손을 남기지 않느냐고. 그렇습니다. 이들은 인간이 생명의 특징을 모방해 만든 유사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최신 소프트웨어인 인공지능(AI)은 생명을 넘어 인간과 비슷하지요. 그러나 생명의 추가 정의에는 조직성(organized),물질대사(metabolism),진화(evolution) 같은 요소가 있다는 걸 말씀드립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생명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 맞서 일단 살아남은 후 자신과 닮은 후손을 남겨야 합니다. 이것이 자기 보존과 번식 기능입니다. 먹는다는 행위는 생물이 자기 보존과 종족 번식을 위해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보충하는 과정입니다. 식물은 물과 대기를 흡수해 햇볕만 받으면 자체 에너지를 생산하지만, 동물은 이런 식물이나 다른 동물이 축적한 에너지를 흡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초식 동물과 육식 동물의 구분입니다. 풀과 고기는 화학적 구성 성분이 다르지만 결국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3대 영양소로 나뉩니다. 여기에 비타민, 무기질 같은 약간의 조절 요소만 있으면 동물은 삶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그럼 다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인간은 왜 먹을까요. 인간도 생물이기 때문에 자기 보존과 번식을 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에너지가 듭니다. 예컨대, 신체의 체온과 혈액 속 수소이온 농도 등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면 앞서 말한 신진대사(新陳代謝)를 해야 합니다. 물질대사라고도 합니다. 외부 물질을 섭취해 몸 안에서 분해해 에너지를 뽑아내는 과정이지요. 속칭 ‘잘 먹고 잘 싼다’는 소화 순환계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인간은 생존과 번식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받기 위해 먹는 겁니다. 그때그때 달리기 위한 연료를 주입하는 자동차처럼 인간이 먹는 동식물은 생존 활동과 번식 활동에 소모되는 열량을 보충해줍니다. 연료 공급이지요. 다 쓰는 것은 아니고요, 먹는 영양분의 30% 정도는 만약을 위해 저장하기도 합니다. 동면에 들어가는 곰처럼 저축도 한다는 거지요. 한 마디로 먹는다는 행위는 살아가는 힘입니다. 여기까지가 왜 먹느냐에 대한 생물학적 대답입니다.

그런데 인간은 생물학적 생존과 번식뿐 아니라, 즐거움·소통 같은 감정과 문화적 배경 때문에 먹기도 합니다. 이것은 인간만의 특징이죠. 대다수 동물은 살기 위해 먹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먹기 위해 살기도 합니다. 생존뿐 아니라 먹는 즐거움을 추구한다는 뜻입니다. 같은 음식이라도 맛있게, 멋있게,즐겁게,유쾌하게 먹으려 애씁니다. 먹는다는 행위에서 맛과 멋을 찾는 식도락(食道樂) 문화는 오로지 인간만이 가진 특성입니다. 그래서 ‘맛있는 과학’은 물리·화학·생물의 원리 말고도 감각과 인식을 다루는 심리학·뇌과학의 영역도 일부 다룰 예정입니다. 심지어 미술·음악 같은 예술의 이론도 가끔 동원될 겁니다. ‘맛있는 과학’이 음식과 요리의 과학뿐 아니라 맛의 과학까지 폭넓게 본다는 의미입니다. 맛과 멋은 과학과 문화예술의 경계에서 탄생하니까요.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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