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이태원 국조' 의견 수렴 착수…野 타협점 모색하나

최영서 기자 2022. 11.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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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與, '국조 반대, 경찰 수사 지켜보자' 입장 재확인
당내서는 "국조 참여해서 싸우는 게 낫다' 의견도
국조 회의론·대통령실 '불만'으로 반대 기조는 여전
주호영, 중진·초재선 만나 의견 수렴…野 논의할 듯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10월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머리를 쓸어 넘기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공동취재사진) 2022.10.2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최영서 기자 = 국민의힘은 연일 야권의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 등 야3당이 오는 24일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안건을 통과시키겠다며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도 예산안과 민생 입법 처리를 위해선 야당과의 타협점을 찾기 위해 국정조사를 수용해야 한다는 현실론도 제기되고 있다. 소수 여당인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의 국조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인 점도 고려된 듯하다. 이에 여당 원내사령탑인 주호영 원내대표는 다음 주 여론 수렴에 나선다. 여당이 이를 토대로 야당과 타협점을 모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여권에 따르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오는 14일 오전 릴레이로 3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연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예산 심사 등 여야가 대치하는 현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주 원내대표는 그간 대통령실과 발 맞춰 이태원 참사의 '선수습 후문책' 기조를 강조해왔다.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독립적으로 꾸려진 만큼, 특수본의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본회의에 국정조사 요구서가 보고된 지난 10일 의원총회에서 "현재로서는 국정조사를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11일에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일관되게 강제력을 동원한 신속한 수사로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것이지, 정치적 공방과 일방적 주장은 오히려 사태 수습과 재발방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및 윤희근 경찰청장 등에 대한 '정치적 책임 추궁'을 미루면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부정적 여론을 달래기가 쉽지 않은 모양새다. 당내에서도 국정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여기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만큼, 이를 무작정 외면하기는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물리적으로 국정조사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국민의힘도 들어가서 의견을 내고 민주당의 잘못된 주장을 지적하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명명백백하게 경찰 수사 결과도 나오고, 장관 청장 등 책임질 사람이 다 책임진다면 야당의 단독 국정조사는 김이 빠지겠지만, 이런 점이 전제되지 않으면 국정조사에 우리도 참여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도 "수적으로 열세에 있는 '소수 여당'으로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구성되면 참여를 안 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13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 2022.11.10. photo@newsis.com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장외 여론전에 나선 점도 새로운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지난 11일 여의도역에서 '범국민 서명 운동'을 개시하고 국정조사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주 원내대표는 당일 "이 대표에게 있는 사법리스크를 피하고 국민의 주의를 돌리기 위한 것 아니냐"고 일축했으나, 서명운동에 참여하는 국민의 숫자가 늘어날 경우 여론적 부담을 견디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국정조사 회의론'은 여전히 당내 주류 의견이다. 민주당의 국정조사 요구서를 보면, 이들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마약과의 전쟁' 선포가 이번 이태원 참사 발생과 연관이 있는지 규명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여권에서는 사고 발생 전후의 행정 체계상의 문제점을 정치 쟁점화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 다선 의원은 "야당에서 주장하는 국정조사가 과연 실효성이 있는가 싶다"며 "국민들도 이태원에서 압사로 인해 참사가 일어났다는 걸 다 아신다. 다른 공작이 있던 것도 아니고 무슨 의도해서 발생한 사건도 아닌데 무엇을 국정조사 하자는 건지 이해가 잘 안 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에서 수사 중인 사안을 자꾸 (국정조사하자고) 하니까 정쟁으로 비춰진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피해가기 위한 술수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성남=뉴시스] 홍효식 기자 = 아세안 및 G20 정상회의 참석 등 동남아 순방을 위해 출국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 탑승 전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2022.11.11. yesphoto@newsis.com


대통령실의 여당에 대한 '불만 표출'도 국정조사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최근 윤 대통령은 여당에 '장관과 수석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한다'는 취지의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주 원내대표가 국정조사 협의 여부를 고민하는 데 있어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수행실장을 지낸 이용 의원은 지난 10일 의원총회에서 주 원내대표를 겨냥해 '국민의힘이 제대로 대통령실을 뒷받침하고 있는 게 맞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친윤계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도 같은 날 주 원내대표가 지난 8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퇴장시킨 데 대해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장 의원은 "우리가 운영위를 여당 몫으로 갖고 있는 게 딱 하나, 대통령실인데 이렇게까지 하는 게 맞나 싶다"며 "주 원내대표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 모르지만 걱정이 된다"고 비판했다.

다만 한 초선 의원은 "처음에는 (대통령실이 불만을 갖고 있던 것 같은데) 그랬던 것 같은데 그게 어떻게 된 건지, 소통이 이제는 된 것 같다"며 "서로 얘기해서 오해를 잘 푼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다음 주 야당과 본격적인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주 원내대표는 3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후 차례로 초·재선 의원과 만날 계획이며, 송 수석부대표는 카운터파트인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국정조사 추진 계획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장께서 본회의에서 '여야 교섭단체 대표의원들이 협의해줘라' 했기 때문에 이제는 협의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의장께서 조만간 여야 원내대표 회동 자리를 주선하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gag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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