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제작 활성화 위해선 세액 공제 확대돼야"
국내 콘텐츠 업계가 받는 세액공제 규모가 선진국의 1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징어게임', '기생충' 등으로 대표되는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영상콘텐츠 산업에 대한 국가적인 정책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디어미래연구소 김국진 소장은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콘텐츠산업 활성화를 위한 세제지원 개선방안' 포럼에서 "미국과 캐내다 등 주요국에선 콘텐츠 제작비 30% 전후의 세제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는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해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미디어미래연구소 이찬구 연구위원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캐나다는 영상콘텐츠 제작비의 30~40%를, 미국은 20~30%를 공제해주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넷플릭스는 작년에 캘리포니아 주에서만 약 6000만 달러(약 845억원), 아마존은 약 1600만 달러(약 225억원)의 세제지원을 받았다"며 "반면 국내 콘텐츠 업계 전체의 세액공제 규모는 2020년 기준으로 99억원에 불과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원정책 확대가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세무학회장을 맡고 있는 박종수 고려대 교수 역시 "기존 정부의 콘텐츠 산업에 대한 접근 방식은 제조업 중심의 국가 성장 패러다임에 갇혀 있어 콘텐츠 산업의 특징에 맞춘 국가 정책의 체질 개선이 급선무"라며 "국내 기업이 글로벌 콘텐츠 대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문화콘텐츠의 진흥과 성장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국내 투자자본을 통한 지식재산권(IP)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 방송사의 재투자 여력이 낮은 상황에서 최근 제작비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글로벌 자본에 대한 의존이 심화하고 있다"며 "해외 자본에 의존하는 성장모델은 궁극적으로 리스크가 존재하며 중장기적으로 제작 하청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콘텐츠 강국으로 도약하고 국내 사업자의 노력의 결과를 해외 사업자가 아닌 국내 사업자가 얻기 위해서는 국내 자본에 의한 투자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세제지원 등 콘텐츠 제작을 활성화할 수 있는 지원 정책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콘텐츠 사업의 영향력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콘텐츠 사업은 2020년 기준 직간접 수출 효과 105억2000만달러, 생산 유발 효과 약 21조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 약 10조원, 취업 유발 효과 13만명을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위원은 "세액공제 정책은 10.5~29배의 성과를 보이는 효율적인 사업"이라며 "다양한 연구 결과를 분석해 볼 때 콘텐츠 세액공제 비율을 높이면 경제적 파급 효과가 더욱 커지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영상 콘텐츠 산업은 수요와 성공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고 초판 비용과 매몰 비용이 높아 위험관리를 위한 세제지원을 해줘야 한다"며 "콘텐츠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제작비 세액공제율을 인상함으로써 콘텐츠 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투자 유인 제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당 제도의 목적이 제작비 투자 활성화인 만큼 기업 규모가 아니라 제작 투자 규모에 따라 공제율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해외 사례를 볼 때도 기업 규모별로 공제율을 차등적용하는 국가는 없으며, 제작투자 규모에 따라 공제율 차이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제작비가 급상승함에 따라 제작사는 자체 수익만으로 제작비를 충당할 수 없고 외부 투자자본 유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중소콘텐츠 제작사의 콘텐츠 제작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자본이 콘텐츠 제작 시장에 유입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방송사, OTT 등 외부 투자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관련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의 일몰 기한 폐지 및 상시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연구위원은 "미래성장 동력의 지속적 발굴 및 관련 산업 성장을 위해 일몰 기한 폐지 및 상시화가 필요하다"며 "이미 국내 특례 조항 231개 중 33.3%에 해당하는 77개 조항이 일몰 기한이 없다"고 했다.
이혜선 (hs.le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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