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탄소 배출량 1% 이상 증가···54개 극빈국 파산 위험에 기후변화 대응 좌초 위기
올해 석유·석탄·가스 등 화석연료에서 방출되는 탄소(CO₂)의 양이 지난해보다 1% 증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엑서터대 피에르 프리들링스타인 교수가 이끄는 세계탄소 프로젝트 연구팀은 11일(현지 시간)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7)가 열리고 있는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이런 내용의 이산화탄소 방출량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전 세계에서 화석연료 연소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량은 최대 배출국 중국과 유럽연합(EU)에서 각각 지난해보다 0.9%와 0.8% 감소한 반면, 인도, 미국, 나머지 지역에서 각각 6%, 1.5%, 1.7% 늘어 전체적으로 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팀은 중국 배출량이 줄고 미국 배출량이 증가하는 것은 지난 10여년간의 추세와 정반대라고 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중국의 봉쇄정책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 영향 탓에 일반적인 추세와 정반되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프리들링스타인 교수는 탄소 배출 증가의 많은 부분이 자동차와 항공 여행 등 운송 부문에서 발생했다고 했다. 이는 세계 각국이 팬데믹 기간 내렸던 여행 제한 조치를 해제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또 석유와 석탄에 의한 이산화탄소 방출량은 각각 지난해보다 2%와 1% 증가하는 반면 천연가스 연소로 인한 이산화탄소는 0.2%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화석연료 종류별로는 석탄에 의한 이산화탄소가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석유와 천연가스가 각각 33%와 22%를 차지한다.
연구팀은 이어 화석연료 연소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로 올해 삼림파괴와 토지 이용 등 모든 원인을 합친 방출량은 406억t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2019년보다 약간 적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올해의 이산화탄소 증가 속도는 10~15년 전보다 빠르지는 않지만, 파리기후협약이 정한 목표인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내 억제를 어렵게 할 수 있을 만큼 우려스러운 수준이라는 것이다.
프리들링스타인 교수는 지구 온도가 1.5℃ 상승하기 전에 대기가 흡수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는 약 3800억t으로 추산된다며 이 연구 결과는 남은 시간이 9~10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려면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모든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45% 줄이고, 2050년까지는 '탄소중립'(net zero)을 달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COP27에서는 극빈국의 재정 문제가 기후변화 대응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아힘 슈타이너 유엔개발계획(UNDP) 사무총장은 "54개 극빈 개도국이 채무불이행에 빠져 긴급 지원이 없으면 사실상 파산될 위험에 처해 있다”며 이들 국가의 상황을 악화시킬 요인으로 인플레이션과 금리상승 등을 꼽았다.
슈타이너 사무총장은 개도국 파산 사태에 대해 “기후 행동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며 “많은 개도국에 부채 문제 해결은 기후 행동의 실질적인 가속화를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진국이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이상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약속한 연 1000억 달러(약 141조 원)의 공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몇몇 개도국들은 유엔 기후 회담에 대한 희망을 접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슈타이너 사무총장은 또 이번 회의의 주요 쟁점 중 하나인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기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며 다수의 개도국이 기후변화의 불평등성이 매우 큰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실과 피해는 기후 변화로 초래된 기상 변화나 해수면 상승 등의 피해를 본 개도국에 선진국이 보상하는 문제로, 올해 총회에서 정식 의제로 논의 중이다.
이런 와중에 유럽연합(EU)는 COP27을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원자재 및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8일 하게 게인고브 나미비아 대통령과 재생수소 및 원자재 분야에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수립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MOU는 원자재의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공급의 개발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구체적으로 나미비아의 채광 및 재생수소 공급망 개발을 지원하는 한편 지속가능한 원자재 공급망, 나미비아 산업 현대화를 위한 투자 및 자금조달 활성화를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전날 카자흐스탄과도 유사한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카자흐스탄의 경우 특정 원자재 공급을 보장하는 한편 지속가능한 수소 및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EU는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중국이 강력한 봉쇄 정책을 펼치면서 그 여파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고,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감축으로 전례 없는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다.
김능현 기자 nhkimch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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