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목표도 공감 능력도 없는 윤 대통령, 여당이 책임져야

성한용 2022. 11. 1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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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한겨레S] 성한용의 정치 막전막후
인사·정치·위기관리 실패…부실한 대통령 리더십
‘대통령실 이전’-‘지방선거 승리’ 긍정 평가할 만
윤석열 대통령 세운 보수 논객-정치인들 책임
윤석열 대통령이 11월 1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약식 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의 5월10일 취임사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저는 이 나라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고,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나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갖고 오늘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끝납니다.

“저는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 어떻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이 약속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가 될 조짐이 있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가 아니라 ‘사법시험 출신 엘리트들이 주인인 나라’였던 것 같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그리고 대통령실과 행정부 요직에 포진한 법조 출신 공무원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가 아니라 ‘국제사회의 조롱을 받는 나라’가 된 것 같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가벼운 입과 10·29 이태원 참사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6개월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시작은 좋았습니다. 두 가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첫째, 대통령 집무실 이전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겼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특유의 결단과 고집이 아니면 관철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국민 여론은 반대가 많았고 지금도 논란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와대는 제왕적 대통령을 상징하는 장소였습니다. 대통령실 이전은 대한민국에서 권위주의 시대가 끝났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다시 청와대로 돌아가지 못할 것입니다.

둘째, 6·1 지방선거 승리입니다.

국민의힘은 17곳 광역단체장 선거 중 12곳에서 이겼습니다. 서울시장, 부산시장을 지켰고, 인천시장, 강원지사, 대전시장, 세종시장, 충북지사, 충남지사, 울산시장을 가져왔습니다. 226개 기초단체장 가운데 146개를 이겼습니다. 국회의원 재보선 7개 가운데 5개를 이겼습니다.

국민의힘의 선거 승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승리입니다. 선거에서 이기는 것은 정치를 잘했다는 증거입니다. 거기까지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6개월 동안 잘못한 것이 더 많았습니다.

첫째, 인사의 실패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과 가까운 검찰과 법조 출신 인사들을 대통령실과 행정부에 대거 기용했습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던지 이명박 대통령의 참모들, 그리고 김건희 여사와 아는 사람들을 발탁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인사를 못 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인사의 실패는 국정의 실패로 직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정치의 실패입니다.

대통령은 정치인입니다. 정치인은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과도 대화하고 타협할 줄 알아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과 만나서 대화할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준석 대표를 쫓아냈습니다. 이재명 대표도 만나지 않고 있습니다. “진영이나 정파를 초월한 초당적 협력”(5월16일 국회 시정연설)은 거짓말이었습니다.

셋째, 위기관리의 실패입니다.

윤석열 행정부는 이태원 참사를 예방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화를 내며 경찰과 소방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추궁하고 있습니다. 레고랜드 사태, 흥국생명 사태를 보면 금융위기나 경제위기를 막을 실력도 없는 것 같습니다. 한반도 위기관리 능력은 있을까요? 최근 상황을 보면 이러다가 혹시 전쟁이 터지는 것 아닌지 불안하기만 합니다.

이 모든 국정 실패의 원인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실한 리더십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에게는 몇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말을 함부로 합니다. 검사 시절부터 배인 습관입니다. 평소에도 아슬아슬했는데 결국 국외 순방 중 비속어 논란이 터졌습니다.

잘못을 인정할 줄 모릅니다. 비속어 논란을 끝까지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도 진정성이 별로 없는 “죄송한 마음”이라는 표현으로 넘어갔습니다.

뒤끝이 길고 협량합니다. 비속어 논란 보도 등을 이유로 국외순방 전용기에 <문화방송> 취재진을 태우지 않았습니다.

정치인을 싫어합니다. 특히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과 국회를 우습게 아는 것 같습니다. 김은혜 홍보수석의 “웃기고 있네” 메모 사건을 “종합적으로 다 좀 이해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감싼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6개월에 대한 언론의 평가는 어떨까요? 최근 조간신문의 윤석열 대통령 6개월 평가 기사 또는 사설 제목입니다.

“국정 방향은 흐릿, 주저앉은 안전…리더십의 복합 위기”(경향)
“공정-참신 내세운 6개월…‘윤석열표 국정목표-성과가 안 보인다”(동아)
“돌발 악재에 ‘윤노믹스’ 브랜드 깜깜…국민 체감할 정책 중점둬야”(서울)
“윤 대통령 이제라도 통합 협치 나서야”(세계)
“윤석열 정부 6개월…국정 쇄신 필요한 시점”(중앙)
“윤 대통령 6개월 ‘국민 신뢰 잃었다’”(한겨레)
“국정 ‘부정평가’ 60%대…‘애매한 침묵’에 돌아오지 않는 민심”(한국)

어떻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각 신문의 진단과 처방을 매우 잘 담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서 돌아선 민심은 여론조사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 취임 직후인 5월13일 발표한 한국갤럽 여론조사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52%였습니다. 광주·전라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긍정 평가가 높았습니다. 40대와 50대는 부정 평가가 높았지만 다른 연령층에서는 모두 긍정 평가가 많았습니다.

6개월 뒤인 11월11일 발표한 긍정 평가는 30%였습니다. 대구·경북만 긍정 50% 대 부정 41%로 긍정 평가가 많았지만, 다른 모든 지역은 부정 평가가 더 많았습니다. 연령별로는 60대와 70대 이상만 긍정 평가가 우세했습니다.

6개월 사이의 변화를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 충청권, 부산·울산·경남의 민심이 뒤집혔습니다. 취임 직후에는 긍정 평가가 더 높았지만 6개월 뒤 부정 평가가 더 많은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연령별로는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18~29살은 취임 직후 45% 대 41%로 긍정 평가가 많았지만, 6개월 만에 16% 대 71%로 부정 평가가 훨씬 높아졌습니다. 30대도 취임 직후 54% 대 38%로 긍정 평가가 더 높았는데, 6개월 뒤에는 18% 대 76%로 부정 평가가 압도적으로 많아졌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고)

정리하자면 윤석열 대통령 6개월 동안 젊은층의 민심이 긍정에서 부정으로 완전히 돌아서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하락을 주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도대체 왜 이럴까요? 윤석열 대통령은 왜 취임 6개월 만에 이렇게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전락했을까요?

저는 두 가지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첫째, 대통령으로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목표가 없습니다.

최근 <경향신문> 김민아 논설실장이 ‘윤석열, 왜 대통령이 되려고 했을까’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습니다.

“윤 대통령의 목표는 ‘대통령이 되는 일’ 자체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이 된 이후에 대해선 고민하지 않은 것 같다. 권한·권력에 책임이 따른다는 점도 생각지 못한 듯하다.”

<한겨레> 신영전 칼럼 ‘꿀잠과 단꿈, 그리고 꿈 없는 대통령’도 있습니다.

“꿈 없는 대통령도 문제다. 대통령이 되는 것 이외에는 꿈이 없었던 이는 그것을 이루고 나니 더는 꿀 꿈이 없다.”

두 칼럼이 정곡을 찌르고 있습니다.

둘째, 공감 능력 결여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반지하 침수 현장에서 “왜 미리 대피가 안 됐나?”라고 물었습니다. 이태원 참사 골목길에서는 “여기서 그렇게 많이 죽었다고?”라고 물었습니다.

엘리트 출신이라서 그런지 평범한 사람들의 고통과 아픔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정치인으로서는 치명적 결함입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정과 상식으로 대한민국을 바로 세울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 문재인 대통령의 민주당이 정권을 계속 잡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사람들,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찍었습니다.

유권자의 선택을 존중해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4년 6개월 남았습니다. 탄핵하지 않는 한 그를 대통령직에서 몰아낼 방법이 없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사태를 누가 바로 잡아야 할까요?

저는 검찰총장 윤석열을 대통령 윤석열로 불러낸 이른바 보수 논객들, 그리고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 정부의 재집권을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며 정치적으로 전혀 검증되지 않은 윤석열 검사를 대선후보로 세워 대통령까지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속죄하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나서기 바랍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 하루빨리 제대로 된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바로 세워주시기 바랍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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