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채 막혀 외화채로 눈 돌리는 은행들…“금리 1% 더 줘도 해외로”
은행채 발행 막히며 다각화 절실해져
신한銀, 한 달 새 2차례 외화 채권 발행도
“가산금리 2배 올라”…발행 여건 쉽지 않아
“외화채 발행 수요는 지속될 것”
[헤럴드경제=서정은·김광우 기자] 레고랜드 사태로 국내 자금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시중은행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금리나 환율 여건이 우호적이지는 않지만,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을 자제시킨데다 예대마진 축소 분위기까지 더해지면서 조달 창구를 늘려야 할 유인이 지속적으로 생기고 있어서다. 특히 내년 시중은행들이 KP물 만기를 대거 앞두고 있는만큼 이같은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는 분위기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발행한 공모 외화채는 약 5조3000억원 규모다. 시장도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다. 2분기 이후 발행된 다섯 종류의 외화채 중 달러채는 두 곳에 불과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6월 5억유로(6800억원)의 유로화 채권을 발행했다. 신한은행은 이달 4억달러(3500억원) 규모의 캥거루본드(호주달러표시 채권) 발행에 성공했으며, 지난달에는 320억엔 규모의 사무라이본드(엔화표시 채권)를 발행했다.
은행들은 수년 전부터 외환 수요 증가, 글로벌 시장 진출 차원에서 외화채 발행을 추진해왔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달러화의 자금조달 여건이 다소 유리해졌고, 외화대출 및 해외유가증권 운용 등으로 필요한 외화 수요도 늘었기 때문이다. 낮은 금리에 풍부한 유동성을 토대로 호황기를 이어간데다 대한민국 정부의 국제 신용등급이 AA급 수준인 만큼 은행을 포함해 각 회사채도 비교적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아시아 시장에 대한 우려가 겹치면서 발행 여건이 쉽지 않은 상태다. 시진핑 3기 체제 출범으로 채권 시장에서 아시아물에 대한 우려가 커진데다 미국 등 각국 금리인상에 속도가 붙은 탓이다. 금리 상승기에 조달 비용이 오르니, 당연히 발행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최근 들어 다각화는 더 절실해졌다. 은행들은 올해 은행채 발행을 늘려 자금을 충당해왔다. 그러나 레고랜드발 채권 시장 불안으로 유동성 가뭄이 심화되자, 금융당국은 시중의 돈을 빨아들이던 은행채 발행 자제를 요청했다. 예금 인상 경쟁 등 예대마진 축소로 수신을 통한 자금 조달 비용도 증가했다.
최근 신한은행은 한 달 새 두 차례의 이종통화표시 채권을 발행해 약 6500억원을 확보했다. 지난달 발행한 사무라이본드의 경우 2019년 한일간 갈등이 불거진 뒤 발행이 줄었으나, 최근 양국 관계가 해빙기를 맞으며 다시 물꼬를 트는 분위기다. 캥거루본드 등 이종통화는 달러채 대비 상승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금융시장이 급변할 때 조달 대안으로 거론된다.
다만 조달 여건을 고려할 때 여전히 부담이 만만치 않다. 신한은행의 캥거루본드 발행은 3개월물 호주달러 스와프금리(BBSW)에 가산금리 195베이시스포인트(bp, 1bp=0.01%)를 더한 수준으로 확정됐다. 올해 초 발행한 채권 가산금리가 90~100bp로 책정된 것을 고려하면, 리스크 비용이 두 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금리를 더 주지 않으면 투자자 모집이 안 된다는 얘기로 볼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번 채권 발행을 통해 한국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통상 채권 발행을 위한 맨데이트(mandate) 발표 후부터 발행까지 1주일 안팎이 걸리지만, 최근 들어서는 2주 이상 소요되는 상태다.
실제 최근 달러채의 대체제로 취급되던 호주 시장도 ‘차이나 런(중국의 투자자 이탈)’ 현상이 발생하며 시장 경색이 가중되고 있다. 캥거루본드의 경우 아시아 기관 투자 비중이 높은데, 하나은행은 지난달 캥거루본드 발행을 추진하며 가산금리를 100bp 초중반대로 제시해 투자자 모집에 고배를 마셨다. 이에 시중은행 관계자는 “흥국생명 콜옵션 미이행 발표 이후에 적어도 50~70bp의 리스크 비용이 가중되고 있다”며 “악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국물 외화채에 대한 투자 심리는 쉽사리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선제적 자본확충을 위한 은행들의 외화채 발행 수요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은행채 및 수신을 통한 자금 조달이 불확실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당국의 조치로 은행채 발행이 적어도 2023년도 1분기까지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LCR이 85%로 완화됐지만 결국 정상화 수순을 밟아야 하고, 기본적인 만기 차환 등의 자금은 필요하기 때문에 외화 채권밖에는 조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 악화 탓에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았던 일본 시장을 노리는 수요가 늘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현대캐피탈과 신한은행 등이 사무라이본드 발행에 성공하며 다른 금융사들이 뒤따를 것이라는 예측이다. 일본은 상대적으로 저금리 기조를 유지함에 따라 금리 여건이 좋고, 환율 상황도 나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은행들이 해외로 조달처를 확대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은 해외 채권 발행이 실패했을 때의 리스크와 꽤 높은 수준으로 올라온 외화채 금리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내 조달이 힘들다고 해서 무작정 해외 채권의 문을 두드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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