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자이씨툰' 엄유진작가 "가족의 사이좋은 순간들 담고 싶었죠"
"어머니 기억이 더 사라지기 전에 '순간을 달리는 할머니'·'행복한 철학자'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순간순간 기억을 잃어도 위트는 잃지 않는 소설가 어머니와 다정한 철학자 아버지, 장난꾸러기 태국인 남편과 호기심 많은 딸, 함께 웃어주는 형제와 생각하는 대형견 미루.
만화 '펀자이씨툰'은 엄유진 작가 가족의 시트콤 같은 일상을 담은 인스타툰이다. 제목은 태국인 남편 파콘의 성씨 '펀자이씨'를 따서 만들었다.
탁구공처럼 쉴 새 없이 오가는 재기발랄한 대화와 연필로 그린 따뜻한 그림체로 인기를 끌어 팔로워 15만 명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단행본으로도 2권까지 나왔다.
엄 작가는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펀자이씨툰'의 매력을 설명하면서 "제 어머니 아버지가 원래 웃기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중 좋아하는 순간들을 짧게 기록하는 것은 유년기 때부터 이어져 온 오랜 취미"라며 "가족이라는 관계가 가까운 만큼 어렵기도 하지만, 그래도 사이좋게 지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만화 속 가장 인기 있는 등장인물로는 단연 엄 작가의 부모님이 꼽힌다.
'정혜', '당진 김씨' 등을 쓴 소설가이자 상담가인 우애령 작가, 서강대 철학과 엄정식 명예교수의 '티키타카'식 대화는 말의 향연을 방불케 한다. 또 그 속에는 우리가 생각해볼 만한 철학적인 질문이 담겨 있다.
작가는 부모님으로부터 자긍심과 자유롭고 용기 있게 생각할 수 있는 마음 등을 물려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아버지는 제가 해진 신발을 신고 있어도 몰입하는 모습이 멋있다고 해줬고, 영국에 갈 때도 끝까지 응원해줬다"며 "저 스스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머니는 씩씩하고 작은 고민에 구애받지 않는 세련된 사람"이라며 "어머니의 행동 자체가 제게 생각할 여지를 많이 줬다"고 말했다.
엄 작가는 "어머니는 내성적인 저에게 종종 '화가 나면 화를 내도 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도록 좀 더 깊이 찔러봐'라고 부추겼고 '사랑 속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느끼니, 서로 사랑하며 살기를 바란다'는 조언을 해줬다"고 했다.
엄 작가의 어머니는 현재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
기억은 흐려졌지만, 여전히 유쾌함 속의 날카로움과 통찰을 바탕으로 독자와 질의응답을 주고받기도 한다.
그는 "어머니는 말을 하면서도 앞에 하던 말은 잊는 정도"라면서도 "기억을 잃는 와중에도 다른 이에게 영감과 위로를 줄 수 있는 말을 건넬 수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라고 언급했다.
엄 작가는 어머니를 중심 소재로 한 3번째 펀자이씨툰 단행본 '순간을 달리는 할머니' 출간 작업을 최우선에 두고 진행 중이다.
또 어머니가 아버지를 바라보며 썼던 책인 '행복한 철학자'를 새로 다듬어 복간도 준비 중이다.
엄 작가는 "'행복한 철학자'는 어머니가 예전에 쓰시고 제가 삽화를 그렸던 책"이라며 "어머니의 기억이 더 흐려지기 전에 보여드리고 싶어서 올해 안에 내는 것을 목표로 작업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 작품의 큰 특징으로 꼽히는 따뜻한 연필 그림체에 대해서는 육아를 하느라 어쩔 수 없던 선택이었다고 털어놨다.
엄 작가는 "연필을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며 "오히려 연필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고 아크릴이나 파스텔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기도 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17년 2살배기 아이를 키우면서 난관에 부딪혔다.
그는 "아이를 키우다 보니 번거로운 준비가 필요하면 그림을 그리기 어려웠다"며 "연필은 어디에서나 바로 쥐고 그릴 수 있어 접근성이 좋았다. 지금은 연필이 가진 매력에 다시금 빠져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흑백 톤의 연필 그림체에 더해 양 뺨에 홍조를, 팔꿈치와 무릎에 분홍색 점을 찍으면 '펀자이씨툰'이 완성된다.
그는 "무채색 톤이 심심하고 아쉬워서 색이 하나만 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생기를 담기 위해 분홍색을 찍었는데 반응이 생각보다 좋았다. 분홍색을 찍지 않고 올리면 독자들이 '그림이 완성되지 않았다'고 말씀해주기도 한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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