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데뷔가수들 차트 역주행…Z세대에 '신선한 느낌' 어필
30대 이상에게는 '추억 소환'…Z세대에는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2000년대 초중반에 데뷔해 20년 안팎의 경력을 자랑하는 가수들이 올가을 음원 차트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 가수의 노래는 30대 이상 가요 팬에게는 그 시절 추억을 소환하는 한편, 젊은 Z세대에게는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가을 가장 뜨거운 반응을 누린 가수는 2004년 데뷔(일본 기준)한 윤하다.
록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그는 6집 리패키지 음반 타이틀곡 '사건의 지평선'이 입소문을 타면서 발매 반년이 지나 음원 차트 1위를 휩쓰는 저력을 과시했다.
이는 특히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나 틱톡 등 숏폼 콘텐츠의 도움 없이 오로지 '노래의 힘'으로 달성한 기록이어서 가요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윤하는 이를 두고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6집은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11개월을 꼬박 쏟아부어 만든 앨범"이라며 "회사 식구들이 '둥가둥가' 북돋워 주면서 에너지를 합쳐서 만든 음악이다. 우리만 듣기 아까워 친구에게 선물하자는 마음으로 다 같이 에너지를 모아 만든 것이 좋은 결과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올가을 차트에서 두각을 드러낸 또 다른 가수는 윤하와 마찬가지로 2004년 데뷔해 18년 내공을 쌓은 테이다.
그는 2000년대 초중반 함께 가요계를 주름잡은 밴드 버즈의 히트곡 '모놀로그'(Monologue·2003)를 리메이크한 동명의 노래로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에서 '톱 10'에 안착했다.
멜론 차트 '톱 100'에서 테이의 순위 위로 윤하(1위), (여자)아이들(2위), 르세라핌(3위), 아이브(4위), 뉴진스(5·8위) 등 올해 최고 히트를 기록한 가수들이 줄줄이 포진한 것만 봐도 '모놀로그'의 인기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모놀로그'는 '다신 나 같은 사람 만나지 마요 / 혹시 찾아가도 두 번 다시 / 나를 허락해 주지 마요'라고 헤어진 연인을 향한 애끓는 마음을 노래한 록 발라드다.
원곡인 버즈 버전 역시 2000년대 중반 노래방에서 남성들의 노래방 '18번'으로 숱하게 불렸을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테이는 원곡자인 버즈 민경훈이 출연하는 JTBC '아는 형님'에 출연해 특유의 시원시원한 창법으로 이 노래를 열창했는데, 노래가 실제로 리메이크되면서 지난해 11월 전파를 탄 방송 영상 역시 덩달아 화제를 모았다.
음악 팬들은 이 노래를 통해 약 20년 전 당시의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렸다는 반응을 내놓는다.
한 음악 청자는 멜론 '곡 댓글'을 통해 "학창 시절 듣던 버즈 노래를 테이 버전으로 들으니 너무 좋다"며 "테이 노래도 다시 찾아서 같이 듣게 됐다. 아련하다"고 남겼다.
재미있는 점은 버즈와 테이의 전성기를 겪어 보지 못한 Z세대(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출생)들도 이 노래를 신기해하며 소비한다는 것이다.
멜론 댓글 가운데에서는 '이분 요즘 인기 많으시던데 유명하신 분이냐'라는 등 테이를 잘 모르는 음악 청자의 순진무구한(?) 반응도 눈에 띈다.
'모놀로그'는 이 같은 반응에 힘입어 전날 오전 10시 네이버 뮤직 기준 '10대 남성이 가장 많이 들은 음악' 톱 10에도 이름을 올렸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요즘은 발라드도 감정을 폭발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세련된 느낌을 내려 하는 '팝 스타일'이 많은데 '모놀로그'는 상당히 '가요풍'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느낌이 들게 한다"며 "이런 면에서 음악 팬들에게 어필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테이는 워낙 노래를 잘 부르니 원곡보다 감정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표현해냈다"며 "원곡이 가진 매력을 극대화했다"고 평가했다.
2000년 '내게 오는 길'로 데뷔한 '발라드 황태자' 성시경은 무려 8년 전인 2014년 내놓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OST '너의 모든 순간'을 멜론 차트 20위권에 올려놨다.
성시경 특유의 감미로운 보컬에 피아노와 현악기 선율이 더해지면서 가을 감성에 잘 어울리는 '정통 발라드'가 음악 팬들의 선택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 사례를 기록하는 성시경의 연말 콘서트 시즌이 다가오면서 팬들이 다시금 그의 노래를 찾아 들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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