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스타일] 어느날 AI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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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코로나19 재택치료 중 관할 보건소로부터 안부 전화 두 통을 받았다.
한 통은 사람, 한 통은 AI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젊고 상냥한 여성의 목소리가 내 안부와 건강 상태를 물었다.
과로에 찌들어 불친절해진 사람 사회복지사가 나을까, 무한정 감정노동을 할 수 있는 AI 사회복지사가 나을까? 로봇에게라도 돌봄을 받는 것이 나은가, 아무에게도 돌봄 받지 못하는 것이 나은가? 기술의 발전은 이 두 가지 선택지를 선명하게 대립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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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코로나19 재택치료 중 관할 보건소로부터 안부 전화 두 통을 받았다. 한 통은 사람, 한 통은 AI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먼저 걸려온 전화의 발신자는 관할 보건소 공무원이었다. “변진경님 몸은 좀 어떠세요?” 아마도 수백 번째 묻는 ‘할당’ 재택치료자의 안부였을 것이다. “열은 나세요?” “식사는 잘 하시나요?” 문장은 매우 따뜻한 텍스트인데, 묻는 목소리에는 꽤 많은 피로함과 약간의 짜증스러움이 배어 있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었다. 그 형식적인 전화를 받고도 울컥 감정이 동요된 것이다. 왜, 아프면 괜히 서럽지 않은가. 온 식구가 한꺼번에 걸려 나보다 더 아픈 가족을 돌보느라 내 몸 상태는 신경 쓸 겨를도 없었는데 누가 내 안부를 물으니 그게 그렇게 고맙고 반가웠다. 그는 단지 담당 업무를 (힘겹게) 처리하고 있을 뿐이었겠지만, 나에게는 어쨌든 위로가 되었다.
며칠 뒤 걸려온 전화의 발신자는 AI였다. 젊고 상냥한 여성의 목소리가 내 안부와 건강 상태를 물었다. 사람 목소리와 거의 비슷해 갸웃하다가 몇 마디 대화를 나눠보고 ‘아 사람이 아니구나’ 깨달았다. 그녀는 더할 나위 없이 친절했다. 피곤과 짜증이 목소리에 배어 있지도 않았다. 사람이 아닌 건 알겠지만 어쨌든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사람과는 달랐다. 미묘한 기분이었다. 뭐랄까, 조미료 맛이 듬뿍 느껴지긴 하지만 맛은 괜찮은 음식을 먹고 느끼는 만족감 혹은 찜찜함이랄까.
그때 느낀 마음속 혼란을 토대로 얼마 전 AI와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기사를 마감했다. 과로에 찌들어 불친절해진 사람 사회복지사가 나을까, 무한정 감정노동을 할 수 있는 AI 사회복지사가 나을까? 로봇에게라도 돌봄을 받는 것이 나은가, 아무에게도 돌봄 받지 못하는 것이 나은가? 기술의 발전은 이 두 가지 선택지를 선명하게 대립시킨다.
그러다 문득, 또 다른 선택지가 점점 시야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일을 하는 사람의 수를 늘리는 것. 업무의 수요에 비해 노동자의 공급이 적다면, 그 일의 보상을 늘리는 것. 하나둘씩 AI가 대체해가는 ‘인간의 영역’들을 보며, 이 선택지를 우리들이 영영 잊어버리게 될까 두렵다.
변진경 기자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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