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지역 해제 예고에도 썰렁한 주택시장…"좀 더 지켜봐야"

서미숙 2022. 11. 13.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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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조정지역 풀리는 경기도 "가격 올려도 되나" 집주인 문의만
평택·안성·파주 등 9월말 규제 해제지역은 아파트값 낙폭 더 커져
대출 풀어도 금리 부담에 매수세 아직 관망…전문가 "금리 인상 끝나야 회복"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규제지역 해제 후 달라지는 게 뭐냐, 가격을 올려도 되냐는 집주인들의 문의 전화는 더러 있지만, 아직 집을 사겠다는 문의는 없어요. 당장 규제 완화 효과를 체감하긴 어렵습니다."

정부가 지난 10일 규제지역 해제 지역으로 발표한 화성 동탄2 신도시의 한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1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최근 규제지역 해제를 포함해 대출·청약 관련 규제 완화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지만, 시장은 여전히 냉랭한 모습이다.

이번 수도권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 해제일이 14일로, 아직 본격적으로 시행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계속되는 추가 금리 인상 신호에 매수자들은 여전히 관망하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조정대상지역 해제에 관련 안내문 부착하는 세종시 부동산 (세종=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정부가 전국 모든 지역을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해제하기로 발표한 10일 세종시의 한 공인중개사무소에서 관계자가 관련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정부는 수원, 안양, 안산단원, 구리, 군포, 의왕, 용인수지·기흥, 동탄2 등 경기도 9곳은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규제를 해제했다. 조정대상지역에선 고양, 남양주, 김포, 의왕, 안산, 광교지구 등 경기도 22곳과 인천 전 지역, 세종 등 모두 31곳을 해제했다. 규제지역 여부나 주택가격에 관계없이 다음 달 1일부터 무주택자 또는 이사를 계획 중인 1주택자는 집값의 50%까지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 2022.11.10 kjhpress@yna.co.kr

수원 영통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규제지역에서 해제된다는 소식에 매물을 싸게 내놨던 일부 집주인들이 가격을 올려야 하는지 고민하는 전화만 걸려온다"며 "14일 이후 상황을 좀 지켜봐야겠지만 당장 매수자의 문의가 있거나 거래가 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신도시 정비사업 호재를 안고 있는 일산신도시 일대도 조용하긴 마찬가지다.

고양시 강선마을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가 신도시 정비사업을 서두른다고 하지만 최근 급급매가 아니면 안 팔릴 정도로 근래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며 "이번 규제지역 해제로 거래가 다소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은 있는데, 일단 매수자들을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앞서 9월 26일부터 규제지역에서 해제된 평택·안성·파주·동두천시 등 수도권 외곽 지역도 집값 약세는 지속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9월 말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린 경기도 안성시의 아파트값은 지난주 0.26% 하락해 2019년 8월 마지막주(-0.33%) 이후 3년2개월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평택시 역시 규제지역 해제 당시 0.20% 떨어졌던 아파트값이 이달 들어 각각 0.31%, 0.28% 하락해 낙폭이 커지는 등 좀처럼 회복 조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파주시는 9월 말 조사에서 -0.26%였던 아파트값 하락 폭이 이달 들어 -0.82%, -0.73% 등 3배 수준으로 커졌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원인으로 추가 금리 인상을 꼽는다.

평택 고덕지구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규제가 풀리면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대출 규제가 완화되고 양도소득세 등 중과 대상에서도 제외되는 등 매수 환경은 좋아졌지만 금리 인상이 문제"라며 "짧게는 연말, 길게는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해서 금리가 오를 수 있다고 하니 대기 수요자들이 집을 안 산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은 이번에 규제지역 해제 대상에서는 제외됐지만 다음달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허용 등 금융규제가 일부 완화됨에도 여전히 거래 절벽이 이어지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어차피 대출받고 사기에는 집값이 너무 높기도 하지만 저금리 기조가 막을 내린 영향이 크다"며 "지난달 말 비상경제민생회의 때부터 대출 규제 완화 방침이 알려졌지만 그것 때문에 집을 사겠다는 사람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 아현동의 중개업소 대표도 "15억원 대출 규제가 풀리면 자금이 부족한 사람들은 일부 대출을 받아 집을 살 수 있지만 금리가 연 8%를 넘어선다면 대출 수요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며 "일단은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14일에 수도권 대부분이 규제지역에서 풀리고, 내달부터 대출 규제 완화가 본격 시행되면 일시적으로 매수 문의가 늘거나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는 등의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는 한 거래가 뒷받침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15억원 초과 대출도 무주택이나 1주택자에 한해 처분 조건부로 허용되는 것이어서 자금이 일부 모자라 주택구매를 망설였던 수요는 매수에 나설 수 있지만, 금리 부담 때문에 그 수요는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며 "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신호가 나오기 전까지는 거래 회복은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s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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