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 감봉 3개월'…징계 공고, 명예훼손죄 된다고?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영업팀 김OO 대리 감봉 3개월. 사유: 품위유지 의무 위반'
하지만 잘못에 대한 조치는 징계일 뿐, 징계 '공표'까지 반드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닐 수 있다.
따라서 징계 결과를 사내 오프라인이나 온라인 게시판에 올리면 형법상이나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가 문제될 수도 있다는 점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인사담당자들이 관행에 따라 무심코 징계 공고를 올리면 법적 리스크를 지게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징계 회부' 문서 가로채 게시판 공지...대법 "유죄"
명예훼손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징계 공고가 위법하지 않으려면 이로 인해 얻게 되는 '공공의 이익' 등 위법성을 조각할 만한 사유가 있는지가 관건이다. 형법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법원에서는 이와 관련한 판결이 선고된 바 있다.
한 회사의 인사 담당자 A는 특정 직원이 징계절차에 회부되자, 징계 사유 등이 담긴 문서를 해당 직원에게 등기 우편으로 발송했다. 징계 사유에는 "근무성적 또는 근무태도 불성실, 상급자의 업무상 지휘명령에 정당한 이유 없이 불복" 등 개략적인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런데 징계가 최종 의결 되기 전임에도, A는 건물 관리소장을 시켜 해당 직원에게 발송된 문서를 대신 수령케 하고 그 문서를 건물과 관리사무실 등 여러 곳에 게시하라고 시켰다. 결국 A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 됐다.
이에 대해 원심인 수원지법은 명예훼손이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징계 회부 사실은 사생활이 아닌 회사의 공적 절차이자 공적 관심의 대상인 점 △문서의 내용은 '회사 내부의 원활하고 능률적인 운영 도모'라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공익이 크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대법원(2021도6416)은 원심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징계 절차 자체에 대해서는 공적인 측면이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면서도 "징계 의결 전에 징계절차 '회부' 사실을 공지하는 것으로 공공의 이익이 달성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지된 내용에 개략적인 징계사유가 기재되는 등 단순히 ‘절차에 관한 사항’을 공개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해자 앞으로 보낸 문서를 대신 수령해 개봉하고 게시하도록 한 점은 업무상 절차를 적법하게 처리한 게 아닌 점 △게시 장소가 협력업체의 직원을 비롯한 외부인의 왕래가 빈번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징계 대상자 이름 공개, 가급적 피해야
대법원 판결에 비춰 보면 확정되지 않은 징계를 공지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그렇다면 확정된 징계를 공표하는 것은 어떨까. 대법원 판결에서 몇가지 법원의 태도를 유추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먼저 징계 대상자의 실명을 밝히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익명 처리를 해도 관련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해 누구인지 특정할 수 있다면 리스크가 발생한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회사 입장에선 같은 비위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구성원들에게 경각심을 줄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알리는 대상은 비위행위 그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피징계자가 드러날 경우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인사담당자들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게시' 등 절차와 관련해서도 회사에 근거 규정을 두고 준수해야 한다. 특히 징계 사실을 공지했다 나중에 징계가 위법하다고 판단될 경우, 매우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실제로 대법원은 인사위원회가 개최되지 않는 등 위법한 징계처분 결과를 게시판에 게시한 행위는 불법행위이며, 이로 인해 명예가 훼손된 사람들에게 위자료 2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대법원 2021다246606).
특히 앞서 판결에서 대법원은 "징계 업무를 담당한 직원은 그 업무의 특성을 감안해 (게시) 절차나 징계절차를 숙지하고 적법하게 처리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강조했다. 인사 담당자들이 더욱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외부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 내거는 것도 바람직 하지 않다. '회사 내부의 원활하고 능률적인 운영 도모'라는 공익을 실현하는 데 굳이 외부 사람들에게 공개 할 필요는 없다는 게 대법원의 입장으로 해석된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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