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빠르고 편리하며 경제적인 대중교통 체계

문보경 2022. 11. 13.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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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해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장

의식주는 인간이 살아가며 반드시 누려야 하는 기본 욕구이자 필수 서비스다. 자고, 먹고, 입는 의식주가 해결된 다음 단계에서는 경제활동을 영위하기 위한 가장 기본 요소로 교통이 꼽힌다. 오늘날에는 '이동성'까지 포함된 의식주통(衣食住通)이 사회 기본서비스의 4대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그만큼 교통은 우리 삶의 행복과 직결되는 핵심 요소이며 교통 서비스 발달을 위해 인간은 지속적으로 인프라에 투자하고 서비스 질을 개선해 왔다. 역사적으로도 교통 체계를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운영한 국가가 세계를 제패해 왔다. 강대국들은 선제적으로 교통 인프라에 과감히 투자하고, 교통 거점에 역참 시설을 운영했으며, 수레바퀴 크기를 통일하는 등 가장 효율적인 교통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들 국가는 효율적인 국가교통체계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 나갔다.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 80% 이상이 대도시권에 거주하고 있으며 대도시권의 하루 통행수요가 800만 통행에 이르는 등 좁은 공간에서 많은 통행이 이뤄지는 대표 국가다. 물론 교통수요를 해소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압축적인 대중교통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전국을 2시간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고속철도망과 촘촘히 짜여 있는 도시철도, 시내버스, 시외버스, 고속버스 등 거미줄처럼 지원되고 있는 시내·광역교통망을 이용할 수 있으며, 오늘날에는 IT와 결합한 공공 자전거, 개인형 교통수단(PM), 수요응답형 서비스(DRT) 등 이용자 수요 맞춤형 교통수단까지 총체적으로 결합된 대중교통 체계를 빠르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세계 최고 IT를 바탕으로 플랫폼과 전통적인 교통운영 수단이 결합한 인천 I-MOD, 세종 셔클(Shucle) 등 새로운 형태의 교통 네트워크도 발전시키고 있다.

대중교통을 타기 위해 수반되는 원초적인 불편과 번거로움은 어쩔 수 없기에 여전히 승용차를 이용하는 국민도 많다. 출발지에서 정류장까지 '퍼스트 마일'과 도착 정류장으로부터 최종 목적지까지의 '라스트 마일'은 대중교통 이용자가 가장 큰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이다. 대중교통 수단 간 환승 불편도 적지 않은 데다 고빈도 이용에 따른 경제 부담은 고물가 시기에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 국가 차원의 대중교통시설 확충 등 인프라 투자와 지역별 환승 할인제로 대중교통 한계를 해결하고 대중교통 접근성을 대폭 향상시켜 왔으나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은 언제부턴가 제자리걸음 단계로 접어들어 새로운 정책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정부·지자체, 공공·민간이 함께 협력해 알뜰교통카드를 지속 확대하고 있으며 지하철·시내버스를 아우르는 통합정기권 도입, 최종적으로는 전국 단위 통합교통서비스(MaaS)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 중 알뜰교통카드는 최초 출발지에서 정류장까지, 그리고 정류장에서 최종 도착지까지 걷거나 자전거로 이동하는 거리를 잰 뒤 그만큼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기 때문에 대중교통의 태생적 한계를 보완하고, 고물가 시기 국민 교통비 부담도 완화할 수 있다. 전국 163개 지역에서 46만여명이 사용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더욱 많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며 대중교통을 경제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만들어 국민들의 부담을 대폭 경감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선진국에서도 대중교통 요금 정책은 매우 다양하다. 예컨대 출퇴근 시간대를 피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요금을 할인하거나, 혼잡시간대에 혼잡비용을 적용하고 고빈도 이용자에게는 정기권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입체적인 요금제를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도 알뜰교통카드, 지하철·시내버스 통합정기권, 환승할인제 등 요금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계시키고 향후 모빌리티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MaaS를 통해 종합적인 수요관리를 가능케 한다면 대중교통은 빠르고 편리할 뿐만 아니라 더욱 경제적인 이동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교통은 단순히 교통수단만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지하철 역사, 환승센터, 이를 지원하는 정보체계 등이 어우러진 거대한 시스템이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이러한 시스템의 효율적인 운영 방식은 지난 10여년간 눈부시게 발달했다. 지능형 교통체계(Inteligent Transport System)에 의해 버스 정보체계(Bus Information System)가 구축돼 더 이상 버스가 언제 도착하는지 하염없이 정류장에서 기다리지 않고, 실시간으로 운송수단이 언제 도착하는지 검색해서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되었다.

미래 교통은 여기서 나아가 출발 전에 가장 효율적인 경로와 수단의 조합을 미리 계산하고 보행 시간과 결합해 여러 운송수단을 예약·결제하는 MaaS로 발전할 것이다. 버스·지하철 외에도 다양한 대중교통수단 운행을 파악하고 시종점 보행이동시간(First-Last Mile)까지 통합적으로 경로를 검색해 보다 정확한 이동시간을 계산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대중교통은 이용자 관점에서 이용할 때 가장 효율적인 수단 간 조합을 연계해 통합적으로 비교 검색할 수 있어야 하며, 이동시간 예측 가능성과 정시성을 확보해야 한다. 인프라 투자와 같은 하드웨어적 정책뿐만 아니라 요금정책, 수요자 맞춤형 플랫폼과 같은 소프트웨어적 정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교통수단 운영자 입장에서도 교통체계 지능화에 따라, 첨두와 비첨두시간 적정 공급량을 계산하고 배차간격을 조정하며, 보다 효율적으로 교통수단을 운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는 환승 고도화 체계가 갖춰져 거점과 지선 노선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으며, 국민이 대량교통수단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함에 따라 국가 물류 관점에서 가장 효율적인 이동체계를 활용해 이동수요를 보다 경제적으로 해소할 것이다.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게 되면 사회 전체적으로 국민 이동이 효율적으로 전환되며, 혼잡비용도 크게 감소해 신규 인프라 투자 수요도 줄어드는 이점이 발생한다.

국민의 기본적인 이동수요를 위해서도, 빠르고 편리하며 경제적인 대중교통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도 국가는 선제적으로 앞장서야 한다. 국민 이동권은 사회 필수서비스이며 세계적으로도 누구나 저렴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하는 분야기도 하다. 승용차가 자율주행 기술 등과 결합해 하나의 문화·생활공간으로 진화하는 상황에서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승용차보다 더 빠르고 편리하면서 더욱 경제적인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공공과 민간이 함께 협력한다면 대중교통의 매력은 높아질 것이다.

MaaS 개념도. 자료=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이성해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위원장

○…이성해 위원장은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리즈대에서 교통공학 석사를 받았다. 1991년 기술고시 27회로 입직해 국토교통부에서 도로·수자원·도시·건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무를 맡았다. 2020년부터 새만금개발청 차장으로서 친환경 에너지 중심의 개발을 이끌어 오다 올해 7월 차관급인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됐다. 국토교통부 내에서도 첨단 기술과 활용에 관심이 많은 얼리어답터로 꼽히며, 젊은 직원들 못지않게 스마트기기와 새로운 서비스 이용에 적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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